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현대百 정지선 호, '추락한 유통공룡' 리더십 부재인가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2-13 17: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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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돋보기] 현대백화점 정지선 취임 10주년 빛과 그림자
▲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Newsis

‘정중동’ 정지선 회장...내실에 집중하는 신중한 행보 업계 1,2위 내줘
신(新)성장동력 M&A...타임·마인 등 한섬· 리바트 등 먹거리 찾기 행보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정지선(41,사진) 회장 체제 10주년을 맞이했다. 40대 초반의 정 회장은 2003년 그룹 총괄부회장을 시작으로 진두지휘하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의 신(新)리더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정 회장은 현대가(家) 3세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 정몽근(71)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맏아들이다. 그는 서른 살 현대백화점 입사부터 현 CEO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정지선 호(號)는 백화점 고급화 전략에서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에 추월당했고 롯데와 신세계가 아울렛 시장을 1조 원대까지 끌어올린 사이 현대백화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 삼성동 무역센터점의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마친 현대백화점은 3개월 만에 35.2%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신(新)성장동력으로 찾은 먹거리들의 성과가 기대감을 높이는 만큼, 유통업계의 시선은 정지선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태세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고급 백화점다운 최고급 브랜드를 고객에서 선보여라”

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회장이 무역센터의 대대적인 리뉴얼이 이뤄진 가운데 MD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한 얘기다. 강남권역 최대 고급 백화점이었던 압구정현대백화점은 한화 갤러리아 명품관에 밀렸고 무역센터점 역시 신세계(강남점)와 롯데(잠실점)가 집어 삼켰다.

현대백화점은 1,500억 원 이상을 들여 지난 8월 무역센터점을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 강남 상권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입점은 수포로 돌아갔다. 2007년 입점 계약까지 맺었지만, 파이시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계약금 이자로만 190억 원에 달했다.

결국 정 회장은 이번 무역센터점 리뉴얼에 사활을 건 셈. 대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카메라는 물론 VVVIP를 위한 브랜드 입점을 주도했다. 리뉴얼 이후 무역센터점은 8월 이후 3개월만에 지난해 대비 27.8% 성장했고 이 가운데 정 회장이 주도한 명품 매출 신장률은 무려 72%에 달한다.

아직까지 신세계와 롯데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라지만 마이너스 성적표를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정지선 체제에서 가장 큰 실수로 꼽히는 것은 바로 아울렛과 복합쇼핑몰과 같은 신사업진출에서다.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롯데와 신세계가 파주, 여주 등지에 아울렛 사업에 진출해 무려 1조 원대의 매출성장을 올리고 나서야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내년 김포점 개관을 시작으로 조심히 아울렛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경기권을 중심으로 중동점, 일산 킨텍스점, 충청점 들을 잇달아 개점하는 등 매장수 확보에 움직임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무리한 개점 등의 사업 확충보다는 보다 내실 있는 경영행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

또한 앞서 점포수 확대나 복합쇼핑몰 등으로 사업 확충에 나섰던 유통공룡들의 오류 등을 체크해 보다 완벽한 모양새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정 회장의 숨겨진 의도로 보인다.

대형마트 계열사의 부재...시너지 효과 ‘주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신세계, 롯데 등과는 달리 현대백화점의 경우 대형마트 계열사가 없다.이는 유통업계 영향력의 한계점으로 지적되어왔다. 2005년도 까르푸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현대백화점은 인수설만 뿌린 채 결정을 주춤했고 그 사이에 이랜드에 팔렸다.

특히 유통채널은 최근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아직까지 전통적인 유통채널에 주춤한 사이 신세계, 롯데 등 경쟁사들은 아울렛 등 새로운 유통채널 찾기에 바빴다.

지난해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4,200억 원의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선 타임·마인 등으로 유명한 의류업체 한섬이 발리 등 신규 브랜드 판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가구업체인 리바트 역시 현금성 자산이 1,000억 원이나 성장하면서 튼튼한 기초 체력을 유지하며 정지선 호를 든든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고전해온 정지선 체제를 놓고 한 유통전문가는 “정 회장의 행보를 경영전략으로 평가하기보다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한 결정”이라면서 “유통사업 자체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강남상권을 다시 현대백화점으로 돌리기 위한 정지선 회장의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1,500억 원을 투자한 무역센터점이 과거 현대백화점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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