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간호사 204명 진료지원 업무로 차출… 누적 휴가 증가·낙상사고 급증에 인력 확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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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
서울대병원의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력 간호사들이 진료지원간호사로 차출된 빈자리를 신규 간호사로 채우면서 병동 내 신규 간호사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고, 남은 경력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신규 간호사 교육과 업무 지원 부담, 간호사들의 휴직·사직 증가가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환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오는 28일 파업을 앞두고 지난 24일 배포한 일일브리핑을 통해 간호인력 부족과 환자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병원 측에 인력 충원 및 숙련 간호사 유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조가 제시한 서울대병원 노사협의회 자료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본원의 신규 간호사 비율은 2024년 1분기 15.9%에서 2026년 1분기 25.9%로 10%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 간호사 인원은 244명에서 418명으로 174명 늘었으며, 사직자 수는 14명에서 10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노조는 전공의 이탈과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등으로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력 간호사까지 병동에서 대거 차출되면서 간호 현장의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 “경력 간호사 204명 차출… 신규 간호사 비중 커진 병동”
노조에 따르면 진료지원간호사 제도화에 따라 병원은 임상 경력 3년 이상의 경력 간호사 204명을 진료지원간호사로 차출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신규 간호사들로 채워졌고, 이로 인해 기존 병동의 업무 강도와 신규 간호사 교육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본원의 신규 간호사 비율은 2024년 1분기 15.9%에서 2026년 1분기 25.9%로 높아졌으며, 신규 간호사 인원도 244명에서 418명으로 늘어났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신규 간호사 비율은 22.8%에서 23.0%로 소폭 상승했고, 신규 간호사 수는 152명에서 159명으로 늘었다.
사직자 수 역시 급증했다. 본원 사직자 수는 2024년 1분기 14명에서 2026년 1분기 102명으로 약 7배 증가했다. 보라매병원 역시 같은 기간 9명에서 29명으로 늘었다.
간호직 전체 사직자 수는 2023년 97명, 2024년 64명, 2025년 80명으로 집계됐다. 2026년에는 1~6월 상반기에만 이미 57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수치에 보직자가 제외되어 있으며, 응급사직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직 인원은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간호사 발령도 대폭 증가했다. 신규 간호사 발령 인원은 2023년 156명, 2024년 175명에서 2025년 332명으로 크게 늘었다. 노조는 “2025년 신규 간호사 발령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데다, 2026년 1~5월 경력 간호사 휴직자만 2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력 간호사 보유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본원의 경력 간호사 보유율은 2024년 1분기 84.0%에서 2026년 1분기 69.6%로 급락했으며. 보라매병원 역시 같은 기간 76.2%에서 73.9%로 낮아졌다.
노조는 “경력 간호사 차출 이후 신규 간호사 비중이 높아지고, 남은 경력 간호사에게 업무와 교육 부담이 집중되면서 휴직과 사직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환자실 신규 비율 20% 이하 합의 무색… 신규 교육·지원에 경력 간호사 '이중고'
노조는 “병원 측이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 비율을 20%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노사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6년 5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1개 병동·부서 중 10곳에서 신규 간호사 비율이 2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의 신규 간호사 비율은 5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소아중환자실 31.3%, 심폐기계중환자실 30.3%, 내과계중환자실 28.6%, 외과계중환자실 25.7% 순이었다. 내과계중환자실2는 25.0%, 응급중환자실은 24.4%, 외과계중환자실2는 23.5%를 기록했다. 본원응급실과 소아응급실도 각각 20.8%로 집계됐으며, 단기응급병동만 13.3%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자료가 2026년 5월 기준이며, 이후에도 80명의 신규 간호사가 지속적으로 투입된 만큼 현재 신규 간호사 비율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환자실은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투약 및 처치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부서다. 노조는 신규 간호사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충분한 인력과 교육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력 간호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환자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는 약 2개월간의 공식 교육 과정을 거치지만, 실제 업무를 혼자 수행하기에는 교육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간호부는 자체적으로 교육 수료 후 신규 간호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백업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 교육과 백업 과정을 거쳐 신규 간호사가 단독 근무에 투입되는 구조지만, 매달 신규 간호사가 새로 배치되면서 경력 간호사들의 백업 업무는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경력 간호사 1명이 자신의 담당 환자 2명 외에 신규 간호사가 맡은 환자 2명까지 함께 살피며 총 4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의료법 시행규칙 기준을 언급하며, 신규 간호사를 지원하는 경력 간호사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 집중되는 현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업 간호사는 자신의 환자를 돌보는 동시에 신규 간호사의 업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노조가 제시한 주요 업무에는 시간대별 약물 투여량 확인, 항생제·항바이러스제 혼합 및 투여 시간 점검, 환자별 추가 처방 확인 등이 포함된다.
환자 1명당 여러 건의 추가 처방이 수시로 발생하는 만큼, 이를 하나하나 검토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 피로가 발생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신규 간호사가 계속 배치될수록 경력 간호사의 백업 부담도 이어지는 구조라며, 신규 간호사가 숙련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경력 간호사가본래의 간호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을 대폭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누적 휴가만 쌓이는 간호사들… 신규 간호사 배치 확대 속 낙상 등 환자 안전사고 위험도 가중
간호사들의 누적 휴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강경숙 의원실 제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본원 간호사 1인당 평균 누적 오프(휴무)는 2023년 2.0개에서 2024년 0.4개로 줄었다가 2025년 3.6개, 2026년 8월 기준 4.5개로 다시 급증했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일반병동의 1인당 평균 누적 오프는 2023년 0.5개, 2024년 0.1개, 2025년 3.4개, 2026년 8월 4.4개로 늘어났다. 간호·간병 통합병동은 같은 기간 8.1개, 0.2개, 4.8개, 6.0개를 기록했으며, 중환자실은 2.2개, 1.2개, 3.5개, 3.9개로 집계됐다.
내과 B병동의 경우 2026년 5월부터 8월까지 간호사 현원은 각각 24명, 22명, 24명, 21명이었으나, 누적 잔여 휴무는 314개, 308개, 268개, 287개에 달했다. 1인당 평균 누적 잔여 휴무는 5월 13.0개, 6월 14.0개, 7월 11.1개, 8월 13.6개에 이르렀다.
노조는 간호사들이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과중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력 부족으로 휴가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누적된 피로가 결국 휴직과 사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숙련 간호사의 이탈을 막고 신규 간호사가 경력 간호사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인력 운영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간호인력 부족이 환자 안전사고 증가와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와 2분기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발생한 낙상사고는 총 224건으로 집계됐다. 노조는 환자 곁에서 충분한 간호를 제공하고 사고를 예방하려면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내과 A병동의 위해사건 사례도 공개됐다. 2026년 1~8월 해당 병동에서 발생한 위해사건 7건 중 5건이 입사 1년 미만의 신규 간호사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처방 내용을 확인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숙련도 부족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강심제인 도부타민(Dobutamine) 투여 사고가 있었다. 변경된 처방을 확인하지 못해 약 8시간 동안 처방과 다른 속도로 약물이 투여된 사례다.
혈압강하제인 니카르디핀(Nicardipine)의 투여 기준을 오인한 사례도 발생했다. '수축기혈압(SBP) 170 이상일 때 투여'라는 처방을 '150 이상'으로 혼동, 수축기혈압 154인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했고 결국 혈압 저하로 인해 수액을 투여하는 등 추가 조치가 취해졌다.
노조는 이러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신규 간호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숙련 간호사의 지원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경력 간호사 차출에 따른 신규 비중 증가, 남은 경력 간호사의 백업 부담 가중, 휴직·사직 증가, 다시 신규 비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중증도와 업무 강도가 함께 높아져 환자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 노조 “인력 대폭 충원 및 숙련 인력 유지 대책 마련하라”
현장 간호사들의 인력 충원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병원분회 이채윤 간호사는 지난 23일 열린 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간호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증언했다.
이 간호사는 “간호사에게 부담을 줄까 봐 진통제 요청조차 참으며 기다렸다는 환자의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함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낙상사고를 보며 환자 곁을 충분히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들의 요청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일을 이제는 멈추고 싶다며, 과중한 업무 끝에 현장을 떠나는 경력 간호사와 동료, 후배들을 지켜보는 것 역시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 간호사는 인력 충원 필요성에 대해 병원 측도 공감한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인 대안 없이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약 3개월간 4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이어왔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간호사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파업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간호인력 대폭 충원과 병동 중앙화 축소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숙련된 경력 간호사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신규 간호사가 충분한 교육을 거쳐 경력 간호사로 정착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는 신규 간호사 비율 증가, 경력 간호사 보유율 하락, 사직자 및 누적 휴가 증가, 낙상·위해사건 사례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이 문제들이 개별적인 사안이 아닌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발생하는 악순환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환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간호 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인력 충원과 숙련 인력 유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노조는 재차 강조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오는 28일 파업을 앞두고 간호인력 충원 외에도 병동 중앙화 축소, 모성보호 권리 보장, 부적절한 회의비 사용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병원 측이 실효성 있는 수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ilyo@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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