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 느끼면 사고 능력 손상 자살 위험 커져...사회적 중지 모을때”

소정현 / 기사승인 : 2013-11-14 15: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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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공화국’ 실태와 예방법 총결산 대담 인터뷰(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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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소정현 기자] 일요주간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자살에 대해 연속기획으로 보도한 바 있다. 그동안 자살 관련 글을 기고한 칼럼니스트들과의 대담 인터뷰를 통해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과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 지난 6일 대담을 가졌다.

소정현
: 일요주간 기획 대특집 ‘자살’ 관련 각 분야별 칼럼을 집필하셨는데, 생생하게 다가온 고민들은.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남성의 자살에 대해서 집중적 연구 하에 특집칼럼을 기고하였는데요. 실제로 남성의 자살이 여성의 자살이나 노인의 자살만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남성의 자살은 여성이나 노인의 자살과는 다르게 사전 예후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차단이나 예방이 극히 어려우며, 남성 스스로도 자신이 고자살 위험군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리 막기에는 상당히 난해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청년실업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분들에 대한 예방책이 절실합니다.

최영인(한국범죄학연구소장) :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살은 학생, 청년이나 중년, 장년 할 것 없이 전연령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며, 최근 들어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정규직에 대한 취업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끊는 상황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장년의 자살 또한 급증하는 추세로서 가정 내에서 소외받는 부인과 남편들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예시라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자살의 유형에 대해 별도의 연구와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며, 이를 위해서 모방적 유행적 자살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와 대응책의 마련이 이뤄져야만 할 것입니다.

민수진(월드인재개발그룹 대표) :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과 여성 모두 낮지 않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기에 이번 ‘자살 특집’을 통해 그 문제점과 원인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이 ‘자살’이라는 사회현상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담당했던 여성의 자살을 보면 상당수가 가정문제나 애정문제, 그리고 자녀와 관련한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가사문제 뿐만이 아니라 사회활동이나 직업활동 과정에서 얻게 되는 막대한 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여러 사회안전망이 신속하게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집니다.

서지홍(칼럼니스트) : 인생 100세 시대라 일컫는 오늘날, 노인의 자살은 심각한 지경에 도달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삶은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노인 스스로가 ‘산송장’이라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부여되지 않았다. 물론 극소수는 공직에 있으면서 연금을 받거나 아니면 축적된 재산이 있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 나머지 90% 이상은 자식이나 국가가 도와주지 않는 한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은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기초노령연금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을 준다는 약속도 국가 재정문제로 차등 지불한다고 하니 더욱 막막해진다. 사실 노인들은 병원출입이 잦고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 20만 원을 받아도 병원비나 약값 정도밖에 안 된다고 푸념을 한다.

이영숙(시인) : 인간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 중,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인간은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외로움은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회에 의존하여 살아가는데 그 사회가 인간에게 외로움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보호되고 보호해주어야 할 사회에서 왕따를 양산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집단이기주의의 날 없는 칼로 저미어 낸 이 외로움은 인간을 황폐하게 만들고 급기야 자살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한다.
사회신경과학을 창시한 존 카치오포와 월리엄 패트릭의 공저인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라는 책에서 “인간은 고립감을 느끼면 사고의 능력도 손상을 받는다. 사회적 유대감과 단절감은 사회 인지가 손상된다.”라고 설파했다. 이 말은 곧 “자살은 질병이다.” 등식을 재차 확고하게 입증한다.

소정현 : 우리 시대 가파른 사회현실과 깊어진 갈등의 실마리를 찾는 전향적 시사점을 고뇌깊게 통찰하여 달라.

서지홍 : 사실 노인들을 만나보면 일자리가 있으면 일은 하고 싶어도 신청해 놓으면 언제 당첨이 될지 막막하고, 일이 있어도 단기적이라 항상 불안하다고 한다. 물론 국가재정이 여의치 않아 복지가 어렵겠지만, 자식들마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죽고 싶은 생각이라 한다.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앞으로 노인 자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들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대개 부부가 해로하지 못하고 홀로되는 경우가 많아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많다. 경제적 어려움, 고독함, 병마에 시달리다 보면 삶에 대한 미련이 없어지기도 할 것 같다. 그래서 고독사도 늘어나기만 한다.

최영인 : 과거 최진실씨와 같이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자살하면서 이를 따라하거나 유사하게 결행하는 자살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는데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저렇게 잘 사는 사람도 자살을 하는데 나라고 하지 못하겠느냐’는 식의 모방적 자살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신적, 심리적인 동조현상의 일환으로서 자살의 유행을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어려움을 우리 사회가 살펴주지 않고 바라보고 있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필요도 있다고 사료됩니다. 우리 사회가 어려운 개인들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우는 것만이 자살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숙 : 인간이 태어나게 되면 BCG 접종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예방접종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신체적 보호를 위한 것이다. 인간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수시로 하지만 외로움의 질병은 예방하지 않는다. 아예 예방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과도한 외로움은 치매 위험을 높이고, 노화를 촉진하며, 스트레스 조절을 가로막고, 심장질환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것은 신체적 질병이지만, 사고의 능력이 손상받게 되면 영원히 치료할 수 없다. 급기야 자살을 선택하는 위험한 질병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치료하지 않고 간과하고 있다.

민수진 : 국가기관인 여성가족부의 출범과 많은 여성단체 및 양성평등, 인권관련 단체 등의 활동으로 인해 여성과 관련한 사회적 차별이 점차적으로 철폐되고, 여성에 대한 기회제공이 보다 폭 넓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여성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취약성과 복잡성을 인정하고 여성이 존재해야 남성이 존재함을 분명하게 직시하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쉽게 양성평등은 물론 여성의 차별적 상황으로 인한 자살선택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여성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사회 전체가 이해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논의하고 해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염건령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성의 자살에 있어서 왜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있는 관심과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성이기에 또는 남자이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아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며, 모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고정화된 남성 성역할이 변화되지 않는 한에는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남성의 자살을 막거나 차단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의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전에 자살의 징조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인데 남성의 자살은 이러한 예견이나 예측이 아주 어렵다는 점으로 인해 예방이나 방지의 최난이도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남성의 자살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년 남성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상담서비스의 강화나 직장 내 정신건강이나 힐링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조치가 시급히 강구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소정현 : 자살 저감 총력전에 국가와 지자체 등 공적 책임론을 명료하게 초점 맞춰달라.

민수진 : 국가는 자살방지를 위해 개인이 자살 선택 전에 손쉽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놓고 전문상담가를 배치하여 결국엔 자살을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상담을 통해 자살을 예방했다 하더라도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실시해주는 국가와 지방정부 주도의 서비스가 필요할 것입니다.

119나 112처럼 기억하기 쉬운 번호로 상담전화시스템을 갖추고 전문 상담인력을 24시간 배치한다면 자살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지자체에게 이와 같은 응급상담서비스 제도를 운영하도록 하고 재정 및 제도적인 지원을 중앙정부에서 함으로써 이원적이지만 상호 보완적인 자살예방시스템의 운영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자살이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지역적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자살의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정에 맞는 자살사고 예방과 차단을 위해서라도 지자체의 관련기능 강화와 능력배양, 그리고 전문가의 양성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만 할 것입니다.

최영인 : 자살을 지금까지는 무조건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여왔습니다. 하지만 개인적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자살은 사회적 부조로와 차별, 상대방에 대한 전투적 의식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모인 비극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국가는 자살방지를 연구하기 위한 별도의 연구기관 또는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이렇게 설립한 공공기관을 통해서 자살을 막기 위한 공적, 사적 프로그램 마련에 많은 자원과 인력,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크게 확대되고 있는 사회복지영역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자살방지업무를 추가함으로써 우발적이면서 모방적으로 발생하는 자살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 연구과정을 통해서 자살의 실태와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후에 국내 자살의 원인과 실태에 대한 명확한 결과물이 나온 다음에는 사회구성원과 각 기관의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적인 방안과 집중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서지홍 : 정부에서는 복지가 어려우면 보건복지부내에 내에 노인만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노인들, 특히 독거노인들에게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후약방문이라고 노인 자살 후에 대책을 강구하는 것보다 사전 예방이 급선무다. 복지부 산하 노인부서라도 만들어 늘어나는 노인세대에게 관심을 갖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지하철요금 무료라든가. 일부 업종에서 보인 할인 경로할인정도로는 해결될 수 없다.

염건령 :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나 자살사고 사망자 숫자나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교통사고예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정부에서 자살에 대한 예산 투입은 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정적인 자살관련 예산을 책정하여 이를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집행한다면 일정비율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자살예방교육을 성희롱예방 의무교육이나 청렴 의무교육과 같이 노동부나 안행부 등에서 의무교육화 시킴으로써 향후 발생가능한 자살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숙 : 우리가 대통령, 시, 도지사, 기초단체장, 의원을 선출하여 정치를 하게하는 것은 단언컨대 결국 개개인의 행복한 인생을 돕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국가는 한 개인의 외로움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의무와 책임의식을 가지고, 지금처럼 물질만능과 생명경시풍조, 남을 배척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타협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의 사회구조를 조속히 구조조정 하여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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