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가 오는 거 같아요
권태기는 어느 커플에게나 찾아옵니다.
오히려 장기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권태기가 없는 커플이 있다면
그들은 근래에 다음의 둘 중 하나의 결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들은 천생연분으로 이른 시기에 결혼에 골인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곧 헤어질 운명일 것이 분명합니다.
권태기가 오는 데는 누구에게도 잘못이 없는 경우가 제법 많으며
대게 사귄지 일 년이 넘으면서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경우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커플이 이즈음 해서 권태기를 겪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주년 기념일을 챙기며 다시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것일까요?
만약 사귄 지 일 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권태기가 왔다면
너무 자주 만난 것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자주 만난 그 만큼의 시간이 일 년 이상 된 커플의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쨌거나 너무 좋더라도 연애 초반에 너무 자주 만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이성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서로를 그리워할 여유 정도는 갖도록 하세요.
너무 강하게 당기면 튕겨 나가는 법입니다.
물론 권태기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헤어지는 커플들도 많습니다.
애초에 그들은 잘못 만난 사이인 것이죠.
일 년도 못 만나고 헤어지는 커플이라도 연애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겠지만
제대로 된 연애를 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권태기 극복의 특약처방은 함께하는 여행입니다.
특히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이 좋습니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 외국 여행을 당일치기로 가시는 분은 없겠죠?
함께하는 숙박을 포함해서 여행을 떠나는 일은
일단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기 위함이며
낯선 땅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되도록 현지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 지역으로 가보세요.
권태기에는 이렇게 서로의 의미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합니다.
서로에게 숨겨졌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해야 하며
작금의 연애를 신선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오지로 모험을 떠나며 서로의 진면목을 볼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으니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해외여행 정도를 추진해 보는 것이 문안합니다.
단, 휴양지로의 힐링 여행 따위는 권태기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아마 둘 사이의 관계는 더욱 더 심심하고 지루해져서 돌아올 것입니다.
여행이 어렵다면 무언가 이벤트를 만들어보세요.
농촌 봉사활동을 떠나도 좋고 낙후된 지역에 봉사활동을 떠나보는 것도 좋습니다.
핵심은 평소에는 절대 같이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부딪치며 서로 의견을 나눌 일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이벤트도 단시간에 끝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숙박은 필수입니다.
보통 권태기가 왔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서로의 시간을 갖으면서 잠시 떨어져 있어 보라는 얘기를 많이 듣죠?
이렇게 서로를 떠나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 버리면
그 시간은 헤어질 구실을 찾기 위한 장고의 시간이 돼버립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시간을 갖고 나면
서로의 합의 하에 이별의 수순으로 가는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습니다.
떨어져 지내다 보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더할 것 같나요?
조작된 시나리오에 의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런 극적인 반전은 일어날 확률은 당신의 기대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온 것 같은 권태기가 아닌 경우도 당연히 있습니다.
특별한 원인이 있어서 찾아온 권태기였다면 해결 방법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별 도움도 안 되는 친구들에게 뻔한 고민 상담을 하며 낭비할 시간에
그 원인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직접 부딪쳐서 문제를 해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보통 이렇게 원인을 가지고 있는 권태기의 경우라면
그것을 직접 마주하고 그와 대화를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막연하게 찾아온 권태기에 비해서 그것을 극복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해결하면 다시 둘의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남자가 일을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겪게 되었던 권태감이라면
서로의 기분을 이해하고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나가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데이트가 즐겁지 않았던 커플이 느꼈던 권태감은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고
서로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때로는 전혀 새로운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 과정에서도
권태기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포함된 문제로 그런 위기가 왔다면 이것만큼은 극복하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어,
둘 중 한 사람의 외도로 관계의 위기를 겪은 후라면
그런 감정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 일단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고 해도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반드시 이러한 권태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렇게 찾아오는 권태감은
해외여행을 하는 정도의 기분 전환으로 고쳐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의 마음에 난 상처는 잠시 덮어둘 수는 있겠지만
결국 언제든 다시 곪아 터질 가능성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상처는 전염성이 강해서 다른 한 쪽의 마음에도 더 큰 상처를 냅니다.
상대방이 잘못한 일로 인해 그랬다고 해도 한 쪽에서 화를 내는 일이 너무 빈번해지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결국에는 지쳐버리게 됩니다.
만약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가운데
남자 친구가 당신과 부모님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커진 권태감이라면
그 실망의 크기는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갈 것이고
당신은 그에 대한 당신의 사랑에 의구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감정의 균열은 결국 그에 대한 당신의 감정 차체를 없애버립니다.
차라리 분노나 질투의 감정이 남아있다면 그것이 반전의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게 된다면 그는 이미 남인 것입니다.
간혹 여자들이 권태기를 단기적인 외도로 극복하려 하는 시도를 하곤 하는데
이는 자칫 큰 실수로 이어지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립니다.
특히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마세요.
끝날 때 끝나더라도 사람 간의 관계는 끝맺음이 중요하니까요.
당신의 외도를 그가 알아차리면 그것대로 관계는 정리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며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행여 그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해도 이미 다른 남자를 경험하고 비교하기 시작한 당신은
결국 그와 헤어질 구실을 찾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남자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지는 일단 두 번째 문제입니다.
타인에 의해 현재의 관계가 정리되는 일은 여러모로 불편한 일을 만듭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결국 상처를 받게 됩니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이 당연히 나쁜 일은 아닙니다만
이전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시작부터 위험한 관계는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듭니다.
관계가 진전돼 나갈수록 차라리 시작을 하지 말 것을 하는 후회를 동반하게 됩니다.
일단 권태기가 찾아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스스로 이것을 부정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세요.
물론 결국에는 결단의 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과연 이 위기가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를 먼저 판단해보세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시고
그런 다음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권태기는 반복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권태기를 극복하는 경우보다는 다시 권태기를 겪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권태기가 다시 찾아온 이유는 전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같은 이유에서 다시 권태감이 찾아 왔다면
제대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서 다시 같은 권태기를 겪게 되는 것일까요?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당신이 겪었던 권태기는 결국 이전에 극복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단지 그런 것 같이 보였을 뿐입니다.
여기서 그의 상황이나 기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는 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입니다.
그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시고 그렇게 원만하게 헤어지세요.
그가 쉽게 놔주지 않을 것 같다고 그에게 끌려가지 마세요.
확실하게 의사를 표시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히 당신을 위한 일이면서 그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 권태감이 찾아왔다면 이때도 연애는 끝나야 합니다.
이제는 충분히 그만 둘 때가 된 것입니다.
어쩌면 다시 권태감을 들게 한 그 이유라는 것이
그와 헤어질 이유를 찾고 있는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권태기가 오는 것이 싫어서 모든 감정을 덮어버릴 만한 깜짝쇼를 생각하시는 분은 없겠죠?
결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이벤트로 당신의 감정의 변화를 억지로 막는 것은 위험합니다.
당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도의나 대의, 혹은 의리나 책임감으로
애써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려는 시도는 후회만을 낳을 뿐입니다.
당장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나 미련을 이겨내지 못 하고
평생 후회할 일을 만들지는 않아야 합니다.
※ 연재중인 기사입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