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삼성’출신 KT 황창규號 보는 ‘두 시선’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2-18 03: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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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돋보기] 통신 분야 비전문가 CEO의 KT 입성기
▲ KT를 이끌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Newsis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KT 최고경영자(CEO)에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삼성전자 시절 ‘반도체 전문가’로 글로벌 신화를 호령해왔던 황 신임내정자는 KT 창립 33년 만에 첫 전문경영인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행히 ‘친박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도 제외된 점은 높이 살만하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 황 내정자가 통신 분야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산적한 현안들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 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롭게 닻을 올린 KT 황창규호(號)가 글로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해낼 수 있을지 통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태세다.

노동계는 무노조삼성 출신의 황 내정자가 과연 KT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인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재벌 식 독선경영으로 노동계의 질타를 받아온 이석채 전 회장과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지 노동계는 의문부호를 내놓고 있다.

혁신과 화합의 글로벌 리더십

16일, KT CEO추천위원회는 4명의 CEO후보자 가운데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를 끝으로 공식 CEO직에 취임할 예정인 황 내정자는 이튿날인 17일부터 업무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수장으로서 역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KT는 ‘삼성맨’인 황 내정자가 삼성의 경영마인드인 ‘혁신’과 ‘화합’의 리더십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간 통신 사업의 포화로 신사업에 치중했던 KT 사업 비중을 다시 통신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만의 ‘혁신’의 키워드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KT 이석채 전 회장 시절 KT와 삼성전자 간 부풀려진 갈등의 골을 해체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채호(號)시절 KT는 아이폰 도입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의 질긴 악연을 이어왔다. 이후에도 삼성 스마트폰인 갤럭시와 전용선인 와이브로의 단말기 도입 문제로 불화는 끊이지 않았다.

이렇듯 금이 갔던 KT와 삼성전자 사이에 ‘삼성맨’ 출신인 황 내정자를 두고 양 사간 화해의 제스쳐가 오갈 수 있다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국내 모바일 시장은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의 긴밀한 결합으로 유통된 만큼 KT와 삼성전자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정인 삼성과의 긴밀한 관계가 구축될 경우 기존 통신 시장 경쟁구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최대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 KT와 글로벌 통신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이 협력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전문가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그이지만 KT가 공기업에 뿌리를 둔만큼 일반 기업체 경영자 출신인 황 내정자가 기업 문화에 제대로 적응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업계는 제조업 분야의 최고경지에 오른 경험으로 통신의 문외한인 그가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포화상태인 음성통화와 데이터 시장을 놓고 통신업계들의 무의미한 경쟁 속에서 황 내정자만의 새로운 사업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감이 실린다.

기대감 속 우려 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KT의 조직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을 뒤로하고 통신업계의 문외한이라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초기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정부 부처나 경쟁사 간 갈등을 빚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내수 시장으로 무대를 옮긴 그가 시장의 규제나 관행을 몸소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개정안을 놓고 통신사인 KT를 비롯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과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극한의 대립구조에 놓인 것만 해도 그렇다.

특히 제조인 삼성의 경우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휴대폰 사업은 지는 해가 될 것”이라며 개정안에 우려의 표한 상태이다.

또한 32,000명에 달하는 거대조직 KT를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화하는 것도 그에게 놓은 숙제다. 매년 인건비로 1조5,0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KT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쟁사 대비 6배가 넘는 인력을 보유한 KT가 인력 대비 성과 창출이 뒤따르지 못한 점도 황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실적표에서도 이통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오는 4분기 예상 성적도 좋지 못한 상태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감소와 가입자 당 평균 매출 감소가 매출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노동계 “삼성 식 경영마인드, KT에 효율성 있을지 의문”

황 신임내정자가 KT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추대되자 노동계는 일제히 우려섞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KT에 삼성 식 경영마인드가 과연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된 삼성의 문화로 KT를 종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도 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동탄압 등의 인권 문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하는 만큼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T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도 “삼성CEO출신이라는 점은 KT에 산재한 노동인권문제를 해갈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KT에 산재된 노동인권, 통신공공성 등의 개선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신임 내정자는..

KT의 새로운 수장 황창규 내정자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 당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분야의 입지전적을 새롭게 다졌다.

이른바 '황의 법칙(Hwang’s law)'으로 알려진 메모리 신 성장론은 1965년 인텔사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 박사가 내놓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 즉, 메모리칩의 능력이 18개월마다 2배가 된다는 법칙을 깨뜨린 이론이다.

그는 부산서 태어나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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