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63·사법연수원 10기)이 소송 결과에 앙심을 품은 사건 수임 상대방으로부터 커터 칼 공격을 받았다.
17일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박 전 고검장은 이날 0시쯤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사무실 앞에서 건설업체 대표 이모(64)씨가 휘두른 공업용 커터 칼에 얼굴과 목 부위 상해를 입었다.
공업용 커터 칼은 문구용보다 칼날이 큰 것으로 확인됐지만 박 전 고검장 생명엔 지장이 없는 걸로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위증 혐의로 고소했던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 무혐의 처분에 격분, 이에 정씨를 변호한 박 변호사를 습격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으며 몸이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현재 조사 거부 중에 있다.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 사건과 관련돼 커터 칼로 피습을 당한 박 전 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을 거친 강력 수사통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대검 중수부장 시절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또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때는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 은행장 등을 기소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초 검찰을 떠난 박 전 고검장은 현재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에 있다. 또 지난해 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한편 법조인 테러 사건으로 이와 유사한 과거 사례를 보자면 2007년도에 벌어졌던 ‘석궁 테러’를 들 수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가 복직소송에서 패소하자 당시 재판장이던 박홍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석궁 테러를 가한 일이다.
이후 김 전 교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집단·흉기 등 상해죄를 적용받아 징역 4년형에 처해져 복역을 마쳤다.
김 전 교수는 95년 초 근무 중이던 대학에서 대학별 고사 수학 출제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그 후 부교수 승진대상자였음에도 교수 승진에서 탈락했다. 이에 김 전 교수는 “대학 및 교육부 인사관리지침 상 승진임용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대학 측이 부당 평가를 해 승진에서 탈락시켰다”며 부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재임용에서 탈락된 채 후에 제기한 항소와 상고에서도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전 교수는 항소심 판결을 내린 박 전 부장판사에게 ‘석궁 테러’를 가하게 됐다.
현재 법조인 테러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책이 딱히 없음에, 언제든 흉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정과 법원-검찰 청사 내에서는 참관인 신원 검증, 흉기 등 위험 물질 소지 검사와 법정 경위의 질서유지 같은 법조인 보호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청사 밖으로 나가면 법조인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보호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인 스스로가 사건 관계인에게 지나친 처분이나 언행 등을 했는지 돌아보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본인이 개인적으로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밖에는 없다고 법조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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