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지연 분양 적기 놓쳐 큰 피해,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어
코리아신탁·한국투자저축은행·메리츠증권에 1.2억 손해배상 청구
'7천만원 소개료' 챙긴 메리츠증권이 '부적격 논란' 빚은 시공사 소개
코리아신탁 "용역 맡았을 뿐 신탁사의 역할 법적·실질적으로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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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사업을 둘러싸고 시행사가 금융사와 신탁사를 상대로 부실시공, 부적격 시공사 선정, 자금 집행 과정의 부당 처리, 소방시설 공사 부실, 인건비 체불 사태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시행사 제공) |
[일요주간 = 노금종 기자]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추진된 다세대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사업을 둘러싸고 시행사 연희파크뷰와 관련 인물들이 금융사와 신탁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원고인 시행사 측은 사업 과정에서 부실시공, 부적격 시공사 선정, 자금 집행 과정의 부당 처리, 소방시설 공사 부실, 인건비 체불 사태 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금융·신탁사 의무 불이행으로 피해 발생”
시행사 연희파크뷰와 진성호 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피고 코리아신탁, 한국투자저축은행,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총 1억 2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피고들이 약정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고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연희파크뷰는 2021년 1월 설립된 신생 시행사로, 진성호 씨가 상속받은 토지와 인근 매입 토지를 기반으로 건축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업 자금 조달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융·신탁사들의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이로 인해 사업은 큰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다.
◇ “메리츠증권, 수수료만 챙기고 역할 없어”
시행사는 특히 메리츠증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진성호 씨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금융자문 및 대출주선 역할을 맡았으나 실제로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소개해 준 것 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사 측에 수수료를 청구·수령했기에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호 씨는 당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연희파크뷰의 정OO 감사는 건물 신축 및 분양사업을 위해 자금을 대출해 줄 금융기관과 시공사를 물색하던 중 최OO 씨로부터 메리츠증권 박OO 상무를 소개받았다. 정 감사는 메리츠증권이 직접 대출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박 상무는 한국투자저축은행 우OO 과장을 연결해 준 뒤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진성호 씨에 따르면 이후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부터 PF대출이 실행됐는데, 그 과정에서 우 과장이 박 상무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문서를 건넸고, 해당 문서는 ‘금융대출 주선계약서’로, 수수료 7700만 원(부가세 포함)이 명시돼 있었다. 정 감사는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날인했고, 수수료는 PF대출금에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진성호 씨는 “박 상무가 실제로 한 일은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연결해 준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대출 조건·구조 검토, 설명, 이후 진행 관리 등 일반적인 금융주선업체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순 소개 행위를 ‘금융대출 주선’으로 볼 수 없고, 수수료 지급도 부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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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사업을 둘러싸고 시행사가 금융사와 신탁사를 상대로 부실시공, 부적격 시공사 선정, 자금 집행 과정의 부당 처리, 소방시설 공사 부실, 인건비 체불 사태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자료=시행사 제공) |
진성호 씨는 또 메리츠증권 박 상무가 연희파크뷰 시공사로 부적격 건설사인 이조건설을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상무는 본지와 통화에서 “증권사에서는 금융자문 업무와 금융주선 업무를 같이 한다. (연희파크뷰 시행사에 대해) 대출할 대주단을 만들어 주고, 그렇게 진행하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것이다”고 밝혔다.
시행사가 시공사인 이조건설을 박 상무가 소개해줬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소개를 해준 게 아니고 시행사와 시공사가 저를 같이 찾아와서 (대출을) 도와 달라고 했다”며 “통상 PF가 이뤄질 때 금융기관이 시공사를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시공사가 사업주를 찾아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금융기관에 대출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이번 건은 후자(시공사와 시행사가 같이 금융기관 방문해 PF 요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조건설 본부장이 저를 잘 아니까 연희파크뷰(시행사)를 데리고 저를 찾아온 것이다”며 “이조건설이 시행사를 저한테 소개시켜주며 이 사업을 진행할 테니 금융(PF)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조건설의 부적격 업체 논란에 대해서는 “(연희파크뷰) 사업을 시작할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사업 진행 중에 (이조건설)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당시 이조건설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연희파크뷰 사업에 대해 “모른다”고만 답했다.
◇ 시행사 “신탁사·저축은행, 부적격 시공업체 선정·감독 소홀”
진성호 씨는 코리아신탁과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업을 맡길 당시 “책임준공형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했으나, 신탁사와 금융사는 부적격 시공업체인 이조건설을 선정하고 하청·재하청 구조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공사는 초반부터 부실하게 진행됐다. 기초 공정조차 제대로 시공되지 못했으며, 현장소장 교체 이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조건설은 공사를 다른 건설사에 재하도급했고, 이 업체 역시 영세 업체들에 재하청을 주며 공사비만 챙기는 식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건비와 안전 분야로 번졌다. 현장에서 일한 일용직 인부들에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원고 측은 시공사를 대신해 체불 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소방공사 역시 부적격 업체에 맡겨져 노원소방서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휴업 상태의 ‘청계소방’이 선정됐고 이후 부득이하게 다른 업체로 교체해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 “추가 비용 부담, 분양 시기도 놓쳐”
시행사 측은 “신탁사와 금융사가 제 역할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태”라며 “부득이 추가 비용을 투입하고 새로운 시공업체를 동원해 2023년 3월에야 가까스로 준공했으나, 이미 분양 적기를 놓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시행사 측은 이번 소송에서 손해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준공이 1년 이상 지연되면서 PF대출 37억 원에 대한 연 6%의 추가 이자가 발생해 약 2억 2800만 원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저수조 공사 오시공으로는 6600여만 원이 추가 지출됐고, 부적격 업체 ‘청계소방’이 이미 7700만 원을 수령한 상태에서 시공 불가 판정을 받아 새로 ‘태원소방’을 선정하면서 37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또한 재하도급 업체인 우성OO개발에는 약정 공사비 2억 2000만 원을 넘어 2억 9900만 원을 지급하게 돼 7800여만 원의 차액이 손해로 잡혔다. 여기에 시공사 채권자의 압박으로 시행사가 직접 대신 변제한 금액 4300만 원까지 합산하면, 총 손해액은 약 4억 53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시행사는 “이는 최소한으로 산정한 금액일 뿐,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소장에서 시행사인 원고 측은 ▲코리아신탁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연대해 약 4500만 원 및 이자 지급, ▲메리츠증권이 7700만 원 및 이자 지급을 각각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신탁사와 금융기관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모든 계약과 자금 운용을 금융·신탁사에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방치됐다”는 입장이고, 피고 측은 “시행사 내부 사정과 시공사의 문제”라며, 시행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향후 소송 과정에서 PF대출 계약, 신탁계약, 시공사 선정 및 관리 과정에서 각 피고의 의무 불이행 여부와 손해액 산정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피고인 코리아신탁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책임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코리아신탁 관계자는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주고 받은 답변을 통해 “관련 토지신탁 사업 형태상 위탁자가 시공사를 선정하며, 신탁회사는 명의상 건축주 역할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탁회사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용역을 맡았을 뿐, 시공사 선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사업에서 시행사가 개발 경험이 부족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일반적인 토지신탁 사업 방식에서는 시공사·위탁자(시행사)·금융기관이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고, 신탁회사는 주로 자금 관리와 명의상 건축주 역할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선도급 계약 체결 후 신탁등기가 완료되면, 신탁회사는 승계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로 진행된다”며 이번 사건에서 신탁사의 역할은 법적·실질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끝으로 “본 사안의 핵심은 시공사 부실화, 공사원가 상승, 시행사의 자금여력 및 경험부족으로 사업이 망가졌다는 것”이라며 “혹여 시공사를 교체했더라도 공사비 증가분에 대해 시행사가 감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연희파크뷰 사업에 대해 “예전에 제가 영업부장으로 있을 때 여신한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관리팀으로 이관된 게 1년이 넘어서 진행 단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연희파크뷰 시행) 당시에도 담당자가 아니어서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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