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한진그룹 이중고, ‘오너리스크’에 휘청 ‘빚더미’에 허우적

박은미 / 기사승인 : 2015-01-13 16: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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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Newsis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태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한진그룹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창사 이래 최대 재무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상태가 나빠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지난 6일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재무위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땅콩회항’을 통해 재벌가 오너가 기업의 평판을 넘어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의 경영난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한진그룹의 재무위기는 지배구조상 한계와 오너리스크 위험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총체적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부채비율 10대 그룹 중 최대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올 7월까지 순환출자구조 해소 작업을 마쳐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진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해 경영난을 타개하지 않는다면 몰락의 길을 걸은 부실 그룹의 전철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3년 말 기준 452.4%로 나타났다. 이는 10대그룹 중 두 번째로 부채비율이 높은 한화그룹(144.8%)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삼성그룹(43.0%)과 포스코그룹(54.3%), 현대차그룹(65.7%), 롯데그룹(65.8%), SK그룹(86.8%), LG그룹(99.4%) 등과 비교하면 5~10배에 이른다.

다른 10대 그룹들의 부채비율은 2010년 이후 개선되거나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한진그룹은 2010년 248.3%에서 2011년 381.9%, 2012년 437.3%로 꾸준히 증가했다. 부채총액의 경우 2010년 23조9000억 원에서 2013년 32조4000억 원으로 8조5000억 원이 늘었다.

재벌닷컴은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다른 기업의 상승 속도에 비해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수치 자체가 높아서 재무 건전성이 위험에 도달해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6년간 한진그룹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은 것이 재무위험을 키웠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부실 그룹의 전처를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Newsis
빚 갚으러 사상최대 유상증자에도...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원 외면


한진그룹의 경영난은 한진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부실한 재무구조 탓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한진해운을 인수하며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부채총액은 2013년 말 18조7000억 원에서 2014년 9월 19조3000억 원으로 6000억 원 늘었으며,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창사 이래 최대인 5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로 재무위험을 개선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유상증자로 현금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계획인 것.

대한항공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대한항공 지분 32.2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한진칼 등 자회사들이 참여하는 한편 조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도 재무 위험성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향후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의 차입금은 4조8천억원, 회사채는 1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자회사 한진해운을 추가 지원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 건설비용과 이 호텔 사업 주체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에 대한 지급보증도 부담으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부동산 매각, 업황 회복 및 비용 절감에 의한 영업이익 등의 유동성 현금 흐름 개선만이 대한항공의 신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너리스크’가 경영위기 야기

한진그룹의 경영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너 리스크’를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온 황제식 경영의 일그러진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한진그룹의 최근 불거진 재무위기는 지배구조상 한계와 오너리스크 위험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의 송민경 연구위원은 “오너리스크는 회사의 이미지와 경제적 손실은 물론 나아가 회사의 중장기 성장 기반과 존립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는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오너 일가 한 명의 부적절한 행동이 대한항공의 영업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것은 물론이고 향후 한진그룹 전체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해 대한항공은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입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항공법 운항규정 위반의 책임을 물어 대한항공 인천~뉴욕 노선(KE086)편에 대해 21일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14억4,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만약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25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한진그룹이 추진 중인 경복궁역 옆 7성급 특급호텔 사업도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하면서 사업 추진을 지원했지만 야당은 교육환경 악화를 이유로 반대해왔다. 땅콩회항을 사건 이후 시민단체들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후계구도를 형성할 후보자에 대해서 경쟁 및 자질 검증 과정을 엄격하게 거쳐야 한다”며 “견제 되지 않은 오너 리스크는 불건전한 지배구조를 야기하고 이는 한국 기업과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핵심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오너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핵심 제도로 손꼽히지만 국내의 경우 거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5년 간, 대한항공 이사회에 상정된 152개 안건이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점이 이를 뒷바침 한다. 대한항공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7차례 이사회에서 상정된 152개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기록은 한 것도 없었다.

송 연구원은 “회사와 주주 대표로서 일련의 위기 대응 과정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채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사회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이사회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관련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오너리스크 방지의 핵심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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