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화분에 바질을 심습니다
여름은 바질 잎을 타고 건너오겠지요
아이들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이파리에는 벌레가 생겨납니다
구멍이 보여도 여름은 짙어가고
바질 잎을 핥으며 비가 내릴 때
여름에는 머무르지 못한 날들이 많아
우산을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날지 못하는 새가 날갯죽지 파닥이고
나는 비를 피하기 위해
비를 향한 자세를 바꿉니다
이파리 흔들리자 나는 향기는
누군가 건드리며 지날 때에도
세상을 용서하겠다는 방식 같습니다
꽃대가 하늘 향해 탑 쌓기를 시작하면
좀더 단단해지자고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을 떠올립니다
파스타 향기를 더해주던 잎의 역할에서
고집스럽게 생존하는 존재로 변해가는 날들
밤새 내리는 비에도
캐노피는 길어
우리의 미래는 안전합니다
아침에 들여다본 바질은 쓰러지지 않았고
잎맥은 더 선명하게 그어져
이대로 여름 숲에 갇혀도 괜찮겠습니다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화자는 바질을 심으며 여름이 그 잎을 타고 건너오기를 기다립니다. 열대에서 여러 해를 살지만, 찬 바람이 부는 땅에서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는 바질. 그러니 이 바질에 여름은 한 계절이 아니라 생의 전부인 셈이지요. 누군가는 파스타의 풍미를 위해 연한 잎을 따지만, 바질은 그 쓰임에 머물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꽃대를 밀어 올립니다. 층층이 꽃을 피우며 여리던 줄기를 단단하게 세우는 모습에서 화자의 “단단해지자”라는 다짐도 되살아납니다.
벌레 먹고 밤비에 젖으면서도 스치는 손길에 향기를 내어주는 잎. 화자는 그 잎에서 세상을 용서하는 법을 읽습니다. 짧은 계절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시는 그 물음에 “이대로 여름 숲에 갇혀도 괜찮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답합니다. 여름이 지나면 사라질 베란다의 바질은 끝까지 제 꽃을 피워내지요. 제 생을 마지막까지 밀어 올리는 그 모습에서 단단해지자던 화자의 다짐은 비로소 뿌리를 내립니다. 한 존재가 끝내 지켜낸 것은 자기 몫의 여름이 아니었을까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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