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RO녹취록 '오류투성이' 왜곡 논란

이정미 / 기사승인 : 2013-11-15 19:41:09
  • -
  • +
  • 인쇄
국정원이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면서 녹취 경험이 전무한 일반 수사관에게 이 사건 핵심증거인 녹취록 작성을 맡기고, 증거능력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객관적 검수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사건의 핵심증거인 5월10일 경기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의 비밀회합 녹취록에서 최소 112건의 오류가 확인돼 왜곡·조작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는 "RO 모임 녹취록에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애초 7건의 녹취록을 작성했으나 피고인 측의 이의제기가 있어 잘 들리는 이어폰으로 다시 들어보니 뒤늦게 오류가 확인돼 모두 4건의 녹취록을 새로 작성, 다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녹취록을 처음 작성해봤다는 문씨는 "그러나 녹취록을 작성할 당시 녹음파일을 최대한 들으면서 정확히 기록하려고 했고 실제 들리는대로 작성했다"며 "결과적으로 오기가 있었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녹취록을 왜곡하거나 조작한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문씨가 수정·보완한 부분은 5·10 비밀회합 녹취록 속 '선전수행→성전수행' '절두산 성지→결전 성지' '구체적으로 준비하자→전쟁을 준비하자' 등 모두 112건이다.

변호인단은 문씨가 녹취록 작성 경험이 전혀 없고 사건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일반 수사관의 입장에서 단 2~4일 안에 녹취록을 작성한 점, 실제 녹취록 속에서 오류가 다수 발견된 점을 들어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집중 추궁했다.

문씨는 5·10 모임 녹취록을 같은 달 11~12일에 작성했으며 5·12 녹취록은 같은 달 13~16일까지 작성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녹취록을 재청취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기계적·기술적 도움을 받은 것이 없는데도 재청취 이후 무려 112건의 오류를 확인한 것은 의도적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녹취록도 내용에 심각한 왜곡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문씨는 "발언자들의 말이 빠른데다 발음상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고 시간이 촉박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지 다른 녹취록에 오류는 없다.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도 "수정·보완된 112건 중 대부분은 행사 시작 전 대화였고 행사 시작 후 수정한 곳은 12곳에 불과해 대화의 취지나 전체적인 의미가 바뀐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는 RO 모임 참석자들의 대화를 녹음하는데 사용된 디지털녹음기 제조회사 직원과 음성분석 전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변호인단은 "5·12 RO 모임의 경우 녹음파일이 6개로 불규칙하게 분할 녹음됐고 각 파일 사이에 3~7초의 간극이 발생했다"며 녹취록 왜곡 가능성에 대해 추궁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왜곡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검찰과 변호인단에 법정에서 녹음파일을 들어보는 것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주문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