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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
[일요주간 = 노금종 기자] 서울 용산 유엔사부지가 부실한 정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주거단지로 개발되면서 반복된 기름 유출과 불투명한 행정 속에 시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고급 주거 단지 ‘더 파크사이드 서울’이 들어설 유엔사부지. 하지만 그 화려한 외관 뒤에는 20여 년간 반복된 기름 유출과 부실한 정화 작업이라는 감춰진 진실이 존재한다.
용산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이 토양·지하수 오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는 다음호(3편)에서 환경분야 전문가를 통해 유엔사부지 토양오염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특집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 환경영향평가, 시장 공백기 졸속 통과
용산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 문제의 핵심은 2020년 고(故)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서울시장이 공석이었던 9개월 동안 환경영향평가가 전격 통과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수차례 오염 정화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해물질이 검출되던 땅이 단기간에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졸속 평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국립군산대학교 환경복원연구실은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지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토양은 물과 달리 불균질한 특성이 있어 토양 오염도 조사는 면적 및 깊이 당 조사 밀도에 따라 토양오염도 결과가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며 “환경부 고시 토양정밀조사의 세부방법에 관한 규정에 의해 토양 시료 채취는 500m² 당 1개의 지점에 대해 표토, 1m 간격의 심토를 조사하게 돼 있는데 이와 같은 조사 밀도에서도 발견되지 못하는 토양 오염 지역이 존재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화 완료 이후에도 토양 오염이 재발견되고 있다며 “2013년 유엔사 부지 정화가 완료된 것으로 발표됐고 이후 LH에 양도 됐으나 개발 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토양 조사 결과 토양 오염이 재발견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18년 환경영향평가 토양 조사에서 재발견된 오염은 2011년 당시 발견하지 못한 토양오염 지역으로 보인다”며 “당시 토양 조사 밀도가 그리 크지 않아 충분히 부지 내 토양오염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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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군산대학교 환경복원연구실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지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보고서 |
보고서는 또 녹사평 유류오염의 사업지구 유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2020년 9월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서 녹사평 유류오염이 사업지구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2021년 환경영향평가 시기 지하수 모니터링 결과 기준치를 모두 만족하고 있다. 당시까지는 지하수 오염이 없으나 장기간에 걸쳐 지하수 오염 유입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 오염 대책으로 상류부에 차수벽을 설치해 오염 지하수의 유입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환경영향평가 심의 당시 차수벽 설치를 권고받았지만 해당 조치가 실제로 이행됐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차수벽이 설치된다고 해도 흐르는 기름을 막을 수 없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차수벽이 기름의 고임 현상을 유발해 유엔사부지가 거대한 오염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환경영향평가 통과 이후 3년 동안 필수적인 후속조치에 대한 자료를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묵인은 시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방치라고 비판한다.
◇ 정화 완료라던 땅… 여전히 유해물질 검출
용산 유엔사부지는 과거 미8군 유류 저장시설이 위치했던 부지로 2001년 첫 유류 유출이 확인된 이후 2005년에는 기준치의 48배에 달하는 석유계 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이후 국방부는 정화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2019년 조사에서도 기준치의 8배를 초과한 TPH와 87개 지점에서 불소가 검출된 바 있다.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유엔사부지는 상대적으로 저지대라 인근 녹사평역에서 지하수를 통해 오염물이 유입될 수 있다”며 “오염원은 제거됐다고 해도 유입 가능성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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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군산대학교 환경복원연구실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지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보고서 |
또한 그는 “현재의 조사 체계는 부실하며 일부 의심 지점만 확인하는 식의 방식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유엔사부지는 일레븐건설이 LH로부터 1조 원이 넘는 고가에 인수했으며 현재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의 대형 주상복합단지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용산구청 등 어느 기관도 정화 후 관리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누가 책임지나”... 반복되는 부실정화와 무책임 행정
춘천 캠프페이지, 부산 시민공원 등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서 유사한 정화 논란이 반복된 전례는 많다. 하지만 용산 유엔사부지는 국내 최초로 이 같은 부지를 ‘주거지’로 개발하는 사례다. 이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오염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철저한 토양 위해성평가, 정화 기록 투명화, 추가 오염조사 및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급 오피스텔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 분양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해당 부지의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개발 사업이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 속에 무책임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정화 명령은 용산구청 소관이라는 입장이고 용산구청은 정화는 LH가 담당한 사안이라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만 반복되고 있다.
◇ 개발 사업에서 토양오염도 조사가 중요한 이유
한편 토양오염은 지상에서 들어온 오염물질이나 땅속 배관에서 새어 나온 물질로 인해 발생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아 토양 시료 채취 및 분석 과정을 통해 알기 전 까지는 사람과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랫동안 땅속에 감추어진 토양오염은 개발사업 과정 중 행해지는 토양오염도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으므로 이때 적절한 토양오염 저감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견되지 못한 오염 토양은 부지 내 계속 존재하면서 사람과 상태계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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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에 앞서 오염된 땅에서 놀아도 괜찮은 것인지를 묻는 항의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녹색연합 |
현재 개발 사업에서 토양오염도 조사는 주택 건설사업 면적 30만m² 이상의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규모 사업 및 일부 조례에 의한 10만m² 이상 건축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토양오염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중금속 중독 △암 발생 위험 증가 △호흡기 맟 소화기 문제 △면역력 저하 및 만성 질환 등 건강상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석포제력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토양오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제련소가 1970년부터 50년간 가동되며 주변 토양과 대기가 아연과 카드늄 등 중금속에 노출됐고 제련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혈액과 소변에서 카드늄, 납 등의 농도가 대조지역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러브커낼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토양오염의 인체에 대한 영향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으로 1940년대부터 1950년까지 후커케미칼 회사 및 기타 산업시설들이 러브커넬지역에 유해폐기물을 폐기함으로서 토양오염이 발생했다.
이후 이 러브커넬지역은 매립되고 나이아가라 학교행정구의 초등학교가 설립되었고 자연히 학교를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형성됐다. 1970년대 말부터 이 지역에서 화학약품 냄새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화학물질과 관련된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발생했다. 이로써 러브커넬사건은 미국 및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1980년 미국의회가 Superfunt Act를 통과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용산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이 “제2의 러브커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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