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폭언에 쓰러진 홈플러스 노동자 산재 인정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7 10: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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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일하는 주제에”…폭언 듣고 뇌출혈로 쓰러져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재해 인정…사업주에게 ‘경종’
노동계 “노사합의로 고객 갑질 대응 매뉴얼 만들어야”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지난해 9월 서울 홈플러스 ㄷ지점에서 계산업무를 하던 이모씨(58)가 귀가 후 20분 만에 자택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고객에게 폭언을 듣고 퇴근한 지 3시간만의 일이다. 이 사망이 산업재해라는 판정이 나왔다. 노동계는 이번 판정을 두고 여전히 감정노동 보호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는 사업주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사례라는 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일 이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이씨는 평소 당뇨 의심·고혈압 환자로 뇌출혈을 일으키거나 악화할 만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질병판정위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고객의 폭언이 뇌출혈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봤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9월9일 오후 5시께 계산업무를 하던 중 고객과 언쟁을 했다. 고객 A씨가 “적립카드 있으세요”라는 이씨의 물음에 응답하지 않자, 이씨는 재차 적립카드 소지 여부를 물었다. A씨는 “찾고 있는데 왜 말이 많아” “여기는 고객 접대가 왜 이래”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접대라뇨. 여기가 술집입니까”라고 되물었고, A고객은 “술집만 접대하나”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 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후 이씨는 퇴근 뒤 자택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열흘 뒤 사망했다.

 

▲ 홈플러스 홍보 이미지 (이미지편집=일요주간)

 

해당 사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회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와 노조 홈플러스지부가 2018년 1월 체결한 단체협약 91조(감정노동자 보호) 3항에는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 발생시 직원은 즉시 응대 거부를 하며 상위 책임자가 응대를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91조4항에는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폭언 등 심각한 감성적 훼손이 인정될 때는 직원에게 한 시간의 마음관리시간을 제공하며, 해당 고객과 2차 대면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돼 있다.

 

홈플러스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욕설로 직원이 공포심·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고객에게 정중히 자제해 줄 것을 세 차례 요청한 뒤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현장을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질병판정위는 “(고인이) 심리적 충격을 받고도 충분한 휴식, 근무조정 등 사업주의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신체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의 상병 뇌출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1항2호에 따른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고인의 기저질환은 뇌출혈 발병과 악화에 기여했을지라도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마트산업노조는 “이번 사례를 통해 여전히 감정노동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는 사업주에게 경종을 울리고, 허술한 매뉴얼 개정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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