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能力보다 無責任’ 실망과 분노 "고조"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9-28 1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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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及落’은 필연적 후보시절 원칙 신뢰의 리더십 상실 ‘지지율 급락’
‘민생은 뒷전’ 전세값 일자리 창출 실업대란 외면


● 대통령이 이렇게 마음이 좁아서야

박근혜 정부가 출범 7개월을 넘기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갈등을 하루 속히 해결하느냐, 확산시키느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으로 여야가 한 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치닫고 있어, 이를 보는 국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이 드는데 이런 정쟁(政爭)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지 걱정들에 함몰되어 있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7개월 동안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묻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인데 치솟는 전세 값, 일자리 창출, 실업대란 등이 더 큰 문제인데, 정치권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문제로 거의 몇 개월을 허송세월을 해왔다.

특히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채동욱 검찰총장의 밀어내기가 일부 시민단체나 야당이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의 방법이 졸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을 검찰의 수장이 내연의 자식이 있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사의를 표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받아주지 않은 채, 법무부 감찰을 한다는 것은 채 총장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결국 한 달을 끌다가 사표는 수리되었지만 의혹만 부풀리는 꼴이 되었다.

대통령이 이렇게 마음이 좁아서야 어찌 국민들이 대통령을 믿고 따르겠는가. 채 총장의 경우 일단 사표를 수리하고 사생활 문제는 스로 밝히도록 했어야 할 일이지 질질 끌다가 유전자감식이니 뭐니 하고 창피만 주다가 일이 끝난 것도 채 총장을 임명한 임명권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 박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었을까?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의 결과를 두고 하나마나한 회담이라고 국민들은 비평을 한다.

국민들은 정국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이 선물보따리를 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결과는 빈 보따리였다. 야당이 국회로 들어가 국정을 살필 빌미를 주지 못했다. 결국 야당이 국회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몸만 들어왔을 뿐 마음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민생투어를 한다고 한다.

역시 박 대통령은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었다. 꽉 막힌 불통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국회가 식물국회로 제구실을 못할 때,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천막을 찾아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제 천막을 걷고 국회로 돌아가 주십시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문제가 있었다면 앞으로 대통령인 제가 국정원 개혁을 하겠습니다. 국회로 돌아가십시오. 모든 것은 대통령인 제가 책임을 지고 풀어나가도록 노력할 테니 돌아가 주십시오.”라며 김한길 대표의 손을 잡아주면 지금까지 꼬인 정국이 하루아침에 풀려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위상은 지금의 지지도보다 더 높은 고공행진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어떤 틀을 만드는 순간 정치의 환경조건은 그 틀을 벗어나 새로운 틀을 만들기 때문에 임기응변식 물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못해!’라는 사고는 결국 정국을 꼬이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정치엔 정답이 없다. ‘정치를 물같이 하라.’는 화두(話頭)는 모든 정치인들도 공감을 할 것이다. 정치의 교과서를 버려야만 물같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시절과 대통령이 된 후의 자세가 달라져서 그런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원칙과 신뢰란 말을 수없이 들어 온 국민들이다. 그런 그를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는데, 선거기간의 공약과 대통령이 된 후의 공약이행이 다르다면 나머지 모든 것도 믿지 못할 것이다.

● ‘노인기초연금’ 공약 물거품 전락

노인연금 문제도 그렇다. 노인들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처음엔 새 정부가 들어서고 20만원을 줄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취임 불과 7개월이 지나 그 약속이 깨어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소득 하위 노인 70%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소득 상위 30% 노인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 하위 70% 노인에 대해서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10~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 기준으로 노인 1명은 월 83만원, 노인 부부는 132만8000원이면 소득 하위 70% 경계에 든다. 복지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안을 공식 발표하고 11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소득 상위 30% 노인은 현재의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아예 기초연금 대상에서 배제된다. 기초노령연금 수령자인 하위 70% 노인에 대해서만 10만~20만원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현재 기준으로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기간이 12년에 못 미치면 20만원을 온전히 받을 수 있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받는 기초연금액은 줄어든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30년이 넘으면 기초연금 10만원만 지급된다.

이에 따라 기초노령연금 수령 대상 노인 391만명 중 90%인 353만명은 20만원을, 20만명은 15만~20만원, 10만명은 10만~15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가입기간이 길수록 받는 기초연금액이 줄어드는 방식이라 장기 가입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은 미래세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후퇴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야당과 진보성향 시민사회 단체 등을 중심으로 복지 공약 후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렇듯 공약이행의 불가피선에 대해 많은 노인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심지어 ‘노인표로 당선된 박근혜가 이럴 수 있나?’라는 볼 매인 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여기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사의를 표했다.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줄줄이 사의를 표한다는 것은 물론 기초노령연금과도 상관관계도 있겠지만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다.

진영 장관이 사의를 표했는데 국무총리가 반려를 종용했고, 청와대도 반려를 했는데 정작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화까지 꺼놓고 대답이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과 정국을 이끌어 갈 고위공직자들이 이렇게 하나 둘 물러나는 현실을 두고 무슨 생각들을 할까. 불과 새 정부 7개월 만에 말이다.

● 前정권과 차별화 악수, 설익은 정책 남발

요즘 박근혜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역대 정부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정권에서 뭔가 보여줘야 하겠다는 중압감에서 일을 서두르고 있지만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못하고 있다. 그저 책상머리에 앉아서 설익은 정책만 양산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전 정권의 정책과 사업은 팽개치고 전 정권과 차별화하는 악순환만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들의 명석한 두뇌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정책이 나올만한데 그들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청와대 수석들이나, 국무위원들과의 소통도 잘 안 되는데 국민들과 소통은 더욱 어려운 일 아닌가.

가끔 청와대에서 수석회의나 국무회의를 TV에 방영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만 얘기를 하고 국무위원이나 수석들은 대통령의 말씀을 메모를 하는 수준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그들이 누가 소신껏 의견을 개진하겠는가.

물론 청와대 현장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TV에 방영되는 것만 봐도 대통령의 불통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북문제만도 그렇다. 지난 개성공단 문제에서 개성공단의 폐쇄와 재가동이 정부는 ‘원칙대로 밀고 나갔더니 원칙이 통했다.’라는 식의 자만이 결국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이 연기되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는 동력을 잃고 있다.

● 원칙만 따진다면 신뢰 급속히 잃을것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옛 말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정치의 최고 미덕은 물과 같다는 의미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물질인 물의 특성을 의미한다.

두개의 수소와 한 개의 산소가 합쳐 기상천외한 물이란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기체가 되었다가 다시 액체가 되고 또 고체가 되었다가 다시 액체로 변하여 그 틀(그릇)이 없이 이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고 수용한다.

노도와 같은 해일이 몰려와 세상을 휩쓸어 버릴 수도 있고, 조용히 만물에게 새 생명의 물줄기를 공급하여 삼라만상을 자연스럽게 포용하고 지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정치란 잠시도 쉬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신과 변화를 하는 아메바 같은 유기체 조직이다. 이에 대응하는 정치는 일정한 틀에 묶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하며 예측불허인 정치는 그릇이 없는 물처럼 모든 것을 치유하기도 하고, 수용하기도 하며 포용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정치학 교과서를 버려라.’ 또는 ‘정치의 틀을 깨어라.’라는 말이 요즘처럼 정치의 혼란을 면치 못하는 오늘의 우리나라에서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우리는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찬 모습을 보고 싶다. 남북한 문제나 꽉 막힌 정국문제 등 원칙, 신뢰만 따진다면 결국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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