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 폐해 심각...교육 백년지대계 '실종'

최영환 / 기사승인 : 2014-10-28 17: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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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최영환 기자] 전국 4년제 대학에서 학과 신설·폐과 등의 통폐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에서는 기껏 학과를 신설하고 몇 년만에 폐과 시켜 버리거나, 학과 특성 등을 고려 않고 무분별하게 통폐합하는 바람에 59건 중 사라진 학과가 120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08~2014년 전국 4년제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7년간 전국 191개 4년제 대학 중 161개 대학에서 학과의 신설․ 폐과 등 254건의 통폐합이 이뤄 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서로 연관성이 없는 학과가 통합된 경우가 58건이며, 이를 위해 폐과된 학과는 118개로 나타났다.

유 의원이 공개한 161개 대학의 학과 통폐합 현황을 보면, 서로 다른 전공을 무리하게 통합해 기형적인 전공으로 통합한 경우가 58건 확인됐으며, 이 과정에서 폐과된 학과는 11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설이나 통합했다가 단순폐과시켜 버린 경우는 30건이었고, 타 학과와 통합되면서 통합폐과가 된 경우까지 합하면 59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문, 예체능 계열 폐과해 사회, 공학 계열 신설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이뤄진 학과 통합 과정에서 학문적 연관성이 낮은 타 학과(전공)와의 통합을 위해 폐과가 가장 많이 된 학과는 공학계열로 34개(28%)이지만, 공학계열은 타 과를 통합해 가장 많이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인문계열의 27개 학과는 통합으로 사라졌고, 실제 신설된 개수는 지난 7년 동안 8개에 불과했다. 특히 공학, 사회 계열은 폐과된 비율에 비해 신설된 비율이 컸다. 이는 타 계열의 학과를 폐과해 공학, 사회 계열의 학과를 통합신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학과들 중에는 생겨난 지 평균 1.93년 만에 폐과 또는 통합된 사례도 많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단순신설하거나 통합(신설)한 학과 중 6년 안에 단순폐과시켜 버린 경우는 30건, 타 학과와 통합하면서 폐과가 된 경우까지 합하면 59건이 확인됐다.

경주대 ‘경영학과’의 경우 2011년에 ‘글로벌경영’, 2012년에 ‘무역학과’를 차례로 흡수통합한 후 2013년 폐과하는 등 통합에 통합을 거듭한 사례도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기에 신설됐던, ‘자유(자율)전공학부’의 단순폐과가 24건 중에 6건이 확인됐으며, 2008년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상명대학교는 2013년에 해당학과를 단순폐과시켰고, 숭실대의 ‘이공계자유전공학부’는 학과 신설 2년만인 2010년 폐과됐다.

또한 원광대는 2010년에 신설한 ‘자율전공학부’를 2011년 교육부의 ‘재정지원 및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에 지정된 이후 교육부 컨설팅을 통해, 2013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폐과시켰다.

59개의 폐과 사례 중 23개 전공이 인문사회계열 전공으로, 31%에 달하는 18개 전공은 공학계열, 자연과학계열 전공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홍 의원은 “대학들이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을 학과특성화, 학문융합 등의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육부는 대학 학생정원 감축, 학과 폐지 등 눈에 보이는 실적쌓기에서 탈피해 근본적인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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