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C, 미분양 떠넘기고 대금 미지급 논란...말로만 ‘함께 멀리 경영’

박은미 / 기사승인 : 2014-08-21 13: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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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박은미 기자]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L&C는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동반성장 협약식’을 매년 개최해왔다. 한화L&C 김창범 대표는 협약식에서 “한화L&C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가족이자 동반자인 협력사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협력사들과 상생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발굴해 ‘함께 멀리’라는 김승연 회장의 동반성장 경영철학 이념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을 강조한 김창범 대표의 발언과는 달리 한화L&C는 상생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하도급 횡포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갑의 지위’를 이용한 한화L&C의 일방적인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협력업체들은 울분을 토했다.


정산 없이 공사 요구, 대금 대신 대물아파트 강요
하도급공사 계약은 매매계약으로 둔갑 법망 피해
‘함께 멀리 경영’이라더니…동반성장 취지 무색


▲ 한화L&C와 효창산업이 맺은 상품매매계약서에 의하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을(효창산업)’의 책임으로 규정되어 있다.
공사대금 대신 ‘아파트’가 왠말


건설사가 하청업체에 주어야 할 공사대금 대신에 현물로 주는 아파트인 대물아파트.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건설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대물아파트가 문제가 다시금 터져 나왔다.


대구의 인테리어 업체인 효창산업은 “지난 7년간 한화 L&C로부터 공사대금 대신 6건의 대물아파트를 떠안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화L&C는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는 조건으로 공사대금을 아파트로 대신하는, 이른바 ‘대물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을 하청업체에게 강요했다고 한다.


한화L&C와 효창산업이 맺은 하도급 계약서에서도 의문점이 발견됐다. 한화L&C는 효창산업과 하도급 계약을 하면서도 공사계약서가 아닌 자재 납품용 ‘상품매매계약서’로 대신한 것. 이렇게 하면 원청업체인 한화L&C는 하도급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각종책임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상품매매계약서에 의하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을’, 즉 효창산업의 책임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한화L&C가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비동반성장적인 행태를 일삼은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방적인 계약조건으로 효창산업은 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사고처리 비용과 공사 대금을 메우느라 30억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전사고나 미분양으로 인한 손실 등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지우려는 이러한 행위는 건설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부추기고 확산시켜온 주범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하청업체를 실질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 국내 건설업계의 갑의 횡포를 근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효창산업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모건스탠리 빌딩 앞에서 “한화L&C는 밀린 대금 20억원을 지급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금 미지급 논란, 공정위 조사


한화L&C의 하도급 미지급 횡포가 도마에 올랐다. 효창산업으로부터 공사대금 미지급 건으로 신고를 당한 한화L&C는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효창산업에 따르면 한화L&C는 아파트 창문 인테리어 공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추가 공사를 요구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 한화L&C는 공사가 끝난 후에도 추가 공사대금은 추후 정산하겠다며 지급을 미뤄 지난 7년간 효창산업이 받지 못한 대금은 20억원에 이른다. 이에 지난해 10월 효창산업은 하도급 대금 미지급 혐의로 한화L&C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효창산업은 “예산 부족을 겪으며 추가 공사대금 정산을 요청했지만 한화L&C는 협력업체의 재정상 어려움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 공사 강행만을 요구했다”며 “공상으로 처리하면 추후 한화L&C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화 L&C 건축자재사업부 모건스탠리 매각을 앞두고 정산 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 것 같다”며 “결국 회사 재정만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추가 공사 대금에 대한 한화L&C의 정산이 지연되면서 현재 효창산업은 예산 부족은 물론 부도가 우려되는 상황. 급기야 효창산업 직원들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모건스탠리 빌딩 앞에서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효창산업은 “협력업체에 대하여 원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공사대금을 정산을 미루고 일방적인 공사강행을 강요하고 있고 이에 협력업체들은 매우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다른 하도급 업체 역시 한화L&C로부터 아파트 대물 강요 등 저희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청 업체를 옥죄는 한화L&C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공정위에 내린 특별점검 지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정위에 “중소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장기어음 지급으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Newsis
보여주기식 ‘동반’ 불신만 키워


한화L&C는 협력사들과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동반성장 협약식 및 우수 협력사 포상식’을 개최해 왔다. 김창범 한화L&C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약 13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과 동반성장 업무협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한화L&C는 상생협력을 위해 현금 결제 비율을 97%이상으로 확대하고, 협력업체 설비투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100억원의 상생펀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L&C의 불법적인 하도급 관행에 드러나자 이중행동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며 ‘동반성장’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겉으로는 상생을 약속하면서도 뒤로는 협력업체를 옥죄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는 ‘공사 대금 미지급’ 등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은 하청업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원청업체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설현장의 갑을 관계 해소를 위해 대형 건설사들이 나서 하청업체와 노동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고 상생 문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요주간>은 이와 관련된 한화 L&C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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