'대선개입 사건' 朴 대통령 원론적인 입장발표…‘청와대바라기’ 野 반응은?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0-31 02:08:13
  • -
  • +
  • 인쇄
▲ 박근혜 대통령 @Newsis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마태복음 7장에 언급된 말이다. 연신 청와대를 두드렸던 민주당이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열게 했다. 하지만 야당이 듣고자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지난 28일 국무총리를 앞세워 발표한 대리 담화와 같은 맥락의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31일 박 대통령은 한달가량 열지 않았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그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축소·은폐의혹이 불거졌고, 사이버사령부의 블로그 정치글에 이어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대선은 불공정했다’면서 목소리를 내자 야권을 필두로 청와대의 침묵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던 만큼 이날 최대의 관심사는 박 대통령이 과연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일찍이 민주당은 추석 전부터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 당력을 집중시키며 청와대를 압박해왔었다. 하지만 변변히 여당의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혀 여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박 대통령은 결국 ‘입’을 뗐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청와대를 향해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해서, 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진실을 덮으려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물론 박근혜 정부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등을 떠밀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한 대답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의 담화에서도 밝혔듯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정쟁에 묶여 시급히 처리해야할 민생현안들을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며 여전히 국회와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한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과거의 정치적 이슈에 묶여서 시급한 국정현안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운을 뗀 뒤, “현재 재판과 수사 중인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 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요즘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정당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의 책임은 아니라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 힘을 주었다.

일명 ‘윤석열 사태’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단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데 중요하고, 그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권이 미리 재단하고 정치적 의도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국감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진행중인 사법부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국론분열과 극한대립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지금 국민은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서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는 그런 성숙한 법치국가의 모습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야권의 국정원 공세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소득세법, 주택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해 ‘일하는 국회’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은 씁쓸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동문서답’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도 뒤늦게 한 말씀 하셨다”고 평하며 “그러나 입맛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발언은 동문서답이라면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이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고용노동부의 선거개입이 모두 과거 일인가”라며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며 검찰총장, 수사팀장 찍어내며 수사 방해한 것은 누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통령의 민주주의 언급과 관련해서는 “개탄스럽다”고 언급하며 “여당을 ‘무릎 위 고양이’로 만들고 야당의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민주주의이고 정당 민주화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법과 원칙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무너지지 않았는가”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뻔히 보이는 공작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물러났고, 윤석열 수사팀장은 수사의 원칙을 지키다 해임당했다. 그 빈자리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넣은 다음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니. 이게 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뻔한 수사(修辭)로 어물쩡 넘어가지 말길 바란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지난 대선의 정확한 전말과 그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민주당은 수차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관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의지와 책임자 처벌 문제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이를 비방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오늘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이번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수사에 대한 진솔하고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한 입장표명 요구에 화답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한도 끝도 없는 무례, 생떼, 억지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민주당은 속뜻이 무엇인지,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밝혀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