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엔 시신이 주택 잔해들 마치 쓰레기 하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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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록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기아봉사단 | ||
그도 그럴 것이 필리핀은 1년에 약 23차례의 태풍이 발생 하는데, 대부분은 중부 레이테 섬 동쪽 태평양에서 만들어 진다. 레이테 섬은 태풍의 발생 지점이 되기 때문에 세력이 강하지 않아 피해를 주지 못하지만 이 태풍이 북상하면서 세력이 강해져 레이테 섬으로부터 5~600km 정도 떨어진 마닐라와 루손 섬에는 해마다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동북아 태풍의 진원지 ‘레이테 섬’
이렇게 만들어진 태풍 중에서 몇 개는 오키나와를 거쳐 중국으로 빠져 내륙에서 소멸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대만과 한국과 일본을 지나면서 적잖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농담 삼아 그들에게 필리핀은 태풍을 만들어 한국, 중국, 일본에 수출 하는 나라라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풍은 해마다 겪는 행사처럼 여기기도 하고 어지간한 이력이 붙어 나름대로 잘 극복해 나가기도 한다.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그렇게 길가에 심어진 코코넛 나무 몇 그루가 바람에 넘어지는 정도에서 지나가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다음 날 한 장의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에 익은 곳이었다. 다름 아닌 레이테 섬의 주도인 타클로반 공항의 사진이었다. 공항 청사 건물의 지붕이 모두 날아가고 철재 서까래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모습과 주변의 집과 나무들이 뽑혀 어질러진 잔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수상가옥 즐비한 빈민촌 가장 극심한 피해 참상
식량키트를 분배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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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 | ||
“선생님, 레이테 소식 아시죠? 태풍 하이옌으로 도시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어 긴급구호 팀을 급히 현장에 보내야 하는데, 그 곳 실정과 지리를 선생님만큼 잘 아는 분이 없어요. 선생님이 그곳 레이테 섬에서 오랫동안 사역을 해서 잘 아시니 긴급구호 선발팀으로 함께 가주십시오.”
굳이 내가 가야 할 만큼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을 것 같아 답변을 주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치기엔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해 왔다. 재차 본부로부터 걸려온 전화 요청에 곧장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다음 날 새벽 5시, 기아대책 국제부 간사와 함께 인천 공항으로 갔다. 타클로반 공항이 폐쇄되어 마닐라에서 직접 레이테로 들어 갈수 없었다.
가장 가까운 세부(Cebu)로 가기로 방향을 정한 후 비행기에 올랐다. 4시간 후 세부 공항에 도착 하지마자 국내선 청사로 발걸음을 황급히 옮겼다. 세부에서 타클로반으로 가고자 하는 언론사 기자들과 가족의 생사확인을 위해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북적대며 언제 뜰지 모를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이 지날 무렵 가까스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륙 후 25분 만에 타클로반 상공에 다다랐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타클로반 시내 풍경은 어느 사막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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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sis/AP | ||
‘시신 썩는 역한 냄새’ ‘쓰레기 하치장 방불’
시속 378km의 가공할 만한 태풍이 4시간 동안 타클로반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작심이나 한 듯 철저히 망가뜨리고 부러뜨렸다. 어느 것 하나 남김없이 휩쓸어 버린 하이옌에게는 교도소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교도소 울타리와 지붕이 뜯겨져 나가면서 탈옥수가 생기고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떨었다. 동시 다발적으로 타클로반 시장이 태풍에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면서 시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들고 일시에 시내로 몰려나와 모든 상점들을 약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인들이 시가지를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공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관제탑은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되어 스페인의 유적지 건축물처럼 흉물스럽게 변했고 헬기와 군 수송기의 굉음이 귀를 찢을 듯한 요란한 소리는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쉽게 느끼게 한다.
공항을 이리 저리 뛰어 다니다 겨우 시내로 들어가는 교육청 미니버스를 얻어 탈 수 있었다. 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코를 찌르는 듯한 역한 냄새가 난다. 공항에서 시내로 나오는 약 2km의 도로엔 시신이 널려 있고 부서진 주택들의 잔해들이 쓰레기 하치장처럼 널브러져 겹겹이 쌓여 있다. 초점 잃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차만 바라보며 어디론가 목적 없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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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is/AP | ||
지나가는 사람이 뭔가 주춤거리며 우리를 유심이 바라본다. 도움이 될까 하여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보았다. 마침 그는 호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그의 호텔을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전기와 물은 나오지 않는다. 낮이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실내 계단을 작은 손전등에 의지하여 올라갔다. 짐을 내린 후 준비해간 컵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곧장 시청 상황실로 갔다.
일행을 두 팀을 나누어 피해규모, 식량 배분, 의료 체계, 구조 활동과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NGO 활동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오후엔 피해 현장을 답사했다. 예상했던 대로 수상 가옥이 즐비한 빈민촌이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해안선을 따라 공유수면에 무허가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대나무로 바닥과 벽을 만들어 간신히 비바람만 피해 살고 있는 동네이다. 이러한 주거 형태는 가난을 피해 보고자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온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주거지를 마련 할 수 있는 방법이다.
外國 NGO로서 제1선으로 ‘식량 나누어’
재난은 3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를 한다. 카테고리 1은 재난이 발생한 국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고, 카테고리 2는 재난을 당한 국가가 속한 대륙에서 해결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카테고리 3은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불과 7년 전인 2006년 2월 17일, 레이테 섬의 최남단 긴사우곤 마을에서 발생한 지진과 산사태는 카테고리 2에 해당 한다. 안타까운 재난의 현장이 거의 매일 뉴스 시간을 독점 하다시피 했지만, 누군가 가서 이 사태를 수습하겠지 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마닐라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나는 이번과 같은 전화를 받고서 그곳으로 내려 간 것이 레이테 섬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런 후 7년이 지난 지금 레이테 북쪽인 타클로반에서 발생한 태풍의 재난은 카테고리 3에 해당하는 대형 급 재난이다. 또 다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재난이 같은 섬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전의 지진과 산사태의 재난이 레이테 섬의 남쪽이었다면 이번의 태풍은 북쪽을 휩쓸었다.
우리는 재난이 발생 한지 4일만에 현장에 도착하였고 그리고 3일이 지날 때 까지만 해도 구호활동에 필요한 차량을 구하지 못해 모든 일정을 걸어서 수행하고 있었다. 길거리엔 시신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햇볕은 얼굴을 따갑게 때렸다.
그러한 악 조건 가운데서도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로 4일째 되는 날 세부로부터 구호 물품과 차량이 도착했다. 첫날 미리 답사를 해 두었던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경찰의 보호를 받아가며 식량키트를 나누어 주는 순간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뻤다.
현지에 도착한 외국 NGO 로서는 우리가 가장 먼저 식량을 나누어준 셈이 되었다. 불과 소수에 불과한 긴급구호팀의 헌신적인 노력과 땀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즉시성 있는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었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겐 누군가가 그들 곁에서 그들의 아픔을 알고 함께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주는 것이 구호품 이상으로 크다.
이제 선발대의 임무는 끝났다. 피해 조사, 긴급구호 물품 배분, 향후 중장기 계획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마무리 하고 철수를 준비한다.
조상 대대로 가난에 찌들어 그들의 언어마저 ‘워라이 워라이’(나는 아무것도 없어) 라는 뜻으로 변해버린 폭력적 언어가 ‘나는 할 수 있어! 우리는 하이옌의 재난을 극복해냈어!’ 라는 긍정과 승리의언어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그곳을 찾아 간 것처럼 저들도 다른 이웃을 찾아가 위로와 격려를 주는 사람들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는 기억한다. 1950년 한국전에서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을 때 4천여 명의 필리핀군은 낯선 땅 코리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주었다. 나는 지금 그 기억을 되새기며 컵 라면 하나로 배를 채우며 신음에 잠긴 그들 옆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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