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UN ESCWA ‘백승진 경제정책관’(上篇)

소정현 / 기사승인 : 2019-09-14 23: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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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세계강국으로 자리매김’ 한반도 입체적 통찰
아랍세계 중동지역‘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갈등내재

상흔의 레바논 이례적 정치안정 ‘견제와 균형’ 결과
북핵문제 한일대립등 복잡다단한 딜레마 ‘반면교사’

▲ UN ECCWA ‘백승진 경제정책관’

 

● 현재 UN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Western Asia) 경제정책관 신분으로 근무하고 계시는데, UN에서의 활동을 전후(前後)로 하여 본인 소개를 생동감 넘치게 독자들에게 부탁드린다.

▼ 소위 ‘애오개고개’, 아현동 산동네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 합정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이를 감안하면, 유년기부터 10대, 20대를 거치며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환경은 ‘마포’라 볼 수 있겠다.

이랬던 마포 촌놈이 30대에 들어서면서 칠레, 에티오피아, 레바논 등을 거치며 떠돌이 인생을 살고 있으니, 내가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3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내 40대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무 측면에서 소개드리면 UN사무국은 UN경제사회이사회에서 결의한 경제사회발전 의제를 실현시키고자 다섯 곳에 대륙본부를 두고 있다.
 

▲ UN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Western Asia)는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다.

UN중남미경제위원회(칠레), UN아프리카경제위원회(에티오피아), UN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레바논), UN유럽경제위원회(스위스), UN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태국), 이렇게 말이다. 나는 이중 세 곳을 거치며 거시경제와 경제사회발전 등과 관련한 지속가능발전 담론 형성을 위해 일해오고 있다.

▲ 서아시아(Western Asia)는 실질적으로는 ‘아랍’ 또는 중동지역으로 보면 된다.

● 서아시아(Western Asia)는 아시아의 남서쪽 부분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모두 접하는 길목이다. 다른 문화권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들을 몇 대목 예시하여 달라.

▼ 기관명에 ‘서아시아’가 들어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랍’ 또는 ‘중동’으로 보면 된다. 현재, 우리 기관의 회원국은 아랍 18개국이고, 이들 간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현재 진행형인 시리아와 예멘 내전 모두 시아파와 수니파 간 전쟁이니, 국내외 정치가 가장 밀접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특히 여긴 꽂기만 하면 원유가 나온다는 땅이 아닌가. 그렇기에 오늘날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 방정식’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등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가히 이 지역은 세계 최대의 국제정치학 난제라 하겠다.

▲ 아랍세계는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한 여러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특히 언어가 동일하다.

그렇다고 아랍국가들을 항상 갈등의 관점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예컨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한 여러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특히 언어가 동일하니 단합만 잘된다면,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공동체가 여기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건물 지하에 만들어 놓은 기도실에 모여 정성스레 기도를 드리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왕왕 목도할 때면, 또한 5~6월에 걸친 라마단 기간 중에 금식을 하는 동료들을 보면 눈밑 다크써클은 기본이다. 내가 농담삼아 ‘왜?’라고 물으면 몇몇 동료들은 진지하게 답하기도 한다.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고 병든 자들과 나눠야 한다”고.

▲ 이슬람 종파 갈등, 그리고 세계 패권국들의 개입으로 일종의 국제 대리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오늘날 중동의 패권 역학

● 본인의 최근 세 번째 저서 ‘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는 국내의 여러 언론 매체에 기고한 것을 묶어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사회 불평등, 양극화, 한일 외교 갈등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러운 요즘이지 않은가.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으며 ‘촛불 시민혁명’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기까지 거침없는 민주화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사회가 아닌가.

▲ 북핵문제, 한일 갈등 등 복잡다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한반도 현실

그러나 그 뒤안길에는 심각한 소득 격차와 경제 불평등,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사회 갈등 등이 자라나기도 했던 것 같다.

특히나 민생, 안보 현안도 제치고 정쟁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지금의 고통을 전화위복 삼아 세계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 30대 인생을 고스란히 바쳤던 것 같다.

결국 ‘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의 집필 의도가 된 셈이다. 그간 내가 국제 사회 경험을 통해 체득한 거시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한국 사회 면면을 살펴보고 지속가능발전 방향을 제안해보고 싶었고, 이러한 내 고민을 시평의 형식으로 주요 언론에 실었다.

‘정치의 대리전은 신문이 하고 신문의 대리전은 칼럼이’ 한다던가. 진보나 보수,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폭넓고 균형 잡힌 관점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 책은 언론에 소개된 칼럼 46편을 엮은 것이다.

● 해외에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 외부에서 본 한국의 객관적 역량과 위상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 UN 헌장 제100조에는 “사무총장 및 직원은 그 임무수행에 있어서 어느 정부로부터도 또는 이 기구 외의 어느 다른 당국으로부터도 지시를 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어떤 현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데는 나름 훈련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문서에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를 발견할 때면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선 경제력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전쟁 직후 세계 최극빈국에서, 작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7대 수출대국으로 우뚝 섰다. 몇몇 국제기구에서는 우리를 선진국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주류는 여전히 우리를 개도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그룹에서는 단연 선두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이러한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을 IT로 보고 있는 듯 하다. 몇년 전 내 사무실로 새마을운동 홍보물이 온 적이 있는데, 이를 들고 (자부심을 갖고) 여러 회의에 참석할 때면 하나같이 듣던 말이 있었다. “새마을운동 자체 보다는 어떻게 지금의 최첨단기술 기반 국가로 성장했는지가 궁금해”라고.

한류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작년에 우리의 방탄소년단이 유엔아동기금(UNICEF) 행사에 참석해 연설까지 하고, 또 이를 전세계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던가. 한류는 문화의 전파라는 관점을 넘어 이미 우리 대한민국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 국제사회 역시 북핵 문제는 남·북·미 3국 간 협상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대조적으로 해외에서 북핵문제, 한일 갈등 등 복잡다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국가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면? 진솔하게 말씀하여 달라.

▼ 앞서 짧게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수니파와 시아파 간 이슬람 종파 갈등, 그리고 세계 패권국들의 개입으로 일종의 국제 대리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오늘날 중동의 패권 역학을 보면 가히 평행이론(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편집자주)을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동북아 정세와 비슷한 행태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역시 예컨대 북핵 문제는 남·북·미 3국 간 협상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마치 혼란의 중동처럼 말이다. 지금 동북아는 거대한 지각 변동 중임에는 분명한데, 여기에 더해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 그래도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 북핵 문제, 더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업을 우리 국내 정치에 연동시키면 시킬수록 고차 방정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북아 국제 정치 문제만큼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정파 싸움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70년 전 미국 외교위원장의 경고를 반드시 귀 담아 듣자. 그렇지 않으면 동북아 정세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처럼 장기화할 공산이 있으니.

▲ 레바논은 내란의 상흔에 지친 국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놀랄 만큼 정치적 안정을 구가하고 있다.

● 본인의 UN 근무지인 레바논은 내란의 상흔에 지친 국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놀랄 만큼 정치적 안정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교와 정파 등을 아우른 권력 분립이 그 비결로 알려지고 있는데?

▼ 레바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내전과 분쟁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40년 전 발발한 내전은 레바논의 유·무형적 가치를 송두리째 빼앗아 간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도시 곳곳이 총알과 포탄 자국 등 내전과 분쟁의 흔적들로 얼룩져있다.

영토는 우리나라 수도권 정도에 인구는 600만 명 밖에 안 되는데, 유엔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난민이란다. 이젠 시리아와 이라크 등 주변국들의 내전에 휘청거리며 경제 근간까지 흔들리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느끼는 레바논에 대한 불안 인식은 다소 과장되었다고 본다. 나의 이런 믿음에는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는데, 레바논의 정치는 견제와 균형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의원 수가 128명으로, 1989년 체결된 국민화해헌장에 따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정확히 64석씩 의석이 배분된다.

이슬람교에 배정된 64석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한 번 더 나뉜다. 이러한 정치·종교적 균형을 추구함과 동시에 이원집정부제 아래 대통령은 기독교 종파,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힘의 견제를 헌법에 규정했다. 이렇듯 레바논은 이슬람과 가톨릭, 그리스정교 등 여러 종파가 공존하는 모자이크 국가이자, 정치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사법부는 사법 농단 의혹 탓에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으며, 국정 농단 사건 이후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추락해 입법부의 정부 견제 효과 역시 큰 상처를 입었다.

심지어 최근 행정부 내의 갈등, 예컨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권력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말이다. 그렇기에 복잡한 미시적 정치공학에서 벗어나 레바논이 추구하는 거시적 ‘견제와 균형의 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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