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여군 ‘로컬 비즈니스’ 위대한 실험

소정현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3 10:18:27
  • -
  • +
  • 인쇄
콜라보 협업으로 3040세대들의 뜨거운 열기
공예마을로 탈바꿈 쉼터와 일터의 공존모색
인구급감에 활력을 잃은 관광객 끌어모으기
▲ 사비공예 문화산업지원센터를 맡고 있는 오희영 센터장

 

● 부여 공예단지에 문화기업들이 모인다

문화전파사 박모아 대표는 경기도 오산시에서 청년문화를 살리는 일을 한다. 문화예술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고, 친환경 생태축제와 전통시장 문화사업을 펼친다. 예술수색단 정현식 대표는 서울 수색의 빈 점포를 예술가들의 갤러리로 만들었고,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을 하면서 거리 하나를 바꾸는 ‘예술재생’을 해왔다.

두 회사 대표가 손잡고 올해 부여군 규암마을에 공방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공방이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체험하는 곳이 아니다. 청년들이 와서 놀고 쉬고 자는 게스트하우스다. 그 한쪽에 정현식 대표와 작가들이 한지 공예작품을 만드는 갤러리 겸 스튜디오가 있다.

새로운 방식의 공예마을을 만들기 위해 좋은 실력을 가진 예술가와 문화기획자, 디자이너와 메이커, 공예인들이 힘을 합쳐 이색적인 융합을 시도하는 이곳은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사비공예 클러스터.

문화기획자 박모아 씨와 아티스트 정현식 씨 같은 사람들이 협동으로 일 벌이러 찾아드는 곳이 되자, 그들 주변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 청년, 아티스트, 스타트업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축이 3040세대로 대체로 자신의 분야에서 한가닥 한다는 베테랑 들이다.

● 사비공예클러스터 ‘공예단지 조성’

규암마을은 부여 중심지에서 백마강을 건너자마자 나오는, 한때 오일장이 서고 마을 안에 주막이 63개가 운영될 정도로 번성했던 터로, 지금은 사비공예클러스터라고 부르는 공예단지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새로 건물을 지어 공예촌을 만들거나 대형 공예센터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을 전체를 자연스럽게 공예의 거리로 만들어가는 시도를 벌여, 조금씩 눈길을 끄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이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색적인 존재들이 제각각 공방을 차리고 들어가는 각자도생 원리를 넘어서, 시작단계부터 ‘모자이크’라고 부르는 협업을 하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것을 ‘동행’이라고도 부른다.

협동조합 서점문화발전소를 만들고, 한편으로 미디어북톡을 운영하는 정진희 대표. 그녀는 온북TV라는 책테마 방송국을 만든 실무경험이 있으며, 트럭을 개조해 전국에 책 체험과 작가 소개를 하는 ‘북 버스킹’으로 유명하다.

정대표는 공예단지에 입주해 책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것이다. 하지만 곧 문을 열 공방의 모습은 지역도서관이나 독서카페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그 공방에서는 터키 출신의 작가 카디르 씨가 전통의 물 위에 유성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에브루 아트’로 염색작품과 종이책 등을 만든다.

그 옆에서 미디어북톡의 정용선 이사는 뜨거운 백마강 모래에 달구는 터키 커피를 서비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발상가인 정용선 이사에게 이곳은 공방이라기보다 창조 실험실이다. 올해 문 열고 내년에 안정세가 되면 공방에서 터키 커피장비를 세트로 만들어 파는 것이 가능한지 개발 시도를 할 것이라 한다. 정용선 이사의 조카인 김덕영 씨는 목공인으로, 목제 안경테를 만드는 작가로 결합해, 3D 프린팅으로 안경제작을 실험한다. 참으로 묘한 콜라보다. 

 

▲ 지난 10월 16일 ‘123사비공예마을’ 협업기업 간담회. 좌측 두번째부터 이상석(부여군전략과 과장), 박정현(부여군군수), 이치영(부여군상권활성화재단대표이사), 오희영(사비공예문화산업지원센터 센터장)

● 작은 지역의 ‘한계에 도전하기’

고려대 안암 LG소셜캠퍼스에 입주한, 유망한 로봇개발 기업 트레셋은 부여로 내려와 1호로 공방제작소를 만든 기업이다. 송용남 감독은 기술과 결합한 공예를 추구한다. 공예품 같지 않은 커다란 공예품을 만드는, 상상하지 못 하였던 것을 만들지 모른다. 기술을 중심으로 로봇을 만들기보다, 캐릭터를 부여하고, 멸종위기 동물을 돕는 기능을 하는 등 문화를 결합한 로봇활동을 구상하기도 한다.

어린이를 위한 기술교육의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트레셋 정혜림 대표의 일이다. 정대표는 한때 사회적기업 노리단에서 폐자재로 악기를 만들어 공연하는 작업을 했다. 비보이로 해외에 나가 공연을 했던 송감독은 끼를 살려 무대기술에서 창의적인 로봇제작으로 인생을 춤추게 하었다.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농협마을창고가 창업기지가 되면서, 이들이 작업하는 작은 로봇공장이 12월에 문을 연다. 이들처럼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서서히 입소문이 날 것이 분명하다.

인구가 줄고, 활력을 잃고, 경제기반이 취약해지고, 여행객이 오기에 접근성도 여전히 좋지 않은 부여 같은 지역들에서 창의력을 갖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이를 ‘로컬 비즈니스’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곳은 기업들이 한데 뭉치지 않으면 산업이 일어나기 힘들고, 관광지가 되기는 더더욱 힘들다.

기업가 정신을 갖고 지역으로 내려오는 이런 존재를 사회혁신가로 봐야 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버는 ‘소셜 벤처’ 못지않게 이들은 가치 있는 인재다. 단, 이들이 서로 협업하여 생존력도 높이고, 지역혁신이나 문화창조의 숙제도 서로 손을 맞잡아 좀 더 효과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에 집중하는 기업가들 공동의 입장이다.

가치 있는 미친 짓을 하는 이런 기업들을 계속 길러내어 지역살이를 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돕고 있다고, 부여군 상권활성화재단 이치영 대표는 말한다. 그는 부여 소상공인회장 출신으로, 장사 하고 가게 하는 주체들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작은 문화기업들, 사회적 기업들을 만나면서, 창의적인 문화를 결합한 소상공인들이 들어와야 상권이 산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혁신기업들을 외부에서 유치하려고 노력해왔다.

더불어, 문화를 창조하는 사업가들이 많은데 이들이 자영업자로서도 철저히 경제적인 도전을 해야 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문화기업들이나 예술가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창업을 도와야 한다고 사비공예클러스터에서 문화산업지원센터를 맡고 있는 오희영 센터장은 말한다.

어찌 보면 소상공인이 지역에 들어와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게 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문화기획자들이 자영업자로서 창업하고 생존하도록 돕고, 이 양자가 만나게 하는 것이 부여의 실험이다. 이런 이들이 마치 마을처럼 한데 모이면 더 많은 일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협동조합 주인 노재정 상임이사는 강조한다.

부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을 맡으며 지역혁신 기업들의 수를 늘이려고 애써온 그는, 지역 안에도 김정훈 대표의 혜안, 이재남 백경봉 대표의 동네형아, 그리고 전국 유일의 열기구 비행회사인 스카이배너 등 유망하고 창의적인 문화기업들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들이 지역 안에서 협업을 하고, 또 외지에서 온 기업들과 손을 잡으면 시장에 나갈 기회들이 많아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지하게 공동상품부터 만드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부여 마을 하나가 먼저 살아야, 우리들도 산다’는 것이다

인구 7만 명의 작은 부여군. 편안하면서도 전형적인 농촌도시. 하지만 규암마을의 사비공예클러스터와 중심지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청년몰 등에서 전국에 없었던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도 디자이너와 예술가, 식음료 사업자들이 결합해 지역문화를 창조하고 시장도 만드는 기획력을 발휘한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