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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철원 논설위원 |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실패한 정치 회복을 위한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며 단상에 성경과 십자가를 놓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나는 TV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목숨을 건 단식에 왜 울림이 적을까? 정치 본질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야당은 매사에 혼신의 노력을 했지만, 국민으로부터 왜 외면받을까. 무엇이 부족하고 잘못되어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가. 정치인은 민심의 강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기득권 당답게 어떤 위기 상황에도 절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실패한 정치에 반성과 복기는 왜 망설이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세상 민심은 그 이유를 다 아는데 야당만 모르고 있다. 일부 지지층과 '윤 어게인'에 집착하는 모습이 국민을 실망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세상 민심은 '국민의힘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세상이 야당을 어떻게 보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금 "중요한 것은 지지층 결집이 아니라 민심에 다가서는 것"이라 했지만 지도부는 마이동풍이다.
세상 민심을 이기는 정당은 없지 않은가. 민심을 잃으면 어떤 세력도 민심의 밭에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국민의힘은 "뿌리가 약해서 아니라 민심이라는 토양이 메말라 국민에게 외면받는 것이다"라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야당에 민심은 국민의힘을 뿌리 체 뽑으며 손절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국민이 납득할 정치 아젠다를 못 낸다는 건 문제가 있다.
2004년 총선 패배 이후 세상 민심의 변화를 읽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비주류 홍준표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겼다. 첫 번째 전권 위임. 두 번째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 세 번째 지도부의 대승적 수용. 세 가지 조건이었다. 한나라당 혁신안은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직후 박근혜 대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득권을 포기하며 약속대로 바로 의총에서 추인하며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그 영향으로 대선 경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에게 박빙의 차이로 석패 했지만 깨끗하게 승복했다. 당시 경선 승복 연설에는 "정책 혁신" "이미지 혁신" "제도 혁신"은 지금도 명연설로 회자 되고 있다. 민심이 원하는 당 혁신을 실행한 한나라당은 2006 지방선거. 2007 대선, 2008 총선을 연속으로 압승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민심은 어디로 흐르는가? 민심의 격랑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것이어서 시대조류에 역류하면 수장되기 십상이다. 여당의 독주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쌍특검 요구를 하며 단식을 시작한 야당 대표는 정치 실패의 실마리를 못 짚고 있다. 실패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모든 일에 실패를 거듭한다면 그 원인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에서 일어나는 실패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국민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자기 프레임에 갇혀 한 발자욱도 못 움직이는 보수정당에 준엄한 회초리를 때렸다. 보릿고개 시절을 겪으며 절대 가난에서 산업화로 국가를 발전시켜 온 보수진영은 정보화 시대에 대한 대응은 제대로 못 한 채 흘러간 옛노래만 부르며 새로운 정치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작금 정치의 시계추가 4050이 주축이 된 진보세력으로 고정되어 움직이는 것을 외면한 채 계엄 실패의 책임에 서로를 탓하며 구태만 계속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보수의 명언을 진보에서 사용하며 선거를 이겼다. 지금 야당을 보면 국민 상식과 민심에서 점점 동떨어지는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현안 문제를 덮어둔 체 집안싸움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그냥 보내고 있다. 당의 주류와 비주류가 노선을 두고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다툴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장수를 쫓아내는 자폭 행위를 하는 지금 야당의 주류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도가 넘어 이상하다.
흔히들 이유 있는 잘못은 있어도 의미 없는 잘못은 없다는 표현은 야당에게 꼭 맞는 말이다. 지난 선거에서 정권을 빼앗겨 대한민국의 주류가 완전히 교체됐다는 걸 인정해야 하나 국민의힘은 기득권 몽상에서 빠져 있다. 과거에 박재 된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민심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민심의 주류가 바뀌었는데 과거의 박제에 집착한다면 그 자체가 잘못이다. 세상 변화를 못 읽는지 안 읽는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 증에 걸린 사람들만 득실거린다.
여당의 실정과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부동산 규제 실수, 사법부의 노골적 협박, 공천헌금 비리, 위헌 법률 강행 등 굵직한 사건들의 반사이익은 하나도 못 챙기고 있다. 야당은 골수 우파만 믿고 중도층의 생각을 흡수하려는 행동이 없다. 아무런 비전 없이 단순한 생각과 구태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단식만으로는 꽉 막힌 정국 소통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내 내분 해소와 보수세력의 결집, 독주하는 여당에 항거하며 야당 대표가 단식으로 정국을 이끌었지만 결과에는 여전히 아리송한 물음표만 남겼다. 여당은 단식을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조롱에 가까운 비아냥만 투사(投射)했다. 여당 대표는 "야당은 단식보다 석고대죄가 먼저다"라며 아예 무시했다. 자신들의 지지가 45%인데 상대 당 지지가 바닥인 상황에서 극약처방을 내린 야당과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정당은 국민의 지지가 우선이다. 단식으로 정치적 문제 해결은 한계가 있다. 단식이라는 극단의 정치에도 그 현장에 여당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은 여당의 오만도 문제지만, 지지가 탄탄히 받쳐주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계엄은 내란으로 확정 지었다. 이미 폐족이 된 세력과 관계 정리를 못 하는 국민의힘은 이대로 주저앉아 역사의 패배자로 남을 것인가. 실패의 회초리를 도약의 거름 삼아 새롭게 피워낼 때 세상도 민심도 돌아선다. 궄민의힘은 윤 어게인의 실패한 정치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수권 정당으로 태어나는 노력이 중요하다. 개인의 작은 이익을 계산하기에 앞서 여당의 거대 권력을 견제할 최소한의 발판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당내뿐만 아니라 야권 통합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두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뜻대로 현실을 바꿀 물리적인 힘이 있거나, 두 번째는 현실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유연함이 있거나이다. 바꾸어 말하면 '독재'를 하거나 '선거'를 잘하거나다. 선거를 잘하기 위한 필수는 민심이다. 모든 승패는 민심이 결정하는 것. 민심의 강이 어디로 흐르는가를 살피며 민심에 역행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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