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후문 앞 광교산로에
열세 마리의 소가
출몰했다
인근 목장에서 탈주한 소들이
느릿느릿
걷기만 하던 소들이
말처럼 달린다
하이에나처럼 울면서
자유를 선언하듯
호방하게 질주한다
하, 자유로까지 갈 기세로구나
하, 임진강을 건널 기세로구나
사나흘 내 목에 걸려있던 사과 조각이
툭, 튀어나올 것만 같구나
역류성 식도염이고 나발이고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뛰쳐나가
탈주에 가담하고 싶구나
안달이 나는 봄밤이구나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소는 느린 동물이다. 반추하고 되새기고 묵묵히 걷는 존재다. 그런데 이 시에서 소들은 말처럼 달리고 하이에나처럼 운다. 그 이탈의 순간을 광교산로 한복판에서 목격함과 동시에 자신 안에 깃든 탈주의 욕망을 일깨우는 시인. 갇혀있던 소들의 욕망이 고삐 풀리듯 달리는 밤. 자유로와 임진강의 지명에서 잠시 장대한 자유의 서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시는 사과 조각에 목이 막혀 있던 사람의 이야기다.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비시적(非詩的)인 언어가 절실한 시적 언어가 되는 순간, “사나흘 내 목에 걸려있던 사과 조각이 / 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는 시인. 오래 억눌렸던 감정이 소들의 출몰에서 카타르시스로 터져 나오는 듯하다.
봄밤의 탈주 앞에서 “하”라는 감탄사에 놀람과 부러움을 실어놓는 시인. 봄밤은 그런 계절이다.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뛰쳐나가고 싶은 밤, 이렇게 우리가 미처 몰랐던 탈주의 통로를 열어 놓는다. 그러니 출몰하는 욕망 앞에서 누군들 멈출 수 있겠는가. 이 시를 읽다 보면 나 역시 어딘가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몸과 마음의 해방을 향한 질주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밤. 우리는 어떤 일에 이토록 “안달” 나 본 적 있는가. 생각하며 「봄밤」을 다시 읽는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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