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객정보유출 속수무책..“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필요”

이희원 / 기사승인 : 2014-01-14 15: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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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특검·제제 발표 실효성 논란 여전...5천여건 유출 KB카드 영업정지 되나?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의 특검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등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내려 질 듯

▲ 1억건 이상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카드사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익 농협카드 분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Newsis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사상 초유의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에 금융감독당국이 사후 대책마련을 위한 특별검사에 나섰다. 1억 건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3개 카드사인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의 특검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등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카드사들이 유출한 개인정보의 강도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개인정보이외에 신용거래를 위한 민감한 신용정보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대출거래내역 등이 유출내역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개인고객들의 거래가 집중된 금융사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특히 고객 정보가 유출된 루트가 내부직원과 파견 직원 등 보안 규제가 가능한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뒷북 금융당국 대책 마련 실효성 ‘논란’

13일 금융감독원 신제윤 원장은 “(카드사의)고객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금융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유례없는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KB국민·NH농협·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 대한 특별검사 발표 직후 신 원장이 금융위원회 간부회의를 통해 이 같이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감독원, 보안관련 IT업체, 91개 금융업계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및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을 긴급 소집해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오는 17일 첫 회의를 갖는다는 방침을 내놨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제재 발표에도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등 금융사의 크고 작은 유출 건은 최근 몇 년 새 끊임없이 발생했기에 이번 ‘강도 높은 제재’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지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잇단 고객정보유출 사고..교묘한 수법·민감한 정보 유출까지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등 카드 3사의 1억 건에 달하는 고객정보유출에 앞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13만 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금융권의 고객정보유출 사고는 처음이 아니라는 것. 지난해 메리츠 화재와 한화손해보험 등 보험회사에서 고객신용정보가 대리점을 통해 30만 건 이상 유출됐으며 현대캐피탈과 IBK캐피탈 역시 고객 정보유출에서 안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사 고객정보유출의 루트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내·외부 직원들의 소행이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해킹 등 교묘한 수법을 통해 유출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금융사의 책임이 크다.

특히 카드업계와 경찰이 밝힌 이번 카드사의 고객정보유출 내역을 살펴보면 성명과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 이외에도 주민등록번호, 대출거래명세, 신용카드 승인내역 등 개인의 민감한 신용정보가 유출된 것도 5천건이 넘어서 절반을 넘어섰다.

이렇듯 민감한 신용정보의 유출은 개인의 생활패턴은 물론 소비습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해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현재 1인당 금융사기와 관련해 전화·문자 등이 매일 평균 10건 이상이 접수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고객정보유출 내역에 민감한 사항이 포한된 만큼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소연 “금융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필요”

금융소비자연맹은 사상 초유의 고객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사 회원의 보이스피싱 사례가 접수되자 이에 따른 피해사례 접수에 나선다.

14일 금소연은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등 카드 3사는 물론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에서도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자 고객정보유출 사고 소비자피해 방지와 대응을 위한 피해사례를 추가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성명,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물론 대출·카드사용내역 등도 포함돼 각종 사기 등 범죄에 노출된 상태다.

금소연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이용자인 박 씨가 지난해 11월부터 <00 고객님 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00%으로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통화버튼을 누르세요, 아니면 사이트에 신청하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수십 통 수신했으며 또 다른 내용의 보이스 피싱이 들어오자 민원을 제기했다.

강형구 금융국장은 “박 씨와 같은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면서 “금융사는 고객정보 보호에 대한 보안시스템 투자를 늘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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