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 시인의 작가 초대석 ] 전정 의원, 약한 삶의 문장에서 출발하는 생활 정치인–약자를 중심에 두고, 인문적 시선으로 정책을 바라보다

이은화 작가 / 기사승인 : 2026-01-19 16: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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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행: 이은화
대담자: 전 정
▲ 전정 의원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전북 무주군 출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지방자치학과 석사 졸업. 2013년 『시와 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7년 시집 『물방울 마네킹』을 출간했다. (전) 제9대 전반기 송파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위원 시작으로 (전) 송파인문학총괄국장, (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부회장) 등 여러 직책을 수행한 뒤 (현) 제9대 송파구의회 운영위원회 위원, (현) 제9대 송파구의회 재정복지위원회 부위원장, (현) 송파구 감사담당관 민원조정위원회 위원, (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파구협의회 자문위원, (현)국민의힘 송파갑 운영위원을 엮임 중이다. 2017 대통령 표창(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23 대한민국을 빛낸 아름답고 좋은 대상 기초의정대상 수상, 2023 제44회 흰지팡이의 날 기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감사패 등 다수의 수상.


Q. 2013년 「시와 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하셨습니다. 순수 시민으로 출발해 의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시는 제 삶에서 가장 사적인 언어였습니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었고, 침묵은 제 안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살아가며 개인의 감정 뒤에는 늘 구조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언어는 기록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의정은 제게 막연한 세계가 아니라, 시를 통해 던졌던 질문을 현실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이었습니다.


Q. 전북 무주군에서의 성장 경험은 시 세계와 정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무주는 자연과 사람이 매우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말의 크기보다 표정과 침묵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간이었고, 그 안에서 사람의 삶은 늘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고민할 때도 추상보다 현실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의정을 할 때도 사람의 하루를 바꾸지 못하는 말과 결정은 의미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Q. 시집 『물방울 마네킹』은 슬픔을 기쁨으로, 고통을 노래로 전환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시집을 통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 슬픔을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로 전환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형태는 바꿀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물방울 마네킹」은 아픔을 미화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으려는 시도였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감정을 언어로 옮기고, 노래할 수 없는 마음을 문장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 작업은 삶이 부서지는 순간에도 사람은 여전히 말할 수 있고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습니다.
 

▲ 정전의원 연구실에서 민원인과의 대화


 

Q. 시인으로서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과 그 이유는?

▶ 특정 한 편을 꼽기보다는, 삶의 방향이 바뀌던 시기에 쓰인 작품들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 시들은 완성도가 높아서라기보다, 그 시점의 제가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 했는지가 가장 분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으로서의 애착은 잘 쓴 문장보다 끝까지 버티며 써 내려간 시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방울 마네킹


마네킹은 오랫동안 원피스의 것이었다
언니들은 마네킹을 부러워했다 백화점이 문을 닫고 불이 꺼졌을 때 잿빛 바람이 원피스를 데리고 사라졌다 원피스가 그를 벗겨 알몸으로 만들었다 더 이상 그 옷을 보려하는 사람도 생각을 눈덩이처럼 굴리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마네킹이 바다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슴골을 내리는 물방울, 그 소리는 옷과 함께 사라졌다 원피스를 벗은 물방을 마네킹이 윈도우 한 켠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방울 마네킹」은 사물의 침묵을 통해 주체의 감각을 호출하는 시로, 소비의 시선이 제거된 이후에야 비로소 생의 흔적을 포착합니다. 이 작품에서 마네킹은 더 이상 보이기 위한 객체가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의 잔존물로 기능하며, 물방울은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슬픔의 최소 단위로서 조용히 낙하합니다. 시는 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장면을 정지시킴으로써, 존재가 세계와 맺는 관계가 얼마나 쉽게 끊어지고 또한 얼마나 오래 흔적으로 남는지를 절제된 언어로 드러냅니다. 「물방울 마네킹」은 시선과 기능이 제거된 사물의 자리에 남은 감각의 잔여를 통해, 상실 이후에도 완전히 소거되지 않는 존재의 서정을 고요하게 증명하는 시입니다.


Q. 제9대 송파구의회에서 여러 상임위원회를 경험하셨습니다. 가장 책임감과 무게를 느낀 의정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 회의실에서 합리적으로 생각되던 기준이 현장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제도를 통과시키는 의원’보다 ‘제도로부터 밀려난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의원’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 기준은 이후 모든 의정 활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Q. 송파인문학 총괄국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인문학과 정치는 어떤 관계라고 보시나요?

▶ 정치는 결정의 언어이고, 인문학은 질문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방향만 있고 질문이 없을 때 정치는 쉽게 사람을 놓치게 됩니다. 반대로 질문만 있고 선택이 없을 때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정치와 인문학이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할 때 비로소 사람을 향한 선택이 가능해진다고 믿습니다.


Q. 재정복지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복지 사각지대를 마주하며 느낀 가장 절실한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 제도에 닿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정보 부족, 절차의 복잡함, 관계의 단절로 인해 지원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정책보다 먼저 연결되는 복지, 접근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복지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닿는 방식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 및 선출직 공직자 워크숍



Q. 지역에서 민원 왕으로 불리는데,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 민원은 요구가 아니라 신뢰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불편을 개인의 문제로 남기지 않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구조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하되, 정책적으로는 반드시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책임이 의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민원이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Q. 2017년 대통령 표창, 2023년 기초의정대상 수상 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게 기억되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 현장에서 “이제는 좀 나아졌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 말은 기록으로 남지 않지만 의정 활동의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변화의 축적이 결국 신뢰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Q.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의정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셨습니다. 시인의 시선은 이러한 활동에 어떤 역할을 했나요?

▶ 시인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정책은 조금 더 천천히, 더 세심해야 합니다. 모든 정책은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검토될 때 비로소 공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 관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국민의 힘 송파갑 운영위원으로서 앞으로 송파 지역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시나요?

▶ 송파의 발전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 큰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라면, 운영위원회는 그 방향이 지역의 현실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조율하고 관리하는 자리입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주민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성과가 앞서는 정치보다 생활이 먼저 유지되는 정치가 결국 오래 갑니다. 저는 송파갑이 정책과 현장, 중앙과 지역 사이에서 무리 없는 선택이 가능하도록 컨트롤하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기보다 오래갈 수 있는 기준을 지키는 것, 그 역할을 송파갑에서 꾸준히 해 나가고자 합니다.


Q. 조례나 5분 자유 발언을 많이 하셨는데, 어떤 기준으로 발언하시나요?

▶ 5분 자유 발언은 단지 말을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제도의 틈에 놓인 문제를 드러내고, 그 틈에서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수단입니다. 제도에 막혀 반복되는 민원, 책임 회피로 인해 구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안, 조례 제·개정 전에 미리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 구민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새로운 정책과 사업, 그리고, 기준은 있지만 그 기준에 의해 가장 약한 이들이 걸러지는 상황 이런 문제들을 의회라는 공적 공간 위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분 발언은 저에게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정치의 시작점이며,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잃지 않기 위한 도구입니다.


Q. 마지막으로, 문학과 정치라는 두 길을 함께 걷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는 마음을 지키게 하고, 정치는 삶을 건너게 합니다. 오히려 함께 갈 때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말을 잃지 않는 정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문학. 그 두 길은 멀리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은화 시인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일요주간 문화예술 전문 주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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