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븐건설 복합개발사업, 2020년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후 시장 자리 공석이던 9개월 간 환경영향평가 일사천리 진행
미군기지 일대 토양, 지하수 등 환경 오염 정화 후속 조치 '미흡'...세계적으로 미군기지 주변 주거지 조성 사례 전무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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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염된 용산반환미군기지의 어린이정원개방 반대 퍼포먼스(2023년) ⓒ 녹색연합 |
[일요주간 = 노금종 기자] 청나라 군대부터 일본군, 미군에 이르기까지 100여년 동안 외국군대 주둔기지로 사용되면서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상징했던 용산 주한미군 기지가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반환되고 있다. 2022년 12월에는 기지 내 주요 부지가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현재 서울시는 반환된 부지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며 한 민간건설사는 '유엔사 부지'에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토양, 지하수 등 각종 환경 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유엔사 부지 내 주거지 조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 2020년 통과된 환경영향평가다. 서울시장 공석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후 오세훈 현 서울시장 취임 전인 9개월 간 졸속처리 됐다. 더욱이 환경영향평가 통과 후 3년 동안 후속 조치가 미흡했고 관련 내용의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때문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본지는 다음호에서 유엔사 부지 내 주거지 조성과 관련된 환경오염 실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벤젠, 톨루엔,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 검출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수십년 동안 서울 한 복판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 터는 환경 사각지대에 있던 곳으로 정보 접근권 등 모든 면에서 통제를 받지 않았다. 지하 송유관과 저장탱크의 빈번한 기름 유출사고, 폐기물 처리와 매립으로 인해 용산기지의 토양지하수 복합오염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군 철수 이후 용산 미군기지 내 환경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준치 수십 배 이상의 벤젠, 톨루엔, 석유계총탄화수소,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 중 유엔사 부지가 아파트, 오피스텔 등 대규모 거주지로 개발이 추진되면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군기지가 있던 자리에 주거지를 건설한 사례가 없는 데다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사업장이 부실한 정화 작업으로 인해 유독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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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및 평화・생태공원조성촉진 등에 관한 조례' 제정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에 기록된 서울시내 미군기지 세부현황. (자료=서울시의회 제공) |
앞서 유엔사 부지는 지난 2006년 반환되기 전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 오염물질이 검출돼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 정화작업을 벌인 곳이다. 그런데도 2019년 부지 안 4곳에서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 총 탄화수소'가 또다시 대량 검출되고 전체 조사 지점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식물 생육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불소'도 기준치 이상 검출된 바 있다.
TPH는 주로 등유, 경유, 제트유, 벙커C유로 인한 오염 여부를 판단한다. 석유계총탄화수소에는 암 유발물질인 폴리아로메틱 하이드로카본 등의 물질이 들어있으며 식물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용산 미군기지 유류유출 사고의 유종 중에 하나인 제트유(JP-8)의 경우 노출됐을 경우 특히 생식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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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및 평화・생태공원조성촉진 등에 관한 조례' 제정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에 기록된 오염 미군기지 세부현황. (자료=서울시의회 제공) |
당시 미군이 기지 내의 오염 사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제대로된 정화작업이 불가했다. 2017년 시민단체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5년 간 훨씬 많은 대형 유출사고(84건)가 용산기지 전역에 있었음에도 미군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은폐해왔다.
◇ 세계 유일 미군기지 주변 주거지 조성 논란
유엔사 부지는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2017년 6월 일레븐건설에 매각됐다. 이후 복합개발사업은 2020년 고 박원순 서울 시장 사망 이후 시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9개월 간 환경영향평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21년 2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하고 같은 해 7월 건축계획안이 통과됐다.
용산 유엔사 부지 '더 파크사이드 서울' 프로젝트는 현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 4만 4935㎡에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 아파트 420가구, 오피스텔 723가구, 판매시설, 문화 및 집화시설, 숙박시설(호텔) 등을 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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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레븐건설이 조성하는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 (사진=newsis) |
문제는 그동안 농어촌공사에서 유엔사 부지 정화작업을 했지만 계속해서 토양오염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3월 112개 지점 시료채취를 한 결과 TPH가 기준치보다 최대 8배(4184mg/kg)가 넘게 검출됐다. 불소는 87개 지점에서 기준치(400mg/kg)를 초과했다. 유엔사 부지 전체(5만 1753㎡)의 절반이 넘는 2만 9127㎡에서 발견됐고 불소에 의해 오염된 토양의 무게는 7만 7683톤에 달했다.
이후 정화 작업이 끝나 '더 파크사이드 서울' 프로젝트는 2021년 환경영향 심의를 통과했지만 인허가 기관인 서울시와 용산구청, 국토교통부가 유엔사 부지의 위험성 등 관련 연구용역 조사 공개를 거부하면서 여전히 환경오염 관련 검증 자료 확인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앞서 2017년 시민사회단체(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는 미국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근거, 미 측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기름 유출 사고 기록(1990-2015)'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입수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 기존에 알려진 14건 중 누락된 6건을 포함하면 9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주한미군 자체 기준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USFK EGS_Spill Prevention and Response Planning, 18-3)으로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 리터 이상의 사고가 32건,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80 리터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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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에 앞서 오염된 땅에서 놀아도 괜찮은 것인지를 묻는 항의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녹색연합 |
시민사회단체는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사고 지점에 대해 지도에 표시한 결과 기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한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주로 경유 및 항공유 JP-8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 경유를 주로 사용해오던 미군은 1990년대 후반부터 효과적인 전투 지원을 위해 시설난방 및 장비 연료를 구분하지 않고 등유(Kerosene) 계열의 미군 규격 항공유 JP-8로 바꾸어 사용해왔다.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사고 역시 대부분 경유와 항공유 JP-8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 용산 미군기지 일대 환경오염 정화 후속조치 '미흡'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유류유출 사고 84건에 대한 기록에 따르면 용산기지 전역에 걸쳐 다량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캠프코이너, 수송대(TMP), 사우스 포스트 내 주유소 및 121 후송병원 인근 지역에서는 반복적이거나 최악의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유출량을 확인할 수 없는 사고(유출량: unknown)를 제외하더라도 용산 기지에서 총 10만 리터 이상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주한미군 측이 유류유출 사고에 대해 조치를 취한 기록이 있지만 이에 대해 정화 검증을 한 기록은 없다. 특히 유출 시점을 알 수 없다고 기록됐거나 다량의 유류가 유출된 지역은 정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용산 기지 외곽에서 지하수 정화 작업 중인 서울시의 용역보고서(2015년 녹사평역/캠프킴 유류오염 지하수 확산방지 및 외곽 정화용역)에 따르면 '오염원 부지 특성과 누출 이력(누출탱크 위치, 누출유류 종류, 유종별 누출량 등), 오염원 관리(Source Control) 등에 대한 자료가 없어 오염원 하류부의 정화는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기술돼 있다.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오염원의 제거 여부 및 추가누출 여부 등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조사 지역의 관측공에서 고농도 유류오염 물질이 검출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며 "사고 이후에도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과 조치 사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다. 실제 사고 발생 시점(녹사평 2001년/ 캠프킴 2006년)을 고려할 때 아직도 용산 미군기지 내부오염원이 처리되지 않았거나 또 다른 오염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보통 휘발유에는 상당량의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가 포함돼 있다. 군용 항공유인 JP-8에는 BTEX 함유율이 휘발유보다 낮기는 하지만 경유(디젤)보다는 함유비율이 높다. 휘발성이 강한 BTEX가 녹사평역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검출되는 것으로 볼 때 현재도 기지 내부에서 기름이 새어나오는지 정확히 확인돼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BTEX는 휘발성 방향족 탄화수소로 1군 발암물질 벤젠은 단기간 흡입 시 현기증, 두통, 졸도 등이 발생하며 고농도 흡입 시 사망초래, 장기간 흡입 시 빈혈, 면역 체계에 영향, 암 발생을 유발한다. 톨루엔은 중추신경계통 기능 저하 발생, 언어소통에 문제, 소화 계통에 영향을 주며 두통, 불면증 등을 유발하고 에틸벤젠은 급성증상으로는 현기증, 가슴이 답답한 증상 유발. 만성증상으로 혈관계에 영향을 유발한다. 크실렌은 장기간 흡입 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두통, 현기증, 피로감, 경련,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을 초래하고 혈관계와 신장에 영향을 준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내역, 주변 오염 지하수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했을 때 기지 내 오염 면적과 정도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수연 녹색연합 군환경 팀장은 지난 2021년 10월 '반환 중인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 쟁점과 사회적 과제'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60~70년 이상 사용한 기지의 오염 원인조차 정확히 모른 채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보접근권이 차단되고 국내법·국제법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미군기지가 운용되고 있다"며 "반환된 미군기지 터에 공원, 주거, 도서관, 문화시설 등의 공공시설 단지를 조성하려던 계획은 반환 일정 지연, 정화작업에 드는 비용과 시간, 정화 이후에도 또 오염물질이 나오는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7년 반환받은 춘천 캠프페이지, 의정부 캠프 시어즈 유류저장고 부지, 부산 시민공원(옛 캠프 하야리아)은 정화 작업이 완료되었음에도 최근 1, 2년 사이 부실 정화 논란과 함께 오염의 책임 공방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곳이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용산에서도 반복되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전했다.
한편 2004년에 한미 양국 정부가 체결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따라 반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용산기지 이전협정은 주한미군이 서울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설과 구역을 한국 측에 반환하고 한국은 주한미군이 사용할 토지와 시설을 평택 지역에 제공하며 이전에 필요한 용역 및 경비를 부담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용산기지의 90%가 평택기지로 이전했고 메인 포스트 내 한미연합사와 연합사 지원시설, 기지 운영시설만 일부 남은 상태이다. (2020년 6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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