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종편, “언론의 중립성 나몰라라…민의왜곡 심각”

염건령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12-12 17: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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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건령의 see&review 뉴스와 시사 집중 종합방송 존립 공허감 팽배
저비용 고시청률 유혹 일부 블랙아웃 가능성
ⓒNewsis
[일요주간= 염건령] 얼마 전에 끝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종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많은 의원들이 질타를 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종편’으로 불리는 종합편성채널은 기존의 공중파 채널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들을 보완하고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한 중요 방송관련 사업의 하나였으며 동시에 4개의 채널(TV조선, 채널A, MBN, Jtbc)이 진취적으로 전파를 내보내게 되었다.

시청자를 불모로 적군의 포로인가?

종편의 개국을 통해서 국민들은 실제로 8개의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접할 수 있음은 물론 기존의 공중파인 KBS, KBS2, MBC, SBS에서 방송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취급하지 못한 부분들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종편이 개국되고 보도, 오락, 교양과 관련한 프로그램 가운데에서 유달리 뉴스나 시사 등에 프로그램 편성이 집중되면서 종합방송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정치에 집중되는 시사프로그램 일색이었다는 점에서 참신한 부분도 있지만 균형감 있는 종합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종합편성채널 입장에서는 4개의 방송 가운데 하나 정도는 소위 아웃(Out) 될 수 있는 시장의 무서운 현실 앞에서 가급적이면 돈이 적게 들면서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제한점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된다.

KBS와 MBC, 그리고 SBS는 공중파 채널이기 때문에 오락성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영성과 대중성이라는 코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청률을 통해서 광고판매수익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종편과 경쟁관계에 설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KBS나 MBC도 사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종편과 같은 방향의 편성을 통해 소위 ‘맞불’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방송국의 설립취지가 균형 있는 편성이라는 점에서 종편의 마음대로식 편성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심각한 ‘속앓이’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 보도 과도한 ‘편중현상 민의왜곡’

4개 종편사의 유사한 편성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보도채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도분량이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시사와 뉴스에 몰입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다양한 뉴스와 이에 대한 시사평론가들의 분석이 도움이 될 수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종편의 기본적인 속성을 무시하는 행태로 여겨지고 있다.

뉴스만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속칭 ‘보도채널’로서 YTN와 뉴스Y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종편의 막대한 뉴스프로그램 물량공세는 보도채널의 존립가치를 흔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뉴스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오히려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YTN과 뉴스Y는 시사평론이나 문화평론 등의 말로 푸는 식의 뉴스를 지양하고 보도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으나 최근에는 종편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두 개의 보도채널 역시도 이와 같은 방식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겠으나 종편과의 뉴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종편의 뉴스포맷이 공중파까지 넘어서는 경우에는 제한적인 뉴스만이 국민에게 제공되고 시사평론가의 이야기 마당만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도패턴과 양식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방통위에서는 종편의 프로그램 편식에 대해서 재승인 보류 내지는 취소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 역시도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요일의 경우에는 거의 절반 이상의 시간에 뉴스를 편성함으로써 뉴스채널인지 아니면 종합편성채널인지 혼란이 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휴일 점심시간대에는 뉴스로 화면을 도배하공 있는 실정이다.

최소한의 제작비로 생방송을 내기 위해서는 뉴스 이상의 달콤한 유혹이 없겠지만 방송의 공영성과 원래 설립된 방송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뉴스 중심의 종편 방송편성은 분명히 문제점이 있는 대상이라고 판단된다.

‘저비용 제작 출연자 독점’ 다양성 훼손

이어 종편의 토크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많은 수의 패널들이 나와서 이야기로 풀어가는 프로그램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다수의 출연자와 현장 참여 시청자들에게 출연료를 주어야 하며, 특히 다수의 전문가 집단을 섭외해야 하는 건강이나 법률, 연예관련 토크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적은 비용을 들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돈을 절감하기 위한 묘수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방송편성의 편식이라는 측면과 쉽게 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뉴스의 집중편성과 별반 차이가 없는 형식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에드립에 의존하는 방식의 토크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많은 노력과 기간을 들이는 다큐멘터리와 개그프로그램, 드라마, 단편영화, 기획특집 프로그램 등에 비해서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속칭 ‘말발’이 되는 일부 인사가 거의 모든 종편의 유사한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출연함으로써 신선함이 떨어짐은 물론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어떤 방송국인지 혼동이 가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출연자의 독점 현상은 종편이 원래 가졌던 다수의 방송관련 종사자에 대한 새로운 먹거리의 창출과는 분명히 동떨어지는 부분이다. 4개 방송국 출범으로 인해 많은 소외된 방송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이는 일종의 공상에 불과한 예상이었다.

개그 프로그램은 물론 오락,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의 전분야에서 오히려 공중파의 편성비율만 못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뉴스 아니면 단체로 나오는 토크프로그램을 빼고는 찾아보려 해도 찾기 어렵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편식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종편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일단 모든 분야의 방송을 할 수 있는 7개 방송사 가운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제작을 해야 한다는 점, 유명한 소수의 출연자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함으로써 시청률 제고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모언론기업이 수십년간 지향해 온 정치적인 성향 등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등이 종편의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자 스스로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본분잊고 특정당 비판 노골화 경향

하지만 개국 2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분명히 자신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방향성을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나 더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방송은 공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균형감각을 반드시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종편은 노골적으로 특정 당을 비판하거나 특정 인사에 대해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내용을 생방송으로 여과 없이 내놓고 있으며, 좌우편향이 도가 지나치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사회적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국민들을 이끄는 공적 기관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이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공적 정보제공자이다. 때문에 판단은 국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하되, 잘못되거나 그릇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많은 정보를 균형감을 가지고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해서 심각한 비판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질 수 있으며 특히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독약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이기 위해서 종편은 공중파 채널이 보여주는 표준모델을 굳지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만의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있어야만 한다.

종합편성채널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만화의 방송시간대이다. 새벽에 아이들이 보는 만화를 방영하는 종편이 있는데, 이는 편성기준에 아동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나타나는 기형적인 방송편성을 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새벽에 글을 많이 쓰는데 새벽에 방영되는 종편의 어린이 대상 만화를 보면서 과연 어떤 어린이가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저 만화를 보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이런 생각은 필자만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편법과 비정상적인 방송편성의 개선이 개국 2주년이 된 이 시점에서 종편에게 요구해야 할 시청자의 바른 권리라고 생각되며,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방송사에 대해서는 과감한 퇴출이나 방송정지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종편만의 강점으로 자생력 키워야

종편을 보면서 새로운 정보와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많이 있다. 하지만 정보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방송의 제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다양성과 변화성을 가지고 사회현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편협한 사고와 가치관을 생성시킬 수 있다.

방송이 가지는 정치적 색깔을 완전히 뺄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설립초기에 국민에 대해서 약속한 방송제작분량과 편성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 원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TvN의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공중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위협하는 사건을 보면서 종편 역시도 그들 나름대로의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공중파와 비등한 경쟁구도를 가지면서 자생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2부리그 안에서 1위를 해봐야 정규리그에서는 꼴등이라는 축구의 격언이 있듯이 종편은 이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광고주들 역시 막강한 母언론사의 파워에 밀려 광고를 구입하고 있지만 국민과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종편을 대상으로 인공호흡기의 역할을 오랜 기간동안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먹거리 X파일’이나 ‘뉴스맨’, ‘꽃들의 전쟁’ 등과 같이 참신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승부하는 종편의 모습을 시청자들은 원하며, 종편끼리의 경쟁을 통해서 다른 전문방송영역과 교차되는 문제점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개선하였으면 하며, 특히 적은 비용과 적은 인력으로 효율성 있는 방송을 제작, 구성하기 위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였으면 한다.

향후 방송산업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창조경제의 먹거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 다양하고 많은 컨텐츠를 가진 국가가 되기 위해 종편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만 하며, 이러한 공영성을 가진 방송으로서의 사명감을 되찾기 위해서 국민과 시청자들도 비판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종편에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건전하면서도 재미난 프로그램들을 외국의 시청자들이 보면서 대한민국이 작지만 크고 강한 나라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힘들게 제작된 ‘1박2일’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선례를 종편채널이 한 번 더 바라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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