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신년회견에 보수도 등돌리나?...대구.경북 매체들 비판 일색

라윤성 / 기사승인 : 2015-01-18 22: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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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Newsis
[일요주간=라윤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진보는 물론 보수진영까지 가세해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매체들마저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가 최고기관의 내부기강이 무너졌는데도 불구하고 수습은커녕 대통령이 국민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반영 하듯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5%로 전주대비 5%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대비 4%포인트 상승한 55%를 기록,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20%포인트나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K(김무성)·Y(유승민) 배후설’이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의 입에서 나왔다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의 폭로로 당청 간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박 대통령에게 더 뼈아픈 것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의 평가가 매우 부정적인 상황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을 비롯해 보수매체들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뛴다.

TK(대구경북)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은 13일자 사설로 "이번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견 내용은 이런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설은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에 대해 경질 의사가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번 회견은 박 대통령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에 큰 괴리가 있음을 재확인해줬다고 할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직언했다.

<영남일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최근 국민들은 '정윤회 문건' 파문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가 최고기관의 내부기강이 어떻게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야당을 중심으로 청와대 비서실 관련 의혹을 국정 조사 등으로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정국은 더 혼란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박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힐난하고 나섰다.

전원책 변호사는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문건유출 사실에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거리가 있는 회견이 아닌가"라며 "이 상황인식이 국민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라며 꼬집었다.

그는 또한 "대통령은 경제를 말씀하시고 싶었겠지만 국민이 듣고 싶었던 것은 비선실세 의혹과 인사 쇄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인사쇄신은 오불관언(吾不關焉, 모른 척함)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비리가 있어서 자르라는게 아니라 지금처럼 3인방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청와대 시스템을 바꾸라는 것"이라고 청와대 인적쇄신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교수는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과연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이런 저런 문제가 많이 있었지만 나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그런 자세로는 볼 수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개편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모든 문제에서 어느 경우나 조직과 제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장 졸렬한 답"이라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12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는 슬로건과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있었다.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그것을 믿고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대통령이 국민을 보고 가는게 아니라 '나만 보고 가겠습니다'하는 모습 같다"고 개탄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이날 "當斷不斷 反受其亂(당단부단 반수기란)이라고 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고시원(古詩源)>에 수록된 성어인 '당단부단 반수기란'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단행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로 인해 난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간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요구해왔던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 요구를 일축시킨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朴대통령 지지율 곤두박질

한편 박 대통령의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 발표한 1월 둘째 주 여론조사 실시 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5%까지 떨어졌다. 이는 대통령 취임 후 실시한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 때 37%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50대에서는 처음으로 부정평가(50%)가 긍정적인 평가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실시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고 응답률은 1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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