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 하나만 추스르면 그만이라는 변신 귀재의 집단과 국민의힘은 보수 정치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나라 밖은 전쟁으로 난리다. 미국ㆍ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며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어디 난리가 난 곳이 나라 밖만 아니다. 나라 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국민의힘 일부 중진들은 조직은 망해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문화가 만연해 보수는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축은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심하다. 의회 민주주의의 모범 답은 두 세력이 골고루 의석을 가지며 두 날개로 창공을 날아야 함에도 그 이론은 이미 물 건너갔다. 이런 충격적인 기형의 정치는 여당이 잘해서라 보다 야당이 기형으로 변해 뇌사 상태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45%대로 국민의힘 18%보다 더블 스코어 이상 앞섰다. 민심이 보수 야당에게는 등을 돌렸다. 권역별 정당 지지율은 두 달 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성적표가 얼마나 처참할지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힘 지지율이 계속해 떨어진다는 것은 믿었던 보수세력과 사회로부터 점차 단절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전에 국민의힘은 보수의 희망으로서 미래를 책임지던 위치였지만, 지금은 기형적으로 변한 모습뿐만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당 내분으로 스스로 문을 닫는 행위는 그 분리 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고립 상태를 암시한다.
지금 야당의 모양새 자체가 8년 전 자유한국당의 모습과 빼닮았다. 당시 보수 정당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1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7개 시ㆍ도지사 선거 중 대구, 경북 두 곳만 건진 때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탄핵으로 야기된 내부 싸움질로 탄핵의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와중에 치러진 선거에서 완패했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을 바라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잠재적 힘겨루기가 당을 내전으로 빠뜨리며 스스로 소외와 단절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보수에게 희생이란 단어는 왠지 익숙하지 못한 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려움을 만나면 뭉쳐 헤쳐나가기보다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 정치가 문제다. 현재 야당 모습은 8년 전 분열의 정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조금도 못 한 게 없다. 공천 참사로 유력한 후보들이 잇달아 법적 대응에 나서는 모양은 이미 기울여진 운동장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마당에 당이야 결단 나든, 어떻게 되든 내 몸 하나만 추스르면 된다는 의원들의 형태가 대표적이다.
선거 승산이 없는 지역엔 인물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호남 지역은 말할 나위도 없고 수도권, 충청권도 마땅한 지망 후보가 없다. 반면 TK 지역은 대구 9명, 경북 6명 등 경선 신청자가 너무 많아 같은 당원끼리 물고 뜯으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게 일사불란하다. 선거를 앞두고 불거지는 비리는 무조건 꼬리 자르기부터 하며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일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야당과는 비교 불가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왜들 이 모양인가. 위험한 쓰나미를 피해 안전지대로 몰린 이재민들이 밥그릇 싸움하는 것이 가관이다. 우리는 정치인 대다수가 완장만 차고 나면 이전과 이후 행동이 너무 다른 모습을 봐 왔다. 그래서 국민은 이러한 정치인의 정치 행위에 관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옳다고 우김질하는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관위 결정에 불복하며 정치를 법의 잣대로 심판받겠다는 행위, 나 홀로 시민들에게 직접 심판받겠다고 거리 정치를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그뿐만 아니다. 야당 대권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모 중진은 탈당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였다. 그런데 그는 은퇴란 단어가 무색하게 정계 주변에 맴돌며 훈수 정치를 하고 있다. 과거 야당 대권후보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자신이 먹었던 우물에 침을 뱉었다. 가뜩이나 어려울 때, 대구시장 후보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발표를 하였다. "대구 발전을 위해 행정가가 필요하다" 고 주장하며 뱉은 말이 가관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한다."는 궤변에 시민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지금 주장하는 말들은 대체로 뻔뻔하고 기만적이다. 얼핏 진지하게 들리지만 이기심으로 채워져 자신들의 후일을 위한 내용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모르는 건지 속이는 건지를 구분조차 어렵다. 그 뜻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마침내 그 의미는 내용에 닿지 못한다. 그럼에도 망해가는 당 돌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곳곳에서 선당후사라는 단어가 난무하지만 이미 그 말은 소귀에 경 읽기가 되었다.
우리는 정치인 대다수가 완장만 차고 나면 이전과 이후 행동이 너무 다른 모습을 봐 왔다. 국민은 속이는 정치에 이골이 났다. "열심히 하겠다"고 반복하며 "잘하겠다"고 읍소하며 표를 얻었지만, 무엇을 열심히 하는지 뭘 잘하겠다는 건지 국민은 모른다. 당이 어려울 때 나만 사는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인지, 자신의 영달을 위한 일을 잘하는지, 정치인의 행위와 정치적 언어는 기만당한 느낌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옳다고 우김질하는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진 당원의 기형과 국민의힘도 기이하게 변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어느 날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아침에 눈을 뜨니, 내가 벌레가 되어 있었다. 그래고르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했음을 깨닫는다. 딱딱한 등, 볼록한 배,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엷은 다리를 보게 된다. 끔찍이 변신한 그 자체보다 출근을 걱정하던 그는 결국 가족에게 끔찍한 실체를 들키고 만다. 하루아침에 쓸모를 잃은 그의 고독하고 기이한 성존기가 시작된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 중 한 대목이다. 지금 야당이 딱 그 모양이다.
보수세력이 우려스러워하는 것은 야당 지도부의 리더쉽 부재로 국민의힘이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4년전 지방선거에선 호남과 제주 경기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두 지역 외에는 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이유를 모두가 아는데 국힘 당 지도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당 스스로 여당이 폭주하게 길을 만들어 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보수 정당은 1997년 대선에서 첫 패배를 맛봤다. IMF 환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겹친 자당 후보와 단일화 실패, 병역 비리의 마타도아 등이 주요인이었다. 5년 후 정권 재탈환을 자신했지만 2002년 대선에서 또 졌다. 보수의 오만이 진보의 인간 드라마에게 패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 자금 수사로 당이 어려움이 시작되는 쓰라림을 겪었다. 지방선거 후 이같이 당이 분화되는 일이 재현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새로워져야 할 때 새로워지지 않으면 현재 가지고 있는 텍스트는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더 낡아지는 게 세상 이치다. 하강하는 지지율에 망연자실 하는 것보다, 더 늦기 전에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선거를 2개월 앞둔 이 절박한 순간에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ch25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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