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팩트시트·투자 MOU' 공개…관세 혜택의 대가와 남은 과제
특별법 제정과 비관세 장벽 대응 등 향후 관리 역량에 한국 경제 운명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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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newsis)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세 조정을 맞바꾼 공동 합의문을 공개하면서 한국 경제가 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안은 채 향후 이행 전략과 관리 역량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3일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농수산팀(이하 국회입법조사처)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한미 양국이 최근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JFS)’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는 단순한 통상 합의를 넘어 한국 경제와 외교·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이어 총 3500억 달러(한화 약 470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약속은 부담이 적지 않지만 동시에 미국 핵심 산업과 경제안보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도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상당 부분이 향후 후속 협상과 국내 입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제 이행 과정에서 얼마나 실익을 챙기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한미 무역·투자 합의, 첫 공동 문서로 남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고율 관세 압박 속에서 진행됐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라 불리는 양자 중심 통상 전략의 연장선에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의 큰 틀에 합의한 뒤 약 3개월간 세부 조율을 이어왔다.
그 결과 11월 14일 한미 양국은 처음으로 최종 합의 내용을 공동 문서 형태로 정리한 JFS와 투자 MOU를 동시에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무역·투자뿐 아니라 안보까지 묶은 ‘패키지 협상’의 결과가 담겼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간 이어져 온 통상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동시에, 한미 경제·안보 동맹을 한 단계 확장했다”며 ”하지만 명문화된 합의가 곧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세 혜택을 받는 대신 약속한 대규모 투자와 비관세 장벽 완화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으면, 미국이 언제든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관세는 조건부, 투자는 대규모…핵심은 ‘경제·통상 안정화’
JFS는 △경제·통상 안정화 △한미동맹 현대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 3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경제와 직결되는 부분은 ‘경제·통상 안정화’다.
한국은 총 3500억 달러를 두 축으로 나눠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2000억 달러는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AI·양자컴퓨팅 등 핵심 경제안보 산업에 투입된다. 연간 투자 한도는 최대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민간이 주도하는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한정되며 한국 정부는 금융·보증 방식으로 이를 지원한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일부 조정했다. 자동차와 부품, 목재, 의약품,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상한을 15%로 맞추고, 철강·알루미늄·구리 일부 품목과 항공기·부품 등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관세 인하는 한 번에 적용되지 않는다. 투자 MOU 서명, 관련 특별법 국회 제출, 비관세 이행 합의 등 조건이 충족될 때마다 단계적으로 발효되는 구조다. 말 그대로 ‘조건부 자유무역’인 셈이다.
◇ 외환·비관세·안보까지…얽히고설킨 패키지 협상
이번 합의에는 외환시장 안정 장치도 포함됐다. 대규모 달러 유출로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연간 자금 조달 한도를 두고 필요할 경우 집행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국산 항공기와 엔진 구매 확대, 미국 중소기업 제품의 한국 시장 진출 지원 등 ‘미국산 제품 더 사주기’ 성격의 합의도 담겼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비관세 분야다. 미국은 디지털 서비스 규제, 데이터 국경 간 이동, 농산물 검역, 생명공학 제품 심사 등 민감한 이슈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이는 향후에도 관세와 연계돼 한국의 규제 주권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 투자 MOU, 일본과 닮았지만 ‘안전장치’는 더 촘촘
한미 투자 MOU는 앞서 체결된 미일 투자 MOU와 구조는 유사하지만 세부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명시해 원금 회수 가능성을 강조했고 여러 프로젝트를 하나의 틀로 묶는 ‘우산형 SPV’ 방식을 도입해 손실 위험을 분산했다.
또 연간 투자 한도를 명확히 설정하고 사업 진척에 따라 분할 투자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재량을 확보했다. 민간 조선업 투자의 경우 수익은 전액 한국 기업에 귀속되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형식상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적 합의’지만 투자 이행이 지연될 경우 미국이 관세를 다시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사실상 강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남은 과제…특별법·비관세 대응·불확실성 관리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한미 합의를 두고 한국 경제에 부담과 기회가 동시에 맞물린 ‘위기와 기회의 교차점’이라고 평가했다. 핵심은 합의 자체보다 향후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관세 혜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미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특별법을 서둘러 마련하되 처리 속도보다 법안의 완결성과 실효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미 투자의 기준이 되는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국내 법률로 명확히 뒷받침하고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며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단순한 통상 압박에 대한 방어 수단이 아니라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수단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EU 등 주요 경쟁국과의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을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규모 달러 유출 가능성에 대비한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대미 투자 성과가 국내 산업으로 환류돼 자본과 인력 유출에 따른 산업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디지털 규제와 농산물 검역 등 민감도가 높은 비관세 현안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을 존중하면서도 국내 산업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끝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은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역시 미국 내 정치·법적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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