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①] 朴정부 ‘증세없는 복지확대’…“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확보 불확실”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1-06 10: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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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135조 복지재원 위한 세수대책 마련 실효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 5일 경실련과 민주당 홍종학 의원 주최로 열린 ‘세제개편 대토론회-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세제개편의 개선방향’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약속하며 복지재원마련 방안으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가 역대 정부들이 공통적으로 시행해왔던 정책이니만큼 실효성 측면에서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개편 대토론회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세제개편의 개선방향’ 1부에서 발제를 맡은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여러 제도적 보완은 긍정적이나 그것만으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 상 5년간 27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박훈 교수는 발제 주제인 ‘2013년 정부 세제개편안의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축소를 두터운 중산층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의 실효성을 평가기준으로 해야한다”고 전제하며 “근본적인 제도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지하경제 양성화는 세제 확보 측면보다는 과세행정의 역할이 큰 부분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 관세청 등 과세관청에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개선방안과 관련해 박훈 교수는 ‘역외탈세분야에 대한 보완’ 및 ‘자산실명제의 확대’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조세피난처 등 일정 국가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일단 그 비용공제를 부인하되 그 거래의 사실여부를 납세자측이 입증하도록 하는 방안과 거주자가 조세피난처에 단체를 설립한 경우 실제 소유자로 추정, 세법을 적용하되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부여하는 방안 등 입증책임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법개정안 중 해외 소득·재산 등에 대한 정보파악을 강화하는 방안과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 등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으며 나름의 성과는 있다”면서 “다만 역외은닉소득 및 자산의 자발적 신고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인센티브 방식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금융실명제 등 자산실명제의 확대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면서 “차명계좌가 과세관청의 파악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계좌의 주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과세행정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비과세 감면 축소에 대해서는 종교인 소득과세, 공무원 직급보조비 및 재외근무수당 소득세 과세 등 조세형평의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있으나 그 실현과정과 세수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관점에서는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하나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면 비과세 감면 축소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비과세 감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중산층에 부담이 더 가는 개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결국 국민들의 적정한 세부담이라는 차원에서 증세논의로 넘어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세제의 가장 큰 역할은 재정수요의 확보에 있으며 재정확보를 충분히 하지 못한다면 그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조세정의차원에서 필요하나 세제로서 실효성 있게 달성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조세개혁의 핵심으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 자체가 13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은 “역대 모든 정권에서 지하경제를 뿌리뽑기 위해 탈세기업과 소득 탈루를 막기 위한 세원관리를 열심히 해 왔는데, 현 정부는 이를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다른 말로 더 강조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구 소장은 “복지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세원마련 대책으로는 완전히 대입이 잘못된 것”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는 당연히 이뤄져야하는 것이며 더욱 강화해야하는 것은 맞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5년간 135조에 따른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가짜 휘말유’ 등 불법·사행성 거래만 해도 아무리 단속한다 해도 세금과는 무관하기에 세수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상장주식 양도차익이나 과다한 예외가 적용되는 금융종합과세, 세원의 사각지대지만 그동안 정치적인 이유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간이과세제, 폭넓게 인정되는 부가가치세 면세 등 일그러진 조세제도로 인한 세금루프홀을 하루 빨리 개혁해야만 과세형평성과 징수체계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비과세 감면 축소와 관련해서도 구재이 소장은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며 감면의 집중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과세 감면에 대한 존재 이유는 산업의 취약부분을 보완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 혜택이 대기업에 보조금으로 수십년 동안 조치되면서 그 혜택이 대기업에 보조금으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통틀어 구 소장은 세제개편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과세되지 않는 소득·재산·소비 ▲과세되지만 소득대비 세부담이 과소한 소득·재산·소비 ▲비과세·감면대상으로 담세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 ▲비과세·감면대상으로 담세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 ▲담세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 ▲모든 납세자에게 균분 세부담 등이 그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선진국형 저성장으로 진행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재정안정이 좌우할 것이라며 구재이 소장은 “재정확충을 위한 세제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 끝의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어려움 속에서도 고통분담에 동의할 수 있도록 국민적 컨센서스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선진국 반열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국세처의 탈세조사 등 단순히 세무행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윤리 의식도 선진화돼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하경제 양성화 이슈에 따른 부작용도 언급됐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이 아니라 주로 현금으로 이뤄지는 캐시 이코노미가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금고 등 어딘가에 숨어있는 현금이 늘어나 화폐환수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인해 현금재산보유를 선호하게 된 것도 기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문창용 조세정책관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보다 일단 밑을 막아야 한다”면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재외근무수당 과세, 고소득 부농에 대한 과세 부분 등 그동안 성역화돼 왔던 부분들, 해묵은 과제를 털어냈다는 부분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스텝바이스텝으로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5년간 과연 걷을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계속 세정노력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내년에 수치가 나오면 그걸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한다”며 섣부른 비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평과세의 실현은 ‘자기가 번 것은 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또 세출과정에서도 투명하게, 예산을 잘 짜서 복지 등 여러 정부재정정책에 쓰이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게 되면 공평과세 문제도 안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납세의식재고 등 문화를 재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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