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룹, 포스코건설 연이은 담합에 ‘윤리경영’ 타격

박은미 / 기사승인 : 2014-05-14 1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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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號, ‘갑 의식 타파’ 공염불에 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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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박은미 기자] ‘윤리경영’을 외치던 포스코건설의 위상이 추락했다. 올해에만 4건의 입찰 답함 혐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고 부과 받은 과징금 금액만 280억 원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입찰 담합 행위를 벌여온 포스코건설은 급기야 검찰에 고발당할 위기에 몰렸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정성을 들여온 윤리기업 이미지 구축은커녕 시대적 화두인 경제민주화 바람조차 무색케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불공정 입찰 담합에 관한 ‘상도덕 불감증’이 포스코 건설에 만연돼 있는 게 아니냐는 질타도 쏟아졌다. 특히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공식 취임한지 불과 한 달여밖에 안된 상황에서 포스코건설의 담합 비리가 반복된 것을 두고 권 회장의 경영 혁신을 위한 자정노력이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스코건설 한달에 한번 꼴로 입찰 담합, 상도덕 불감증 심각
공정위, 과징금 280억원 부과 및 검찰고발 방침 밝혀 ‘철퇴’
권오준 “갑 의식 타파하겠다” 경영혁신…담합 적발로 ‘찬물’

들러리 업체 세워 허위낙찰

포스코건설의 입찰 담합 행위가 또다시 적발됐다. 올해만 들어 네 번째로 건설사 중 가장 많은 건수이며 합산된 과징금 규모만 28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구·서부하수처리장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포스코건설과 한솔이엠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2억 4,200만 원을 부과했으며 법인 및 해당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키고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과 한솔이엠이는 지난 2010년 9월 조달청이 발주한 대구 서부하수처리장 등 설치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포스코건설이 낙찰되도록 사전에 합의했다.

포스코건설은 설계 품질이 떨어지는 형식적 기본설계(B설계)를 별도로 마련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 한솔EME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투찰가격도 미리 통보해 자신들이 낙찰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 결과 포스코건설은 공사 추정금액(648억 7,400만 원) 대비 94.95%라는 높은 비율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에 공정위는 두 회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2억 4,2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포스코건설이 52억 3,500만 원 한솔이엠이는 10억 700만 원.

특히 국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환경 시설에서의 입찰 담합은 지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임찰담합을 금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잇달아 어긴 포스코에 대해 엄중히 제재했다”며 “경각심을 높여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번 꼴 담합

지난해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6년간(2008~2013) 30대 대기업의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 전체의 위반건수는 2012년 대비 105건 늘어난 353건이었다. 위반내용을 보면 입찰담합이 173건으로 가장 많아 건설사들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1월 공공부문 사업에서 담합 혐의가 있는 건설사에 대한 엄중 처벌을 강조하고 대기업과의 일전을 선포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 독점규제 행위를 발본색원해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될 수 있게끔 조사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날 선 조사를 실시하면서 포스코건설는 거의 매달 적발되며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담합 행위에 대한 강한 적발 의지로 지난 4달간 6건의 입찰 담합 건설사들이 밝혀진 가운데 포스코건설은 이번 대구·서부하수처리장공사를 포함, 무려 4차례나 공정위의 적발됐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지난 1월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를 시작으로 △공촌(청라지구)하수처리장 증설 및 고도처리 시설공사 △광주·전남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관련 담합 혐의로 인천지검 특수부에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담합 사실이 적발된 셈이다.

10여개 건설사와 함께 무더기 적발된 인천지하철 2호선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입찰에 담합 행위로 각각 95억 원, 5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아울러 조달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담합에 참여한 건설업체에 대한 과징금과 시정명령 의결서가 제출됨에 따라 계약심사위원회를 열고 6~24개월 동안 입찰을 제한키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은 대구도시철도와 LH가 2009년 1월 공고한 인천 청라지구의 ‘공촌하수처리시설 증설 및 고도처리 시설공사’와 2011년 5월에 공고한 ‘광주·전남 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입찰’ 에서 코오롱글로벌과 짜고 허위낙찰을 저질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적발된 모든 담합 행위에서 포스코건설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간 들러리와 낙찰자로 역할을 나눠 공사를 손쉽게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공정위가 적발한 일부 담합 행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억울한 부분은 정리해서 법적 행정소송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그 동안 포스코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답함 사실이 잇달아 드러나며 이미지 추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자유 시장 경쟁 질서를 파괴하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보다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이 훨씬 크니 연이은 담합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관련 임직원의 형사처벌 및 공정위의 엄중한 제재를 촉구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Newsis
권호준호(號) ‘담합’에 발목 잡혀

포스코건설이 연이은 입찰 담합이 적발되며 새롭게 출범한 권오준호(號)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취임사에서 “사회문제로 떠로은 ‘갑’ 의식을 타파하겠다”며 윤리경영을 강조했음에도 포스코는 ‘을’격인 들러리를 내세워 담합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4일 취임 후 두달째를 맞는 권 회장은 포항제철 시절부터 시작해 잔뼈가 굵은 ‘포철맨’으로 불린다. 권 회장은 기술 분야를 두루 섭렵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됐을 뿐더러 정치색을 띄지 않는 독립적인 성향으로 포스코에 새 바람을 불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 그룹의 창립 46주년인 지난달 1일 계열사 사장 및 임원 20여명과 함께 서울 국립현충원에 있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포스코의 정권눈치보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올랐다.

포스코 회장이 회사 창립기념일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정중양 전임 회장의 사퇴 배경에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 회장의 묘소 참배 행보에 대해 안팎으로 뒷말이 나왔다.

사실상 공기업으로 시작한 포스코는 공기업 내에 혈연·지연·학연 등 파벌 문화가 지속돼 회장선임 때마다 외압논란을 빚었다. 김만제 회장, 유상부 회장, 이구택 회장부터 ‘친MB맨’으로 불리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까지 포스코는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좌지우지되는 상층부의 모습이 자칫 회사 전체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년 이상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윤리 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해 오면서도 이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두고 그동안 정치권에 끌려 다닌 윗선의 결과라며 꼬집기도 했다.

한편 권 회장이 취임을 하며 ‘POSCO the Great(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창업이념을 되살려 경영 쇄신 하자는 것이었다. 권 회장은 이를 국가 경제발전 기여, 국민의 사랑, 세계인의 존경 등으로 요약했다.

따라서 비윤리적 답함으로 실추된 포스코의 이미지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포스코’를 완성하기 위해 권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또한 공정위가 이번 담합에 대해 검찰 고소 방침을 밝힌 만큼 검찰의 수사의 향방에 따라 권 회장의 경영 혁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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