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UN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 백승진 경제정책관(下篇)

소정현 / 기사승인 : 2019-09-15 00: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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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종식 가능성 시장진출 물밑교섭 활발
신자유주의 민주사회의 공공성 간의 치열한 논쟁

‘한국형 지속가능발전’은 우리고유의 길 모색해야
현재 ‘정책 프레임워크’ 근본적 개혁 필요성 절감

▲ UN ECCWA ‘백승진 경제정책관’

 

● 레바논과 인접한 시리아 내전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열강의 대리전으로 비화한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면 복구사업에 한국기업이 뛰어들 준비를 서둘려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는데?

▼ 내가 일하는 부서에는 시리아 전문가가 여럿 있고 시리아 전 교통부 장관도 팀원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 재건 사업팀도 운영되고 있는데, 다양한 소식통에 의하면 시리아 내 정치적 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재건 활동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레바논의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가보면 시리아 난민들의 귀향이 이미 시작됐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레바논과 인접한 시리아 내전


물론 시리아 내전 상황은 정치, 사회, 지형학 등 각종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예측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내전이 반드시 종결될 것이고 중동의 정치적 안정화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럴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둔 것일까.

러시아는 그렇다손 쳐도, 시리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국 기업들의 물밑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의 대(對) 시리아 외교정책의 눈치만 보는 형편이다. 이제는 우리 대한민국도 시리아 외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물론 시리아 내전 상황은 정치, 사회, 지형학 등 각종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언젠가는 내전이 반드시 종결될 것이다.


 ● 경제부문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덕분에 양극화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장과 복지간 상호 복합적 역학이 주목받고 있는데?

▼ 민주화 이후 특히 김영삼 정부부터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우리 사회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점점 가까워졌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최근까지도 정쟁의 중심에 자리했던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상징 그 자체라 말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문제는 국가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극렬한 저항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외에도 공교육과 사교육 간 무한경쟁, 물과 전기 등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등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민주사회의 공공성 간의 치열한 논쟁은 언제나 그랬듯 현재 진행형이라 하겠다.

어찌됐건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물결 속에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해오며 전후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지 않았나! 하지만 너무도 빨리 달려온 탓일까. 오늘날 우리의 시대정신은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문제 등 오랜 기간 신자유주의화로 인해 누적된 수많은 경제·사회적 폐해와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 근래 학계나 전문가 집단 특히 시민사회단체에서 신자유주의 대안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근래 학계나 전문가 집단 특히 시민사회단체에서 신자유주의 대안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다른 체제로 경제를 전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러 차기 대권주자들이나 유력 정치인들이 독일이나 스웨덴 등지를 다녀오면서 ‘무언가 배웠다’고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은 그리 낯설지 않다. 아마도 그들 고민의 핵심은 이런 것 같다.

우리 경제 저변에 깔려있는 제도 장치는 자유시장경제에 특화된 제도적 상호보완성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방식일 것이다.

▲ 한국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고 이어서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고 이어서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니 합의제 조정시장경제로 대변되는 독일 등 일부 유럽 선진 복지국가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같이 파괴적 혁신이 창조될 수 있는 제도적 근간도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그려보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합의제 조정시장경제 체제는 혁신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특정 분야에서는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사회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제여야 한다.

또한 형평성과 효율성 간의 합의, 복지의 정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이 모두는 동등한 파트너십 아래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직접 합의하는 구조여야만 한다.

● 고소득층 위주의 낙수효과와 저소득층 중점의 분수효과에서 낙수 효과 승리가 확실한 것 같다. 둘 간격을 좁히기 위한 실질적 대안들의 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에 고견을 말씀하여 달라.

▼ 바로 직전에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통해 오늘날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 우리 사회에 오랜기간 내재된 제도적 근간은 (굳이 구분해보자면) 낙수 효과에 좀 더 적합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국가마다 상이하다. 최근 소득주도성장이니 혁신성장이니 하며, 성장 대 분배 또는 낙수효과 대 분수효과 등 케케묵은 담론 논쟁이 우리사회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는 이 해묵은 논쟁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국민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소득 격차 혹은 너무나도 불균형한 분배구조를 가진 경제체제는 결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으며, 성장하지 못하는 경제는 분배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중장기적 정책 집행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성장과 분배는 단기적으로는 갈등관계가 되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공존관계여야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하겠다.

▲ 부처 간 존재하는 수많은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 집행의 구심점 구축이 절실하다.

이러한 나의 관점을 거시적이고 통합적으로 담아 낸 담론이 바로 ‘지속가능발전론’이다. 즉, 혁신적 경제성장과 사회적 공정분배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이 바로 우리 사회가 갈망해야만 하는 그 무엇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제를 정책으로 승화시키려면 현 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제도적 배열이 시급하다. 예컨대 환경부나 고용노동부의 정책 예산이 기획재정부 자체의 정책 우선 순위에 밀리면 안 된다.

기획재정부의 정책 집행이 청와대의 정책 기조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이는 우리 사회에 오랜 기간 쌓여온 정책 신드롬이라 볼 수 있으며, 정책 불협화음이 종종 중앙부처 간 힘겨루기로 비춰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 한국형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제도적 실험에 성공한다면, 전 세계가 그토록 열망하는 포용적 성장이란 어젠다의 최전방에 서게 될 것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중앙기획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관장은 적어도 부총리급 이상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 기관은 통일 한국을 향한 비전과 관련해 통일부나 외교부 등과 정책 조율을 하는 동시에 경제·사회적 여파를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 등과 주도적으로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무적 역량은 이 기관이 갖춰야 할 여러 역량 중 하나일 뿐, 오히려 기술적 전문성이 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부처 간 존재하는 수많은 정책 간 트레이드오프(trade-off, 두개의 정책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려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의 양자간 관계-편집자주) 영향을 최소화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설계·집행할 수 있어야 할테니 말이다.

케인스도 이야기 했듯이 전혀 새로운 정책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책은 타이밍의 문제이고, 국가는 광범위하게 다변화된 이해관계를 관리하며, 각 부처의 수많은 정책을 조율하고 이들 사이에 최고의 조합을 찾아내어 집행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런 새로운 정책 체제가 익숙하지 않을 테니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정책적 비용이 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제도적 실험에 성공한다면, 정권차원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가 그토록 열망하는 포용적 성장이란 어젠다의 최전방에 서게 될 것이다.

▲ ‘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 금번 인터뷰를 마치면서, ‘지금 대한민국, 잘 살고 있습니까’라는 우리의 지속가능발전론의 전망과 예측을 총괄하여 달라.

▼ 흥미롭게도 일을 하다 보면 개도국이나 선진국 가릴 것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발전의 궤적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진보 과정을 되짚어보며 미래를 예측하듯, 개도국의 발전 동학(動學, 경제 현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관계에서 밝히는 이론)을 분석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게 된다.

또한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개도국들을 마주할 때면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발견하곤 한다. 따라서 선진국 그룹인 OECD 통계만을 놓고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비교하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나 정치인들의 수사학(레토릭)은 우리의 지속가능발전에 그리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보는 그 길을 ‘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에 담아보았다. 내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수많은 미래 인재들이 이런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자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할까.

마지막으로 본 인터뷰에 담긴 나의 모든 주장과 의견은 사견일 뿐이며, 내가 몸담고 있는 UN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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