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대선 그 후 1년, 박근혜 정부를 말한다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2-17 08: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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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죽었다, 개혁·전문성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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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진영 기자] 2013년 12월 19일은 대선을 치른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36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시계추는 여전히 2012년의 그날에 맞춰져 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이에 연계된 이슈들에 발목을 잡힌 박근혜 정부가 5년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시기라 일컫는 임기 첫해를 가시적인 성과 없이 흘려보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주도의 정책이나 사회현안들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 없이 떠나보낸 1년간 한쪽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었고, 일각에서는 이들을 종북이라 낙인찍는 이념의 극단적인 양분이 대한민국을 반으로 쪼개버린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 현 정부의 1년을 돌아보고 남은 4년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책 실종된 정치의 참패

대통령 혹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지지율의 잣대로 비춰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0%를 상회한다. 2월 정부출범 이후 부실 인사검증 논란으로 3월 마지막 주엔 45%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상승과 소폭하락을 반복하며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최근 집계를 보면 12월 둘째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4.8%를 기록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율이 51.6%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은 아닌 셈이다. 다만 ‘국민대통합’은 답보중인 상태로,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들을 여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캠프에서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부분들을 돌아보면 크게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그리고 창조경제 등으로 나열된다. 전문가마다 이견의 차이는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정부가 정책을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는 지배적이다.

먼저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은 “준비가 안 된 정부”라는 말로 ‘낙제점’을 매겼다. 국정원 등 선거개입 이슈를 매듭짓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1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김대호 소장은 “어쨌든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뤄진 일이고 박근혜 정부가 이를 규명하고 비판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민주진보에서 국정원 선거개입을 부정선거 이슈로 가져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집권 초기 1년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 (박근혜 정부는) 하나도 못했다. 이것은 정부의 무능이면서 한국 정치의 실패라고 본다”고 말했다. 복지나 경제민주화 등 사회현안을 해결해야할 정치가 오히려 엉뚱한 곳에 발목을 잡혀 후퇴했다고 말하며 가장 큰 문제는 ‘국민대통합’의 실패라고 김 소장은 단언했다.

그는 “기초연금안 조금 수정했다고 복지가 뒷걸음 친 정도는 아니며 경제민주화도 어느 정도 진전은 됐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대통합 관련해서는 완전 빵점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모든 것이 퇴보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김 소장은 “지금 한국사회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레귤레이션(regulation)이 필요하며 이 레귤레이션은 정치가 다뤄야 한다. 하지만 정치가 엉뚱한 곳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사이 경제나 사회나 근본적으로 성장될 수 없으며 통합될 수 없다”며 “정치가 죽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안병진 교수는 60점이라고 답하며 “선거 때 박 대통령이 당선된 핵심 이유는 보다 국민통합적이고 중도적이고 이념에 집착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국민들에게 어필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보는데, 사실 정치가 가지는 생산적 기능을 도외시한 채 국회를 ‘비생산적 집단’으로 규정하는 측면이 강했다고 생각 한다”고 총평을 내렸다.

안 교수는 지난 1년간 대선개입 의혹을 털고 가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그걸 직접 지휘하신 것도 아닌데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음모론과 가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본다. 본인이 이 부분에 대해 정당성, 순결성, 그런 것들에 너무 집착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대호 “준비가 안 된 정부, 정치개혁으로 레귤레이션 바로잡아야”
황장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과감한 청산해야”
제갈현숙 “민주주의 후퇴는 사회복지 근간을 흔드는 것”
안병진 “대담한 돌파구 부재, 혁신적인 보수로 거듭나야”


사회공공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실장도 ‘마이너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단 정치는 신뢰인데 자신들이 약속했던 것들을 다 깨왔던 1년이라고 본다. 또 그 깨왔던 것들을 정당화하고 사과도 제대로 한 적이 없으며 이상한 정치논리로 계속 자신들만 정당화한 정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제기된 사회문제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이 곧 민주주의라면 이런 과정 자체를 무시하는 행태가 악화일로를 자청했다는 입장이다. 제갈현숙 실장은 “국민통합적 측면에서도 사실 연금제도로 세대간 갈등을 유발시키지 않았나. 계층간 통합, 세대간 통합에 대한 의지가 너무 약하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반면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은 “전반적으로 완성은 하지 못했지만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85점이라는 점수를 줬다.

역대 정부가 받아내지 못한 전두환 추징금이나 지하경제 양성화, 역외탈세, 공기업의 부패청산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황 소장은 “대통합이나 소통,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일부 대응이 미숙하거나 일을 키우는 부분이 조금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현재 야당이 특정문제에만 몰두하고 있는 부분이 더욱 크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다만 사회개혁을 추진할만한 개혁적 인사나 전문성을 가진 관료 등은 단조로운 부분이 있다”고 미흡한 점을 꼽았다.

대선 화두였던 ‘복지’

2012년 제18대 대선의 화두는 단연 ‘복지’였다. 자본의 양극화와 중산층의 몰락, 그리고 자살률, 또 전세계 최하수준의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 등이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으로 지목된 탓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정책의 공약으로 ‘기초연금안’과 ‘무상보육’, ‘셋째아이 등록금 전액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재원마련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복지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수순을 밟았다.

기초연금안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로 말미암아 국민연금 연계안의 공약후퇴로 지탄을 받았고, 나아가 세대간 갈등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무상보육은 재원마련을 두고 지자체와 힘겨루기 중이다.

공공어린이집은 공급 부족으로 여전히 대학입시 만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며,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는 정부를 향해 무상보육 진실을 요구하며 보육료 현실화 및 국비지원(70%)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셋째아이 등록금 전액지원은 소득하위 80% 가정의 신입생에 한해 연간 450만원으로 선이 그어졌다.

이와 관련 제갈현숙 연구실장은 “복지의 바탕은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 후퇴가 정치적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근간의 핵심적 원리 중 하나인 민주주의인 까닭에 복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는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들에 대해 서로 합의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꾸준한 민주주의의 과정”이라며 “대선기간에는 선거용으로 보수당이 좌클릭 돼서 뭔가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는데, 이후 처음부터 보수당이 해왔던 선별적인 방향으로 우회했다”고 꼬집었다.

복지의 후퇴에 대해서는 “국민들과 민주적인 관계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 복지는 권리이며,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참정권 안에서 그런 것들을 실현했던 것인데, 그 과정을 다 짓밟았다고 생각 한다”고 비판했다.

동북아의 위기와 균형외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자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는 지난 12일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안보에 대해선 기조가 명확해진 것 같고 예측가능해진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외교안보분야에 있어 현 정부의 일관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해외순방 뒤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방공식별구역 논란으로 동북아 패권주의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으며 북한의 장성택 숙청 여파도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균형외교가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황장수 소장은 “과거처럼 보수라고 해서 무조건 친미일변도도 아니고 미국과의 트러블을 각오하고도 중국을 관리하고 있고, 일본과의 문제도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특히 북한의 개성공단이나 해외 장거리 미사일, 최근 장성택 숙청까지도 안정감 있게 관리를 잘해오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균형을 잡고 있는 측면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안병진 교수는 “다만 길게 보면 남북관계에 있어 지나치게 상호주의 틀에 갇혀 있는 측면이 있고 대담한 돌파구를 여는데 대한 비전 등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2013년 그 이후

시작은 곧 반이라 했다. 해를 넘겨 이제 임기 2년을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에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사회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대한민국 발전상을 위해 ‘정치개혁 및 복원’과 ‘민영화 중단’, ‘양극화 해결’ 등을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황장수 소장은 특히 주택문제와 관련해 경기부양책이 아닌 실질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처럼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주택정책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집을 가지기 어려운 사회구조에서 주택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석유, 통신료, 식품 등 독과점 부분에 대해서도 과감한 해체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정치 본래의 역할을 강조한 김대호 소장은 정치의 정상화를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소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들이 몇 개가 있는데 정치가 전혀 그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며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복원인데, 현 독과점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그리고 헌법이다. 결선투표제나 중대선거구제, 정당명부제 강화 등 정치개혁이 시급한 현안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병진 교수 역시 “정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치라는 것을 적과의 투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야당도 하나의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상대와 공감하고 또 공통의 가치기반,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려고 해야 한다. 마치 종북, 적으로서 박멸해야할 대상처럼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여기는 그런 부분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상대 진보들이 가지는 아젠더를 선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민국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언급한 안 교수는 이어 “민주화시대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수정권 등 두 시대를 거쳤는데 한국이 대도약을 해야 할 중요한 세계사적 전환점에서 혁신적인 보수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갈현숙 연구실장은 민영화 문제를 꼽았다. 제갈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도, 의료, 교육 등 내용은 모두 민영화를 가리키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법인약국설립은 작은 변화라고 보지만 서민들 삶의 체감도는 굉장히 크다”고 언급했다.

또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제갈현숙 연구실장은 “기본적으로 리더가 듣기 싫은 소리도 듣고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봐야 되는데, 듣지 않고 보지 않고 통제만 하고 있다.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 정권이 이를 심각하게 느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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