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논란' 건보료 개혁 백지화..."1% 부자위해 99% 국민 여망 짓밟나?"

박은미 / 기사승인 : 2015-01-30 11: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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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세모녀 건보료는 5만 150원, 고소득 피부양자는 0원
사회연대성과 소득재분배라는 건강보험의 취지 무색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앞서 2013년 정부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 차별 부과, 부유층의 무임승차 등 건보료 형평성 논란과 관련 ‘건강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꾸려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담배값 인상, 연말정산 폭탄 등으로 증세 논란이 일며 여론이 악화되자 건보료 논의 자체를 무기한 연기했다. 특히 건보료 부과체계가 개편 될 경우 ‘고소득 직장가입자’나 ‘고소득 지역가입자’ 같은 추가소득이 많은 대상들이 인상의 대상이라는 점도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셈법에 치우쳐 저소득층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29일 성명을 통해 “연말정산 논란으로 인한 중산층의 민심이반을 우려한 나머지 필요한 정책 개선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우매한 정부의 정책을 평가 절하했다.

단체는 “현재의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고소득 직장가입자에게 유리한 역진적 제도”라며 “개편 논의 백지화는 황당한 정책 후퇴이며 정치적 셈법에만 치우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도 “고소득 직장가입자의 반대를 의식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고통을 외면한 정부의 결정을 지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경실련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편안 추진 중단 이유로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불합리한 부과체계를 정상화하는 개편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으며, 2년 간의 사회적 논의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은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하며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뒤에서는 서민 증세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행보와 괴를 같이 한다”고 힐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도 정부의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1% 고소득 부자를 위해 99% 국민의 여망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는 부자들에게 걷지 않는 보험료를 서민들을 쥐어짜서 재정을 충당하는 구조로 돼 있다”며 “복지부는 사회연대성과 소득재분배라는 사회보험의 취지와 원리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건강보험혜택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6개월 이상 체납세대 160만 중 70%가 반 지하 전월세에 사는 월 보험료 5만원 이하이다”며 “작년에는 보험료 관련 민원이 6천만 건을 넘었을 정도로 국민적인 불만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은 “기획단이 마련한 부과체계 개선을 즉각 시행하지 않으면 ‘불공정 보험료 납부거부 운동’ 등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부자를 위한 건강보험이 아닌 대다수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이 되도록 투쟁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목희 의원실
형평성 논란에 적자재정까지

현재 건강보험의 부과 체계는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직장가입자는 소득만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에 비례해 건보료가 부과가 되는 반면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성, 연령, 가족수, 집, 자동차 등 다양한 재산목록이 추가돼 건보료가 상승한다.

예를들어 어린 자식이 셋을 키우는 주부의 경우 남편이 실직하자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건보료가 7만 3,990원에서 13만 1,560원으로 띄었다. 생활 여건이 안 좋아줬는데 지역가입자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건보료는 2배로 띈 셈이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자녀 혹은 가족의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등 부유층 피부양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재산이 많은 중·노년들은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에게 무임승차하고, 직장을 다니는 자녀가 없는 가난한 중·노년들은 건보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개다가 현재 피부양자 규모는 전체 가입자의 40%(2,023만명)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러한 피부양자 제도를 기준으로 하면 송파 세모녀의 경우 매달 5만 150원씩 건보료를 지급해야 하며, 전 건보 이사장의 경우 부인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한푼도 안 내도 된다.

이 밖에도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따르면 3주택자는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인 반면, 연간 월세소득 2천만 원 이하인 2주택자는 분리과세 대상이다.

따라서 연간 월세소득이 5백만원인 저가주택 3채 보유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가입자로서 167만원의 건보료를 내야한다.

그러나 연간 월세소득이 2천만원인 고가주택 2채 보유자는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유지돼 건보료 부담이 전혀 없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재정난이 심각하는 것도 건강보험 체계를 손대야 하는 이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2018년 건강보험 재무관리계획안’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2015년 1,321억원의 당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6조 3,000억원, 2040년 64조 5,600억원, 2060년 132억원으로 적자의 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피부양자인 노인 의료비 급등 등으로 재정의 적자가 가속화될 전망인 가운데 현재의 부과체계를 개선해 사회연대성과 소득재분배라는 건강보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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