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

감용훈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4-11-21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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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용훈 칼럼니스트] 정권 초 규제완화와 기업 및 소상공인 사업시도와 진행에 어려움을 없애겠다는 박 정권의 굳은 의지는 말은 말았지만 그래도 진정이 있어보였다. 국력과 국가적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아까지 않았다. 허나 중요한 것은 시도와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고 국가 원수로서 챙겨야할 민심을 챙기지 못해 지금까지 오물을 뒤덮으며 청와대에서 고심을 하고 있다.

5,000만이 넘는 규모의 대통령으로서 달랑 수첩하나만으로 정국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국민들에게 수첩공주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이상할 리가 없다. 대선 때 풍겨졌던 이미지와 상반된다고 이제와 사기를 당했다고 국민들은 원망 하지만 굳이 내가 대신 반문을 해준다면 그것을 이제야 알았을까? 그녀의 성질과 성격은 이미 대선 전부터, 그 행보와 사고가 의원생활을 할 때부터 언론에 의해 집중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해방 이후 세대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에서야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지지자 역시 너무 옹졸하기 작이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기 전 충분히 도끼의 특성과 용도를 익혀두었다면 찍힐 일도 없지만 설령 찍혔다면 그것은 사용자 부주의로 누굴 원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럼에도 제 손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도끼타령을 하고 있으니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 또한 갑갑할 노릇이다. 제3의 인물에게 강매를 당하여 구입을 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브랜드와 용도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선택을 하였다면 그것은 선택한 자의 문제이지 선택당한 대상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 대다수가 청와대를 바라보며 흉을 보기 바쁘고 한 번의 도끼질 실수를 도끼 탓으로 몰고 가니 도끼도 화날 수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가 잇겠냐는 말로 국민들이 1년 넘게 지지율을 지켜준 것도 사실이다. 그럼 박대통령의 행보와 사고도 좀 달라져야 했었다. 마치 여전히 한나라당의 당대표로 입 다물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한다고 신뢰받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 그 자리에 도전했어도 안 되고 국민들의 성화에 스스로 앉아서도 안 되었다. 독재정권의 모체라고 불리는 박대통령의 문제만 제외하고서는 우리 역사 어느 왕보다 존경받고 추앙받았던 대통령의 딸로서 아버지의 이름에 누를 끼치는 셈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도 역시 사람이고 권력과 대중의 인기에 여지없이 무너져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렇다면 잘 했어야 했다. 아버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경제든 민심이든 챙겼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기운도 없이 그저 혼자 수첩에 끄적대며 국민들만 우매하게 생각하면 어쩌란 말인가?

아직 정권 2년이 넘도록 제대로 규제이든 정책이든 민심이든 손대지 못하고 있어 자리 값이 아깝기 그지없다. 수첩에 문어발만 잔뜩 쌓아올린 채 한쪽 씩 떼 주며 맛있으면 먹어보고 맛없으면 잘라버리는 식의 인사 정권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인사 행정이다. 지나친 기우인지 전자공학과 출신이 경영수업 한 번 못한 채 오랫동안 재야에 있다가 정계에 들어와 박정희 브랜드로 단숨에 대표와 대통령까지 선출되었으니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귀하게 자랐지 귀하게 해 주기 위한 바닥인생을 겪지 못했으니 국민들의 삶이란 알 리가 없고 친서민적 행정도 뜬구름을 잡는 것도 이해가 간다. 굳이 웃긴 얘기라면 전자공학 출신답지 않게 여전히 그 흔한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최첨단 기계보다 종이수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보안인지 기계치인지 그녀의 행보처럼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시간은 이만큼 그녀에게 주었다. 국민들도 아직 박대통령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있다. 양쪽 다 아직은 연결고리가 있다. 지금 국민들의 좀 더 관대한 신뢰와 기다림을 요구한다면 박대통령은 고운 신발에서 내려와 슬리퍼든 운동화든 신고 시장을 골목골목 민생을 챙겨야한다. 우리는 지금 미덥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신했다간 더욱 흉한 꼴을 볼 수가 있다. 거두절미하고 우리에게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은 신뢰와 기다림보다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솔직함이다. 그것이 박 대통령도 국민도 더 이상 악연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마지막 행보이자 마지막 희망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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