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조양호 회장 등 임원 퇴직금 50%인상, 조종사는 기본급 1.5%↑"
황경진 / 기사승인 : 2015-03-27 13:35:44
대한항공 관계자 "임단협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일요주간=황경진 기자] 얼마 전 대한항공 임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규정이 변경됨에 따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퇴직금 50%을 더 받게 됐다. 이로써 35년 재직한 조 회장의 퇴직금은 총 560억 원이 됐다.
부채비율이 1000%에 달하는 대한항공이 임원급 인사에게는 퇴직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반면 항공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들에겐 임금협상을 미루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대한항공과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진행 중인 조종사 노동조합 측은 임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사 측에 항의하는 뜻을 담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인 시위는 27일부로 8일째를 맞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은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인 현장을 찾아 조종사 노조 측 관계자를 만나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노조 측에 기본급 총액 1.5%의 인상안을 밝힌 대한항공이 조 회장 등 임원들의 퇴직금을 50% 인상했다는 기사를 확인하고 화가 매우 났었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기본급과 퇴직금을 단순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화가나는 일이다"며 "현재 임단협 교섭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조종사 노조와 사 측간의 임금 협상안은 지난 2013년 미체결됐고 2014년에도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매년 임금 개시를 요구했지만 사 측이 여러 핑계를 대며 협상 자체를 회피하다가 협상장에서 임금 동결을 주장했다"면서 "결국 일반직 노조와 임금협상을 타결한 뒤 그 수준보다도 못한 인상안을 우리(조종사) 측에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9.8%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은 기본급 대비 2.5%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얼마 전 A항공사가 상여금 50%가 오르자 사 측도 어쩔 수 없이 기본급 인상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비행시간과 이착륙 횟수를 제한하고 최소 30시간의 휴식시간을 갖는 것 등을 단체협상에서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요구 또한 사 측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팀을 이뤄 동남아, 국내선 등 운항을 한다. 하지만 유럽, 미주는 기장 1명과 부기장 2명이나 기장 2명과 부기장 1명이 팀을 이루는 경우가 많고 팀에서 시간을 나눠 비행시 잠깐의 휴식을 취하지만 제대로 쉴 수 없다"며 "그 팀은 한 구간에 도착해 다른 구간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 스케줄"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는 3명이 비행할 경우 2구간을 거쳐 현지에서 일박을 체류하고 있다. 하지만 타 항공사인 A항공사는 구간 1곳에서 현지 2박을 하고 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유럽과 미주는 도착시간이 현지시간으로는 오후지만 시차로 인해 잠들어도 금방 잠에서 깬다"며 "그 후 몇시간 안에 다시 비행기 조종을 해야하는 현실"이라며 현지에 도착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피로감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국내 조종사들이 외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졌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가까운 중국 항공사의 경우 국내 조종사 임금의 2배를 받는다"며 "그나마 처음 조종사 노조가 결성된 이후 (중국 항공사와의) 복지, 임금 격차가 많이 줄어 든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우 격차가 여전히 존재해 부기장을 비롯해 오랫동안 일해 온 기장들도 외국항공사로 눈을 돌리고 있는 처지"라며 "항공기 안전의 큰 축을 맡은 조종사가 피로감을 호소하는 동안 승객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홍보팀 담당자는 "현재 (조종사 노조와) 임단협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상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