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CJ, 검찰 칼날에 그룹 총수 이어 계열사 임직원까지 추풍낙엽

박은미 / 기사승인 : 2014-10-01 09: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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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Newsis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수사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의 비자금 혐의와 관련 이재현 회장에 이어 이미경 부회장, CJ계열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이재환 대표 등 총수 일가 삼남매를 핵심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CJ E&M과 CJ제일제당의 계열사 임직원들도 잇단 비리연루 혐의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의 측근이자 CJ그룹 외식사업을 총괄하는 노희영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가하면, CJ E&M은 국내 한 연예기획사와의 불법거래에 연루돼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특히 CJ E&M의 경우 자사 직원이 회사 미공개실적을 증권사에 사전 유출해 개미들의 피해를 키운 혐의가 드러나 업계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의 검찰 소환 사태를 시작으로 계열사 임직원들이 비리 혐의에 연루되는 등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어 CJ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삼성家 선처호소 불구 이재현 3년 실형, 양측 모두 상고
‘세금 탈루’ 수사 중 부사장 선임 노희영, 결국 자진 사표
CJ E&M, 비리연루 의혹에 실적유출로 개미투자자 울려


이재현 회장 공백 장기화?

1,600억 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의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내심 집행유예까지 기대했던 CJ그룹은 1심에 이어 2심에도 징역 3년의 실형이 떨어지자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회장의 공백이 1년 넘도록 장기화 되면서 CJ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액이 계획 대비 35% 차질을 빚는 등 사업 전략에도 큰 위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올해 2조 원 투자를 계획했으나 상반기 투자금액 1조 3,800억 원 가운데 약 35%에 해당하는 4,800억 원을 투자하지 못한 것으로 지난 25일 확인됐다.

이재현 회장 측 변호인과 검찰, 양측 모두 상고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에 각각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회장 측은 항소심 선고 직후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수감생활이 어려운데도 실형이 선고돼 매우 안타깝다”며 상고심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상고심을 통해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일본 부동산 관련 308억 원 배임과 법인세 33억 원 포탈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이 회장의 횡령 혐의 중 CJ㈜ 법인자금 603억 원 횡령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것은 재판부가 사실오인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 회장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총 1,657억 원의 탈세·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작년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조세포탈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에 벌금 260억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국내 법인자금 603억 원 횡령 부분 등을 무죄로 판단한 뒤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으로 감형했다.

한편 범 삼성家는 지난 6월 서울고법 형사10부에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공동 탄원서를 낸 바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 범 삼성家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내린 것을 두고 재벌총수들의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재판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이미경 측근’ 노희영 전 사장, 불명예 퇴진

외식업계 ‘미다스 손’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노희영 CJ제일제당 부사장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이미경 부회장의 측근이자 CJ그룹의 외식사업을 총괄하는 노 전 부사장은 5억여 원의 조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직후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CJ그룹은 노 전 부사장이 사표를 제출해 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그룹 측에서는 사의를 만류했으나 노 전 부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H컨설팅펌을 통해 회사 운영비용을 허위로 계상해 3년 동안 세금 5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해 노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 고문은 당초 CJ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도 조사 받았지만 검찰 조사결과 혐의점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에서 임원을 지내다 2010년부터 CJ그룹에서 외식 사업을 총괄하는 브랜드전략 고문 등을 맡아온 노 전 부사장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말에는 CJ그룹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던 당시 노 전 고문을 CJ제일제당 부사장 겸 CJ푸드빌의 CEO 어드바이저로 임명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사를 그룹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공권력을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이러한 비난 여론이 노 전 부사장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와 사임을 결심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또한 이재현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은 가운데, 노 전 부사장까지 재판을 받으며 계속해서 그룹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 노희경 전 CJ제일제당 부사장 ⓒNewsis
CJ E&M, 잇단 구설수로 이미지 추락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J E&M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CJ E&M이 영화 ‘명량’ 속 배설 장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그의 후손인 경주 배씨가 배급사인 CJ E&M을 형사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CJ E&M이 투자 배급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과 ‘수상한 그녀’도 각각 학원 이미지 실추와 음악 표절 논란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 15일에는 CJ E&M이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와의 불법거래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김 대표는 2000년대 후반 CJ E&M의 계열사인 엠넷미디어에서 제작이사로 일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J E&M 측은 “김광수 대표와 CJ E&M 사이에 돈거래 중 불법적인 거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며 부인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8일 미공개 회사 실적 정보를 빼돌린 CJ E&M 직원이 구속되며 CJ E&M의 주가마저 급락했다. 기업과 증권사 간의 은밀한 ‘정보 거래 관행’에 대해 검찰이 사법 처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최초라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CJ E&M의 실적정보를 기관투자자들에게만 미리 유출한 혐의로 CJ E&M 직원 양모 씨 등 2명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김모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CJ E&M 직원 양 씨 등은 작년 10월 16일 CJ E&M의 실적 발표 전 김 씨에게 CJ E&M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알려줬다. 당시 주식 시장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00억원을 넘는 상황이었으나 양 씨 등은 실제 영업이익을 예비 집계한 결과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씨에게 통보했다.

김 씨는 해당 정보를 미리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했고 펀드매니저들은 CJ E&M의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100억여 원의 손실을 피했다.

실제 CJ E&M의 3분기 영업 이익이 85억 원으로 발표되면서 주가가 9.45%나 급락한 가운데 검찰은 일부 펀드 매니저들이 공매도에 나서 주식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판단했다.

주식 하락의 피해는 대부분 개미 투자자들이 떠안은 것으로 드러나 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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