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

김경훈 편집인 / 기사승인 : 2026-10-13 10: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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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의 공정성 훼손 책임…금융그룹 수장 자격 물어야
법적 판단과 별개, 최고경영자의 윤리적 책임도 엄중하다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newsis)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의 자격은 실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조직을 얼마나 키웠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이 있다. 공정과 원칙을 지키는 자세, 법과 규정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용기다. 고객의 돈과 신뢰를 맡은 금융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묻는다. 채용의 공정성을 둘러싼 형사사건으로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선 최고경영자가 과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온당한가. 법원의 최종 판단과 별개로, 금융권의 신뢰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스스로 거취를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 함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형사책임의 확정 여부와 기업 경영자로서의 윤리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고졸 은행원에서 금융그룹 수장까지…성공의 무게만큼 책임도 무겁다

함 회장의 이력은 한때 금융권에서 입지전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강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고,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하나은행의 지점장과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통합 하나은행장에 올랐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뒤 2022년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현장에서 출발해 금융그룹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과정은 존중받을 만하다. 그러나 성공적인 경력이 모든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의 현장을 경험하고 직원 한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이라면 채용의 공정성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조직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권한을 얻는 동시에 그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할 의무를 떠안는다는 뜻이다.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윤리적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과거의 성취가 현재의 책임을 지워주는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 파기환송심서 검찰 3년 구형, 선고는 11월 26일

함 회장을 둘러싼 채용비리 사건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지인의 채용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의 서류전형과 면접 등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함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의 경과는 복잡하다. 1심은 업무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2심 판단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을 만한 합리적인 사정 변경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다시 징역 3년을 구형했으며, 선고는 오는 11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함 회장은 특정 지원자를 채용 기준에 어긋나게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법적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업무방해 혐의는 아직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 혐의를 유죄로 확정된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면 공개채용에서 남녀 비율을 4대 1로 정해 남성 지원자를 더 많이 선발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됐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업무방해 혐의에 관한 최종 판단과 별개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유죄 확정은 엄연한 법적 사실이다. 채용의 공정성을 지켜야 할 금융회사 경영자가 공개채용에서 성별에 따른 선발 비율을 미리 정하도록 한 문제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채용은 기업이 미래의 인재를 선발하는 절차다. 지원자는 자신의 실력과 노력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험과 면접에 임한다. 성별에 따라 선발 비율을 미리 정하는 방식은 이러한 믿음을 흔들고, 능력 중심의 인사 원칙과 기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낳는다.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신뢰를 요구한다. 대출을 심사하고 자산을 관리하며 투자 위험을 평가할 때 원칙과 기준을 지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부 인사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고객에게는 엄격한 원칙을 요구하면서 채용의 공정성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면 조직의 도덕적 권위는 설 자리를 잃는다.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2년 3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newsis)


◇ 임기 연장 두고도 뒷말, 회장직 정당성부터 돌아봐야

함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채용비리 사건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5년 초 연임 과정에서도 회장 선임 절차와 임기 연장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나왔다.

당시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함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돼 임기는 2028년 3월까지 3년으로 정해졌다. 특히 기존 규정상 만 70세 이후 첫 주주총회까지 재임할 수 있었던 연령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서, 함 회장이 연임 임기 3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 측은 함 회장의 경영 성과와 경험, 그룹의 안정적인 운영 역량 등을 연임 추천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경영 실적은 최고경영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회장 선임 절차가 얼마나 투명했는지, 규정 변경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충분히 설명됐는지, 사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연임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규정 변경 자체를 곧바로 위법이나 특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인물의 연임이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규정이 바뀌었다면 그 과정과 이유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절차가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의문까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개인의 경력이나 실적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주주와 고객, 임직원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그렇기에 연임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에 회사가 충분히 답했는지,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엄격한 검증을 거쳤는지 묻는 것은 정당한 문제 제기다.

더욱이 채용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 연임까지 이뤄졌다면 회장직 유지의 타당성을 묻는 목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경영 성과를 앞세워 윤리적 책임에 관한 질문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최고경영자라면 자신의 연임이 조직의 신뢰와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 실적이 윤리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다

함 회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일과 채용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경영 실적이 좋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적이 있다는 이유로 윤리적 논란을 덮을 수는 없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단기적인 이익이나 외형 성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정한 인사, 투명한 의사결정,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흔들리면 당장은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조직 내부의 사기와 외부의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전체의 준법·윤리 경영 문화를 만들고, 인사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독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자리다. 채용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다면 최고경영자는 그 문제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책임은 직접적인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직의 신뢰가 흔들릴 때 누가 책임지고 회복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최고경영자의 자리는 성과를 누리는 자리인 동시에 조직의 명예와 신뢰가 훼손됐을 때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사자성어로 말하면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이익을 앞세우기 전에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기업의 이익과 경영의 연속성도 중요하지만, 공정과 원칙이라는 더 근본적인 가치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금융회사의 수장이라면 이 원칙을 누구보다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

◇ 법적 절차와 별개로 책임지는 것이 책임경영이다

함 회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적 절차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선인지 스스로 묻는 일이다. 회장직 유지가 법적으로 가능한지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 있다. 고객과 임직원, 주주가 최고경영자에게 기대하는 신뢰와 책임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형사재판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회장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법적 판단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퇴 여부와 형사책임은 구분돼야 한다. 그럼에도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은 조직의 부담을 줄이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채용의 공정성과 준법 경영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이사회 역시 이 문제를 개인의 법적 방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경영의 연속성과 실적뿐 아니라 윤리 경영, 내부 통제, 인사 공정성, 이해관계자의 신뢰라는 기준으로 회장직의 적절성을 검토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거취는 법적 결격 여부만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조직의 장기적 신뢰를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함 회장은 은행원으로 출발해 금융그룹의 정점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이룬 성취가 작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의 이력은 존중받을 수 있지만, 그 이력이 윤리적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질러 단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채용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안고 있는 최고경영자가 금융그룹의 신뢰를 계속 대표하는 것이 적절한지 엄중하게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장직은 개인의 성취를 기념하는 훈장이 아니다. 조직과 고객의 신뢰를 맡은 책임의 자리다. 그 신뢰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면 최고경영자는 자리를 지키는 데 앞서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함영주 회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물러나는 것이 끝이 아니다. 하나금융그룹이 공정과 원칙을 다시 세우고,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요주간 / 김경훈 편집인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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