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아빠' 뺑소니 용의자 경찰 자수...엉뚱車에 19일 허비 '초동수사' 부실 비난 봇물

백지흠 / 기사승인 : 2015-01-30 10: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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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사고 용의자 허모씨. ⓒNewsis
[일요주간=백지흠 기자] 충북 청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사고 용의자 허모(38)씨가 지난달 29일 경찰에 자수했다.

허씨는 이날 오후 11시 8분경 청주 흥덕경찰서를 찾아 본인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오전 1시 30분경 청주 흥덕구 무심서로의 한 자동차 공업사 앞 도로에서 강모(29)씨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 당시 강씨는 화물차 일을 마치고 임신 7개월 된 아내를 주기 위해 크림빵을 들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앞서 허씨의 부인은 경찰에 “남편이 사고를 낸 것 같다. 설득하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씨의 신병을 수사본부로 인계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뺑소니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본부는 용의 차량 특정에 1차 실패한 뒤 이날 오후 5시 중간 브리핑을 통해 사고 현장 전방 170m에 떨어진 청주차량등록사업소에 설치한 CCTV에서 사건 당일 찍힌 윈스톰 차량을 유력한 용의 차량으로 확정했다.

이후 수사망이 좁혀오는 데 부담을 느낀 용의자 가족이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뺑소니 사고 용의차량이 고급 외제차가 아닌 국산 RV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의 초동 수사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10일 이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강모(29)씨를 숨지게 한 가해차량은 흰색 BMW로 특정됐었다. 경찰은 물론 '네티즌수사대'도 이 외제 승용차 찾기에 혈안이었다.

경찰은 사고 지점에 청주시 등이 설치한 공용CCTV가 없어 영상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주차 차량과 주변 상점에 설치돼 있던 CCTV에서 겨우 사고 현장을 지나는 흰색 차량의 영상을 찾아냈다.

영상을 확인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흰색 BMW, K7,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일 거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과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흰색 승용차는 용의 차량이 아니었다. 엉뚱한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지목해 보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지난달 27일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력을 보강한 경찰은 사고현장 주변을 정밀 재수색한 끝에 새로운 CCTV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해당 영상에 사고 현장 170m 지점을 과속으로 주행하는 국산 RV(윈스톰) 차량이 등장하면서 경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사고 지점 전방 170m에서 찍힌 RV차량은 과속으로 달리다 좁은 길로 급히 우회전했지만 BMW 승용차는 주행하던 도로를 그대로 직진했다. 경찰이 RV차량을 용의차량으로 지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수냐 검거냐

한편 허씨가 자수한 이날 경찰과 언론은 더 혼란스러웠다.
오후 7시경 경찰서로 걸려온 허씨의 부인 전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크림빵 뺑소니 용의자 자수’라는 기사가 쏟아졌고, 그는 제 뜻과는 무관하게 ‘자수한 뺑소니범’이 됐다.

그러나 경찰은 자수가 아니라 ‘검거’라고 주장했다. 제 발로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편이 자수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집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행방이 묘연했던 허씨는 부인이 경찰에 전화한 지 4시간 만에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를 ‘완성’했다.

자수는 형사 재판에서 필요적 감경 사유다. 사망사고 뺑소니 사범이라면 검거와 자수의 형량에 최고 두 배까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허씨는 용의차량이 특정되는 등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데 부담을 느껴 자수를 결심했을 수도 있다. 그의 이날 자수를 순수한 자수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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