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스 ‘제2의 쌍용차’ 전철밟나?..."흑자 내고도 핵심기술 빼앗기고 폐업수순"

박은미 / 기사승인 : 2015-01-20 10: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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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정치권 “‘먹튀’ 대만자본, 하이디스의 공장폐쇄 중단하라”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실
중국·대만에 핵심기술 빼앗기고 폐업수순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이른바 ‘먹튀 자본’ 논란을 일으키며 제2의 쌍용차 사태로 평가받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하이디스)의 공장폐쇄방침에 대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에 이어 정치권도 공장폐쇄를 철회하고 정리해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회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이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하이디스는 긴급이사회를 열고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하고 고용노동부에 ‘생산라인 및 공장 폐쇄’ 방침을 공문으로 통보했다.

이어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어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가 불가피 하다며 오는 3월까지 직원들에 대한 위로금 지급 등 현안사항에 대해 노조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이디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가전제품 화면의 핵심 부품인 TE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다.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현대전자가 부도 난 뒤, 2002년 중국의 BOE그룹과 2008년 대만의 이잉크사에 연달아 매각됐다.

국내 원조 LCD기업 하이디스에 중국과 대만기업이 대주주로 들어서면서 기술유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 BOE그룹은 기술을 공유한다는 명분으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해 기술을 빼내갔다. 빼내간 하이디스 기술을 이용해 중국 공장에서 LCD를 생산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BOE는 하이디스 기술자료 4331건을 유출한 사실이 지난 2008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BOE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하이디스를 인수한 대만 이잉크사도 별반 바르지 않았다. 이잉크사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흑자를 내고도 설비·연구개발 투자를 하지 않았으며, 대신 특허기술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했다.

중국, 대만 기업에 연이어 매각된 15년 사이 하이디스가 갖고 있던 원천기술과 특허기술은 외국으로 유출됐고, 매각 전 2천여명에 이르던 노동자는 2013년 900여명, 2014년 기준 380여명으로 축소됐다.

결국 하이디스는 지난 7일 이천공장을 폐쇄하고 LCD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이와 함께 약 380명에 이르는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고용노동부에 통보했다.

이는 중국 상하이차가 인수한 뒤 2천600여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불러왔던 쌍용자동차 사례와 판박이다. 상하이차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핵심 기술과, 기술자를 중국으로 데려가고 남아있는 한국회사를 부도처리 했다.

이번 이천 공장의 공장폐쇄 방침 또한 하이디스의 대주주인 대만 이잉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수백억 흑자 내고도 공장폐쇄는 잘못”

하이디스의 공장폐쇄 사태가 노동계에 이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순옥, 이인영, 장하나, 유승우 국회의원, 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 등은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이디스 측에 공장폐쇄를 철회하고 정리해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 의원 등은 “지난 2007년 인수 이후 생산적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기술유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던 먹튀 대만자본 하이디스가 최근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장폐쇄방침을 결정한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기업인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특허권 수익이 900억 원 정도 발생하였음에도 설비투자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LCD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 심각한 요인으로 특허기술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생산현대화와 설비개선에 적극 투자해 경영상의 문제를 하루속히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유 의원 등은 “지난해 수백억 원의 흑자가 있었음에도 경영상의 이유로 공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잉크사의 이번 폐쇄방침은 하이디스가 취득한 특허 로열티와 건물 임대료만 챙기려는 비도덕적, 비윤리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정까지 규제라는 이유로 다 풀어주면서 엄청난 수익만 챙겨 본국으로 떠나버리는 먹튀 투기자본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투기성 외국자본이 아닌, 생산적 투자에 기여할 수 있는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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