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 [4.29 재보선] 알맹이 없는 이미지 정치, 정책 숨고 이색홍보 ′난무′

선거철만 되면 불붙는 여·야 이미지 경쟁...공약 이행 약속은 뒷전?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이미지 경쟁에 나섰다. 독특한 퍼포먼스와 이색 홍보물과 공약을 쏟아내며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선거 공약 이행에 대한 약속은 뒷전이 아닌지, 내실보다는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실제로 지난 2월 16일 경실련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 공약이행률(2년차 목표치를 완수한 경우)은 37%에 그쳤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제시한 674개 대선공약 중 249개가 이행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선거 과정은 화려했으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약의 진전이 없는 것이 우리 정치판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미지 홍보로 유권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 앞서, 선거 후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하겠다는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무성, 앞치마에 로봇연기까지

선거철만 되면 파격적인 옷을 입고 이색공략에 나서는 새누리당. 지난해 7·30재보선의 ‘반바지’패션에 이어 이번 4·29재보선 공약발표 자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빨간색 앞치마와 두건을 두르고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패션으로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 공약발표회를 열었다. 케이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아줌마 같은 꼼꼼한 모습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차승원의 별명 ‘차줌마’를 차용한 것.

김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최근 한 방송에서 성황리에 방영한 ‘삼시세끼’를 재밌게 보고 있다”며 “차줌마가 어떤 요리라도 척척 만드는 모습을 보고 우리 경제와 국민을 살뜰히 챙기는 살림꾼인 새누리당 모습과 무척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들이 집에 필요한 것을 줄줄이 꿰고있듯 새누리당 후보들은 각 지역에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는 후보로 공천했다”며 “우리 후보들에게 지역 살림을 맡겨보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 정치참여 애플리케이션 명칭 공모 홍보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로봇 연기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가수 장수원의 로봇 연기와 대사를 따라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며 코믹 연기를 펼쳐 주목을 끌었다. 김 대표의 딱딱하고 근엄한 이미지를 코믹스러운 ‘로봇연기’ 동영상을 통해 편한 이미지로 바꿔 젊은 표심 공략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서울 관악구 지역 고시촌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한국 해양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등을 잇따라 방문해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갖는 등 젊은층과의 소통을 시도하며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하고이 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김 대표의 ‘로봇 연기’ 광고 동영상에 대해 “조금 유치해보여도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당 대표로서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거라면 못할 일이 없다. 나는 번지점프라도 해서 당이 산다면 하겠다”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도 연기 데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근 홍보 동영상에서 직접 ‘로봇연기’를 선보이자 새정치연합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31일 4·29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홍보위원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또한 전략홍보부본부장 6명을 추가 임명해 전략·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전략과 홍보적인 면에서 새누리당에 뒤쳐진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정치권에 더욱 확산된 것.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더욱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 대표가 빨간색 앞치마를 두르고 4·29재보궐 선거 공약발표를 한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인천 서구·강화을 표심을 공략했다. 공교롭게도 문 대표 역시 이날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 봉사에 팔을 걷어붙였다.

새누리당의 ‘새줌마’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국민지갑’으로 맞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10가지 약속을 내놨다. ▲소득주도 성장 ▲조세정의 실현 ▲일자리형 복지 확충을 재보선 3대 정책으로 발표했으며 ▲최저임금 8000원으로 인상 ▲재정투입 일자리 매년 10만개 신규창출 등 가계소득을 올리는 방안들도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대표의 ‘로봇연기’ 동영상에 견줄 만한 ‘정책 2015 :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의 고민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내놨다. 곧 있을 정책 엑스포와 선거를 동시에 겨냥한 맞불 작전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공개된 이 영상에는 문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차기 주자도 출연해 힘을 보탰다. 차기 대권을 놓고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 사람이 같은 동영상에 출연해 연기를 펼친 건 이번이 최초다.

1분38초 분량의 영상에는 우리 사회의 서민과 중산층, 청년층이 안은 시대적 고민을 담았다. 동영상은 실업자 청년, 대형 마트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밤샘하는 근로자, 비싼 보증금에 쫓겨 이삿짐을 싸는 남성 등이 차례로 나오며 꿈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문 대표와 안 의원 박 시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현안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는 모습들이 삽입됐다. 문 대표의 모토인 ‘서민들을 위한 경제정당’의 모습을 부각시킨 구성이다.

동영상 말미에 문 대표는 “벚꽃피는 봄날 국회의사당에 놀러오실래요?”라며 시민들의 엑스포 참여를 독려하는 어색한 연기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여야는 이러한 이미지 홍보물을 딱딱한 정치를 바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재보선을 앞두고 정책 타당성 다지기 등의 내실보다는 이미지 경쟁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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