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 초등생부터 노인정에까지 ‘도박 광풍’

스페셜 도박공화국 오명 이젠 그만(上) 남녀노소 도박광풍 뒷배경에는 도박조직 존재
차명거래 단속 피할 수 있어 중독의 덫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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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놀이문화가 발달하였다. 유교적인 규범에 따라서 대가족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으며 주변의 이웃들과도 친족과 같은 개념으로 같이 잘 지내는 것이 소위 미풍양속(美風良俗)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유형의 놀이가 발달하였던 것이다.

전통놀이 현대 들어 ‘투기성 전락’

대표적으로 윷놀이를 들 수 있는데, 개인전과 단체전의 형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재미난 놀이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아울러 씨름이나 닭싸움, 소싸움 등의 다양한 놀이형식이 전래되어 지금도 명절 때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놀이를 같이 진행하고 참여하며 참관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단결력과 상호간의 신뢰관계 형성 및 결속이 강화되었다.

놀이를 레저의 한 영역으로 생각하여 지금도 많은 놀이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전세계의 놀이를 보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정한 승리의 규칙이 있고, 승패를 결정짓는 기준이 존재하며, 게임과정에서 판세를 한꺼번에 뒤집을 수 있는 일종의 필살기가 존재한다.

이러한 기준 하에 진행되는 게임문화는 산업으로까지 발전하여 21세기 장기나 바둑으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의 광풍까지 불러왔다. 게임에는 돈을 거는 방식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를 도박(賭博) 또는 노름으로 명칭 하였다.

놀이판이나 게임에서 일정한 내기를 하는 것은 재미를 더 할 뿐만 아니라 박진감을 느끼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거는 과정이 너무 격렬해지고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경우에는 일종의 투기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도박의 그림자
남녀노소 안가려

최근 들어,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져왔던 윷놀이에까지 도박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짐으로 인해 이제는 거의 모든 게임 영역에서 도박판이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설불법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대 역시도 다양해져서 어린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노인정의 어르신들까지 도박판에 끼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들은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를 걸고 이긴 플레이어에게 돈을 몰아주고 있으며, 어르신들은 공원의 윷놀이 판에서 한번에 10만원까지 돈을 걸고 도박에 빠지고 있다.

노소를 막론하고 도박에 빠지게 된 데에는 이를 원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심과 이를 조장하고 유도하는 도박조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윷놀이에 빠져서 전재산을 다 날린 노인의 사례가 뉴스를 통해 나오고 부모님 몰래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여 사용하다가 심각한 도박중독 증상에 빠져 정신과 치료를 받는 어린이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을 정도로 전 연령대에 걸쳐서 도박에 빠진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사설불법도박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인터넷 온라인 카지노를 들 수 있다. 온라인 바카라로 불리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 사이트에서 1년에 거래되는 도박비용이 10조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거대한 불법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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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온라인사이트’ 거센 부채질

사설불법도박이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직접 도박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얼마든지 쉽게 도박을 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나 용이한 접근성 때문에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찾게 된다.

국내에 합법적으로 카지노 도박을 할 수 있는 강원랜드의 경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원도 정선에 있음으로 인해 이곳으로 가지 않고 편하게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하고자 하는 중독자들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둘째로, 일반 카지노에서 과도하게 도박자금을 사용할 경우에 상습도박죄나 도박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지만 온라인 카지노는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차명거래를 통해 사법당국의 적발을 피해간다는 점에서 도박 중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MC로 유명한 모 개그맨이 온라인 도박죄로 인해 검찰에 검거되어 처벌된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처벌이나 단속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과 익명성이 장기간동안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에 빠지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셋째로, 돈을 걸고 게임을 하는 도박중독자들의 신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카오나 홍콩, 필리핀 등의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탕진하게 되면 그 내역이 바로 우리나라의 기관에 확인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이 온라인 카지노에 빠져서 막대한 돈을 낭비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남성들과 대면을 통한 게임을 원하지 않는 여성 도박중독자들이 온라인 카지노의 중요한 고객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유형의 불법도박이 활성화되게 된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넷째로, 온라인 카지노게임 사이트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승률조작과 같은 부분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많은 고객들의 유입을 촉발하고 있다. 공정승률을 보장함으로써 고객들이 불법인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작된 게임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착각이 고객유치에 큰 유인 요인이 되고 있다.

시상금이나 우승시 받는 비용에 대해서 게임운영자 측이 장난을 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게임진행비라고 해서 받는 공정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번 고객의 숫자는 당연히 줄어들게 되고, 게임 운영자는 많은 돈을 벌게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불법 사설도박은 온라인 카지노뿐만이 아니다. 불법 스포츠토토도 대학생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어 심할 경우 많은 돈을 잃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불법스포츠토토는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토토를 베껴서 만든 온라인 도박으로서 실제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의 승패와 점수결과를 가지고 사전에 돈을 걸도록 한 후 이를 맞추거나 비슷하게 예측한 사람에게 돈을 배당하는 불법도박의 형태이다.

우리나라도 프로스포츠 및 아마스포츠가 활성화 되면서 많은 경기가 열리고 있으며, 모든 경기에 대해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가 베팅을 운영할 정도로 엄청난 불법도박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 벌어지는 영국프로축구리그나 미국에서 벌어지는 메이저리그 경기에까지 돈을 걸도록 설정할 정도로 거의 전방위적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이 판을 치고 있고, 이에 대해서 경찰청과 검찰청은 강력한 단속의지를 가지고 사이버 수사대와 수사요원을 동원하여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너무 많은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그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이트에서 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처벌을 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러한 불법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버는 조직이나 범죄자들에 대한 법적인 엄단이 더욱 더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우선시 되어야만 할 것이다.

불법 스포츠토토는 실제 프로경기의 진행과정에서 선수나 감독을 매수하는 만행까지도 자행함으로써 건전한 스포츠의 근본적인 의미를 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피해자를 양산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동희 농구감독의 구속사건이나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과 같이 스포츠토토를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조직 측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선수나 감독을 매수하는 일들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억원의 돈을 투입하여 승부를 조작한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막대한 도박자금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임이 너무나 자명하며,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 전체의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건전한 노동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의 ‘대손실 대위기’ 고강도 복합처방

대박의 꿈을 가진 자보다 성실하게 노동을 통해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만 그 국가가 건전한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가가 공인하거나 또는 공영하는 사행산업 이외의 불법 도박에 대해서 마약수준으로 강력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운영주와 운영조직원에 대해서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에도 불법도박을 통해 얻은 수익의 전액을 몰수추징하는 것은 물론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고 있다.

불법 도박의 확산은 국민 스스로의 자성을 통해서도 충분히 억제와 통제가 가능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교육과 함께 도박중독으로 인해 인생 전부가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알려주는 교육을 시행해야 하며, 최근에 온라인 카지노게임이나 스포츠토토를 통해서 등록금까지 잃는 대학생들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역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의무적인 반도박교육도 시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불법도박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과 해경, 검찰 이외에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도 부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국가가 공영하고 있는 경마나 경정, 경륜, 강원랜드 등에 대해서 관리감독만 하고 있을 뿐이지 이를 유사하게 모방하여 운영되는 불법사행사이트와 조직에 대한 단속 및 처벌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역시도 이러한 단속권한의 부여를 내부적으로는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불법도박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그 면모를 변화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불법도박사이트의 근절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속칭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대리처벌자들의 존재도 한 몫 하고 있다. 원래 사이트를 운영하던 운영자가 바지사장을 제대로 지정할 경우 계속적으로 처벌을 피해 가면서 유사한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1년간 단속만 피하면 수백억원의 불법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지금도 제대로 공부하고 전문성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거액을 제시받고 중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국가경제의 피해발생은 물론 본인이 전과자로 전락하게 되는 상황을 불러온다.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계속적으로 강화일로를 걷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불법도박범죄에 대해서는 무한정 형량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한 사이트를 통해서 최소한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돈을 잃고 인생을 망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 보다 많은 전문인력을 수사나 단속에 투입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도박중독상황을 자수하고 처벌과 치료를 원하는 수많은 불법 도박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제대로 된 도박중독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의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마약중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도박중독 역시도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치유와 재발의 방지가 가능하다. 자신의 도박중독을 해결해주길 원하는 국민들에게 처벌을 감경시키거나 교육조건부 처벌면제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함은 물론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활을 이룬 사례를 널리 알림으로써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중독자들이 많아지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이 19세기에 아편중독과 마작과 같은 도박중독으로 인해 군사력이 크게 약화됨은 물론 서구열강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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