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접었다 다시 펼치는
추억 같은 것
망가진 살대 밑에서
어쩌면 살짝 은밀한
어쩌면 살짝 부끄러운
젊은 그때를
펼쳤다 다시 접는
참 사소한 슬픔 같은 것
![]() |
|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비가 그친 뒤에도 한동안 젖어 있는 우산처럼, 기억도 그렇다. 우산을 쓰고 걷다 보면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어떤 순간들이 다시 축축해진다. 너무 사소하고 가벼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기억. 우리는 이런 기억이 자신의 어린 자아처럼 늘 곁에 서 있지만 위로하지 못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일로 늘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비를 피하고자 우산 속으로 뛰어든 우연처럼, 위로받지 못한 자신의 슬픔과 함께 걷는 일. 시인은 이 추억을 우산의 구조 속에 숨기며 젊을 때를 추억한다.
“망가진 살대 밑”에서 비 피하듯 “젊은 그때를” 살짝 폈다 다시 접는 시인. 시인에게 우산은 비를 막아주는 보호의 상징이기보다 지나온 흔적에 가깝다. 이 흔적에는 누구에게나 “은밀한”하고 “부끄러운” 기억 하나쯤 있을 것이다. 시인은 설명할 수 없는 그 순간들을 굳이 들춰내지 않는다. 그저 우산 아래 잠시 세워둘 뿐이다. 이 절제 덕분에 독자는 「우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펴보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사소한” 것으로 다시 접어둔다. 인생에서 어떤 감정은 사소해서 이름 붙이지 못한 것들로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감동보다 조용한 고개 끄덕임이 남는다. 비가 그친 뒤에도 우산을 쉽게 접지 못하고 잠시 서 있는 순간처럼 기억도 그렇게 접힌 채 남아 있다. 누군가 비 오는 날 우산을 털며 그때 그런 일인 있었지, 하고 혼잣말하는 것처럼.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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