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삼성 이건희 회장에 내민 화해 손길..삼성의 속내는?

이희원 / 기사승인 : 2014-01-23 15: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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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가 형제간 소송전쟁이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사진 왼편)이 삼성 이건희 회장(오른편)을 상대로 낸 소송을 취하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내는 진정한 화해 무드가 아니라는 데 업계는 무게를 실었다. ⓒNewsis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상속 소송으로 얼룩진 삼성 가(家) 형제 싸움이 이맹희(80) 전 제일비료 회장이 재판부에 화해의 뜻을 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 전 회장이 동생인 삼성전자 이건희(72)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 소송 항소심 공판에서 조정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최후 진술에서 공개한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에서 ‘해원상생'(解寃相生)’을 호소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의 심리로 진행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결심재판에서 삼성 측 대리인 윤제윤 변호사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고(故)이병철 선대회장의 승계에 대한 정통성의 문제”라면서 “(이맹희씨가)재판에서 허위 주장 등 선대회장의 유지를 왜곡하며 이 회장의 정통성마저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건의 본질을 유산 상속이 아닌 그룹 내 정통성과 원칙에 초점을 맞춘 것. 내달 최종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자필 편지 내용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소송가액으로 얼룩진 형제 간 다툼에 형 이맹희 전 회장의 자필 편지 내용은 어떠했나.

대리인을 통해 재판부에 공개한 자필 편지에서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재판 도중 건희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이제 재현이는 감옥에 갈 처지에 있고 저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당한다”면서 “재판이 끝나면 내 가족은 또 어떻게 될지 막막한 심정이라 저로서는 굴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화해를 통해서만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삼성家 장자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람이다. 아직도 진정한 화해를 꿈꾸고 있다"면서 "제 나이가 83이고 재작년에 폐암으로 폐의 3분의 1을 도려냈으며 최근 전이돼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 14일 서초동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가(家) 유산소송' 항소심을 마친 양측 변호인들. 이건희 회장 측 소송 대리인인 윤제윤(앞쪽) 변호사와 이맹희 전 회장 측 소송 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Newsis

그는 (선대회장이)승계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으며 오랜 기간 해외에 머물게 된 상황 역시 동생인 이 회장이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총수에 오른 이 회장에 부담을 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건희가 나를 부담스러워하면 그것이 삼성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말하면, 외국에서 영원히 살면서 귀국하지 않을 생각을 했었다. 나는 내 자취를 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날 이 전 회장 측은 자필 편지에서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주식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형제 간 치킨게임이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2년 넘게 지루하게 이어온 삼성가(家) 형제간 법정 공방에 이 전 회장의 최후 변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다음달 6일, 최종 선고 공판에서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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