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박근혜의 사람들’…올드보이 '컴백', 개국공신 '토사구팽'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2-11 11: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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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과 넓은 식견 자랑하는 친박인사부터 일명 ‘박근혜 키즈’ 젊은 위원들마저 반기
(사진왼편부터)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Newsis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벌써 몇 번째 일까.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다듬는데 일조했던 충신들이 대통령을 떠나가고 있다. 대선이후 1년이 지난 시점,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거침이 없다. 크게 보면 지난 9월 ‘양심’을 이유로 장관직을 사임한 진영 전 복지부 장관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 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같은 연륜과 넓은 식견을 자랑하는 친박인사부터 일명 ‘박근혜 키즈’라 불렸던 젊은 위원들도 새누리당에 “버려졌다”고 토로한다. 인사가 곧 만사라 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쓰고 버려졌나

지난 대선에서 6~70대 표심을 사로잡은 새누리당의 공약은 기초연금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원마련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정부가 공약에서 뒷걸음질 한 ‘국민연금 연계안’을 들고 나오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임을 표명했다.

당시 진 전 장관은 국민연금 연계안에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와대와 불화설에도 휩싸였다. 소통의 결여, 불통이 본격적으로 언론에서 불거지게 된 시기도 이 때로 볼 수 있다. 진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오른 문형표 장관은 국민연금 연계안을 꾸준히 주창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불리던 진 의원이 박근혜 정부와 등을 지고 난 후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인 3개월여 만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틀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또 다른 개국공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는 안녕을 고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탈당을 알리며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는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박근혜 정권에 서운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같은 날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김종인 전 위원장의 탈당과 관련해 청와대에 실망한 부분이 있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부분도 있다고 봐야 되지 않겠나. 심지어 공무원들 중에서도 대통령의 행보가 타당하다고 보는 사람이 열 명 중 한명밖에 안된다. 그런 실망감 같은 것은 있었을 것”이라고 ‘불화설’에 힘을 싣기도 했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까지는 자신이 선택한 정당의 당적을 유지하겠다며 탈당에는 선을 그은 이 명예교수는 “국정 여야 대립이 첨예하고 과거 문제에 있어서 임기 4년을 앞으로 갈 수 있을까”라며 “이 정권이 감당 못하면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로 갈 수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19대 대선에서 젊은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이들도 어김없이 현 정권에 대한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현 정권에 빗대 “이순신의 결단이 틀렸으면 그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하고 그래야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투영이지”라고 언급했고 손수조 전 미래세대위원장은 “청년은 당 안에서 교육받고 길러져야 한다. 쓰고 버려지면 안된다”며 토사구팽의 장본인이 자신임을 알리기도 했다.

손수조 전 미세위원장은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인수위원회 청년 특위 위원 등으로 활동, 대표적인 ‘박근혜 키즈’로 꼽힌다.

개혁은 토사구팽, 정치개혁 실종

친박인사들의 잇단 퇴거에 야당에서도 직언이 이어졌다.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제9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취임 1년을 맞이하는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개혁을 자임하던 이들은 모두 토사구팽과 같은 꼴을 당했으며 그 자리를 공안의 상징인 올드보이들로만 채워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새로운 기치를 내걸며 창당에 앞장선 비대위원 11명 중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 곁에 남아있는 이는 주광덕 정무비서관 단 한명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탈당에서 볼 수 있듯 개혁을 표방한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오히려 경제민주화 등 개혁조치를 중단시키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우 최고위원은 마치 급조된 식당에 종업원을 꼬드겨 허위과장광고 전단을 나눠주도록 한 후 손님들에게는 불량식품을 판 꼴이라고 비유했다.

박근혜 정부에 등을 돌리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와 중에 양심에 가책을 느낀 종업원들은 떠나고 그 자리에 협박을 일삼는 사람들을 고용해 손님을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쓰디쓴 조언을 서슴없이 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의원 역시도 “1년 동안 우리가 정권을 출범시키기 전 그 많던 정치개혁의 목소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면서 “정치개혁을 등진 정당처럼 되어버렸다”고 평했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특검 수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이어 “야당이 한 마디 하면 아니라고 계속 반대만 하고, 성토만 해서는 국민들이 여야를 똑같이 피곤해 한다. 지금 1년이 지나도록 국민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매우 피곤해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9월 민주당의 천막당사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정치권에서 갈등 해결의 제일 큰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사정을 듣고 일단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를 만드시라”고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이에 대해 앞으로의 4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의 상징 김종인 탈당.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완전종식을 알리는 ‘팽’(烹)!”이라며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등 나름 ‘합리적 보수’ 칼라를 유지하던 이들, 모두 찬밥 신세가 되었다.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봉착할 때야 ‘소방수’로 부르려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정의당에 입당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이상돈 전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 “박근혜 공신의 충언.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정권에 가까운 이들, 실제로 박근혜 정부를 만든 개국공신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의 퇴거야말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내부에서 들리는 충언을 받아들여야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다는 진단이기도 하다.

전우용 역사학자도 “문제는 새누리당이 아니라 배탈 난 호랑이가 풀 뜯어 먹는 걸 보고 호랑이를 채식동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어리석음’이겠죠”라며 현 상황을 빗대기도 했다.

청와대를 향한 새누리당의 ‘채찍’ 없는 ‘당근’은 곧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한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도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제2의, 제3의 김종인, 이상돈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더욱이 현 정부의 중간평가로 상징성을 가진 내년 6월 지방선거에까지 여풍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레커뮤니케이션즈 이재관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나 이상돈 교수 등 새누리당 비대위원들은 소위 총선을 이기고 대선까지 승리를 이끈 오늘날 새누리당의 주춧돌을 만든 인사들인데 이번 탈당 등으로 기본적인 콘셉트 자체가 흔들렸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간평가적인 심판을 받아야 할텐데, 이런 개혁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전면에 나서서 이끌었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임기 전반에 힘을 갖고 올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자칫하면 정책적인 큰 틀에서는 많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로 하여금 국민들에게 큰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고 틀을 좌우하는 상징적인 인물, 즉 간판인사들의 부재는 곧 국민들로 하여금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인 셈이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식 용인술도 여당을 ‘청와대 해바라기’로 전락시키게 한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혁적인 드라이브가 없고 국민적 신임을 줄 수 있는 정책적 비전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나 국민행복 이런 과제들을 끌고 갈 수 있는 간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모든 화살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선 이후 1년 동안 불거졌던 잇단 인사문제가 앞으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그는 “인사가 만사이다. 즉 인사를 통해서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야 하나 지난 1년 동안 박근혜 정부는 인사 문제에서 많이 삐그덕 거린 것이 지금 문제를 야기 시킨 원인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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