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 시인의 작가 초대석 ]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년’을 성공으로 이끈 김수복 회장의 <한국시인협회> 여정

이은화 작가 / 기사승인 : 2026-01-05 13: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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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이은화
대담자: 김수복
▲ 한국시인협회 김수복 회장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현 한국시인협회 회장. 단국대 석좌교수. 단국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1975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주요 시집으로 『지리산타령』 『낮에 나온 반달』 『새를 기다리며』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달을 따라 걷다』 『외박』 『하늘 우체국』 『밤하늘이 시를 쓰다』 『고요공장』 『의자의 봄날』 『저녁의 배꼽』 등 외 다수를 발간했다. 편운문학상, 풀꽃시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달진문학상 수상을 수상했으며, 단국대학교 총장, 한국가톨릭 문인회 이사장,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 역임하였다.


Q. 2026년 1월의 시작입니다. 올해 첫 작가 초대석으로 <한국시인협회> 김수복 회장님을 모셨습니다. 선생님, 새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을 떠올리면 2025년 11월 열렸던 <한국 시협>의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국제 네트워크를 넓혀오신 입장에서 이번 ‘서울 세계 시 엑스포’가 국제 문학 교류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고 보시는지요? 아울러 기획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먼저, 연말과 새해 큰 희망과 기쁨을 축원 드립니다. 신임 회장으로 일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착역에 다다랐습니다. 회원님들께서 성원해 주신 덕분에 나름의 시협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회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게 되어 기쁩니다. 특히 올해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시축전을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되어 성원을 보내주신 회원님들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2002년 한국문예창작학회 창립과 더불어 가졌던 시의 국제 교류의 절실한 필요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회 창립부터 인류 문화의 시원 공간을 탐방하여 국제문예창작 심포지엄을 현장에서 매년 두 차례씩 가졌습니다. 창작교류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던 소망이 이루어져 기쁘고 영광스러운 대회였습니다. 요즘은 이번 대회의 성과와 결산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시인협회상 심사와 정기총회 등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남은 소임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13개국 시인과 번역가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회장님께서는 한국 시가 세계 문학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느끼셨습니까? 행사 중에 특히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번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대회는 우리나라를 포함 13개국 세계 시인 약 300명, 온라인 100여 명이 온, 오프라인으로 참가한 하이브리드 시 박람회였습니다. 따라서 한국 시가 세계문학의 중심 시장이 된 대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 문학 세계적 위상을 기념하고, 또한 세계문화의 현장에서 한국 문화가 중심 주류가 된 흐름 속에서 한국 시의 위상을 높인 대회였습니다.

대회 중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세계 참가 시인들이 만날 때마다 “Great Amazing Experience!”라며 따뜻하게 껴안아 주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세계 시인들을 향해 <서울, 세계 시 선언문>을 선포하여 우리 인류가 염원하는 시의 빛을 밝히게 된 기쁨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생각합니다.


이 선언은 참가 시인들과 전 세계 시 애호가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시는 우리의 숨결이자 우주의 빛이며, 인간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소명에 따라, 세계의 시인들이 손을 맞잡고 자유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림으로써 대회를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 건국대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개회사 중 장면

▲ <서울, 시 세계 엑스포 2025> 행사에 참가한 해외 시인들



Q. 엑스포의 핵심 주제였던 ‘시의 미래와 세계 시민성’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신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더불어 오늘날의 시가 사회와 도시, 시민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 이번 시 엑스포는 ‘인간’과 ‘평화’를 주제로 하여 “시의 빛으로! 시의 미래로!”를 주창하는 축제였습니다.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인간성 소외와 세계 평화의 상실을 시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라는 숙명적 해결 방향을 찾는 시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시는 시가 사회와 세계에 대해서 인간의 평화와 천부권인 인권 존중을 염원하는 열망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인간성 존엄을 주창하는 목소리로 어둠의 세상에 빛을 밝히는 소명을 시인들과 세상을 향해 각성시켜야 합니다. 이번 엑스포가 갖는 각별한 소망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Q. 창작 지원 체계 구축, 계간 《한국시인》 개편, 전국 순회 세미나 및 낭송회, 지역 프로그램, 융합예술 시도 등 여러 활동을 추진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시문학계와 지역 문화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다고 평가하시는지요?

▶ 한국 시의 위상을 높이려면 창작 지원 체계, 지역 프로그램, 융합예술 등 여러 과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시를 비롯한 문학이 타 예술과의 교감 구조를 열어가야 합니다. 개방적인 융합을 통해 생명력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살아 있는 문화예술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문화적 생명력을 획득할 때, 예술은 세계를 감동하게 하고 치유하는 힘으로 재탄생합니다. 시노래, 시낭송, 뮤지컬 시와 같은 작은 시도들이 문화적 파급력을 키워, 인간성 옹호와 회복이라는 문학 본연의 가치를 세상에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10년, 20년 지속되는 서울의 대표 시 축제를 구상 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은 임기의 운영 방향과 후속 행사 계획, 그리고 협회의 장기적 비전은 어떻게 그리고 계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 2025년 ‘서울, 세계 시 엑스포’가 서울의 대표적인 국제 문학 축제로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임기 만료로 제 역할은 여기까지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 시의 위상을 높이고자 최선을 다한 이 대회가 서울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Q. <시인협회> 임기 동안 추진하신 주요 사업들이 많습니다.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 제가 재임 중 추진한 사업들은 시협의 연례 사업을 이어 발전시킨 것입니다. 임기 초에 <세계 시 플랫폼>을 구축해 온라인 교류의 장을 열고자 했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아쉽게도 이 포부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시스템 운영과 발전적 투자의 한계로 사업을 마무리하게 되어 깊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가 서울시 민간국제문화교류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그동안의 아쉬움이 보람으로 바뀌었습니다.


Q. 임기 동안 바쁜 일정 속에서도 꾸준히 시를 써오셨습니다. 등단 이후 발표하신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는 책은 무엇인지, 그 이유와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임기 동안 시와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은혜로 2024년에 <의자의 봄날 >과 올해 <저녁의 배꼽 >을 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고맙게도 <의자의 봄날 >은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겨주었고, <저녁의 배꼽 >은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으로 출간했는데 ‘문체부 문학나눔’ 시집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시의 은혜에 늘 감사하는 시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시의 시간이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시인들의 시집은 그 나름의 운명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집을 한 권을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걸어온 시의 길에서 본다면 앞으로 저의 시 여정에서 간이역이 될지, 종착역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저녁의 배꼽>이 마음에 남습니다. <저녁의 배꼽 >은 제 50년 시력의 주기를 서정시라는 시원의 율격을 바탕으로 운명의 물줄기를 새벽에서 자정까지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 강원도 고성 화진포에서 25년 3월 어느 날



Q. 이어 회장님께서 독자들께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을까요?


편도나무 예언자
–프란치스코 교황


희망이 우리를 앞서 가신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희망처럼

우리가 죄를 지었을 때 용서를 기다리는 희망처럼

심부름을 마치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는 희망처럼

두려움이 엄습했고 길을 잃고 혼자가 된 희망처럼

저는 죄인입니다 저의 죄가 믿음이 된 희망처럼

영혼을 어둠에 맡기지 않고 문을 완전히 열어주는 희망처럼

모든 생명 불가침의 존엄성을 지키는 희망처럼

희망이 우리를 앞서 가신다

편도나무 예언자 되어 앞서 가신다

-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기념시화집 『빛의 안부』 중에서



Q. 박재삼 시인께서는 회장님의 시 세계를 ‘자연의 경계를 인간의 정한과 병치시키는 시선’으로 평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 자신의 시적 시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신다면 무엇이라고 표현하시겠습니까?

▶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의 영예를 김현승 선생님과 박재삼 선생님께서 안겨주셨습니다. 김현승 선생님은 병상에서 심사하셨다고 들었는데 곧 돌아가셔서 생전에 뵙지를 못하고, 박재삼 선생님께서 제 어린 시의 손길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1977년 12월, 단국대 국문과 졸업 기념으로 <지리산 타령 >을 간행하였습니다. 첫 시집 서문에서 “자연의 경계를 인간의 정한과 병렬시켜 바라보는 눈이 가상치 않을 수 없다”라고 말씀해 주셨지요. 이 표현이 제 시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모태라는 믿음으로, 저는 지리산 자락에서 어린 시절의 운명적 정서를 품고 살아왔습니다. 제 시는 바로 그 자양분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Q. 시협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시는지요? 이어 임기 이후에 가장 하고 싶은 일도 함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한국시인협회는 1957년 유치환, 박목월, 조지훈. 김춘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들께서 창립한 한국시의 정통성을 이끌어 온 단체입니다.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고, 시대 변화의 정신을 소중하게 이끌어갈 한국시의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시는 한국 민족만이 아니라, 세계 인류의 삶 속에서 가장 보편적인 인간성 회복을 위한 세계성을 함께 담고 있어야 진정한 시의 의무를 다한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시인협회가 한국시의 세계성의 중심에서 많은 역할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의 중심, 세계인들의 가슴으로 우리 시가 파고들 수 있는 시의 환경이 되었고, 우리 시의 미래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2년 동안의 짐과 옷을 감사한 마음으로 벗고 시의 여정이 이끄는 대로 흐르며 살고 싶습니다. 50년 가까이 함께 한 자연의 서정 품에서 살아가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Q. 끝으로, ‘서울은 시가 흐르는 하나의 시집’이라고 표현하신 바 있는데요. 회장님께서 바라보는 서울만의 시적 정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 이번 엑스포 기념 서울 시집으로 <시의 낙원>을 발간했습니다. 이와 함께 엑스포를 기념하여 회원 시인들의 연간 사화집 <빛의 안부>와 기관지 <한국시인> 엑스포 기념특집, 기념발제 문집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등 대회를 기념하는 문집을 발간하였어요.


서울은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교보생명 시벽 등 곳곳에서 시가 흐르고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입니다. 그래서 기념 시집으로 <시의 낙원>을 기획 발간한 것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 102명이 서울의 명소를 소재로 쓴 신작을 모은 기념 시집입니다. 제가 발간사 “서울, 시의 빛과 미래”에서 밝혔듯이, 광화문과 한강, 남산, 청계천, 명동 등 그리고 북한산이 시가 되어 숨 쉬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의 명소들이 시어가 되고 시행이 되어, 이미지와 상징으로 흐르는 도시를 빚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을 '시가 흐르는 도시'라고 표현했습니다.

 

 

▲ 이은화 작가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일요주간 문화예술 전문 주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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