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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용산반환미군기지의 어린이정원개방 반대 퍼포먼스(2023년). (사진=녹색연합 제공)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 옛 부지에 조성 중인 오피스텔 ‘더 파크사이드 서울’ 개발 현장이 정화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이 지역은 지난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 정화 작업이 이뤄졌지만, 2023년 터파기 과정에서 세 번째 토양오염이 다시 발견됐다. 이후 용산구는 정화 명령을 내렸으나, 정밀 조사는 오염이 발견된 항목에만 한정됐고, 불검출 항목은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뉴스핌은 해당 부지의 정화 과정에서 시행사가 자체 보고한 서류에만 의존해 ‘정화 완료’ 판단이 내려졌으며, 지자체의 현장 검증은 생략됐다고 보도해 파장이 일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을 앞둔 상황에서 제3자 감리 부재, 오염구역 제한 정화, 정밀조사 누락 등이 겹치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기준치 최대 22배 초과에도…현장 확인 없는 ‘정화 완료’ 결정
용산구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과거 유엔사 부지였던 이태원동 22의 34와 동빙고동 310의 6 일원이다.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 토양 정화 조치를 받았으나, 2023년 시공사의 터파기 작업 중 오염토양이 또다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관할 구청은 정화 명령을 내렸다.
뉴스핌에 따르면 이 정화는 오염이 확인된 구간 일부에 국한됐고, 검증은 시행사가 고용한 민간 감리기관의 보고서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현장 실사 없이 서류만으로 ‘정화 완료’ 판정을 내렸다.
용산구 관계자는 해당 매체와의 통화에서 “오염이 발견된 지역만 정밀검사를 거쳐, 공인 정화업체를 통해 조치를 했다”며 “보고서를 통해 완료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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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가 용산일레븐 측에 내린 이태원동 22의 34 오염토양 정화조치 명령서. (출처=뉴스핌) |
◆ 기준 초과 항목만 조사…불검출 항목은 ‘패스’
매체는 또 정밀조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며 “최초 23개 항목을 조사한 가운데,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 납, 아연, 구리,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등 5개 항목에 대해서만 정화가 이뤄졌다. 나머지 불검출 항목은 추가 조사를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용산구는 “법령상 정화 명령은 검출 항목에만 적용된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기초 조사 외의 요소가 누락된 상태에서 ‘안전’을 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화 심도 역시 논란이다. 용산구는 ‘법상 토양은 4m까지만’이라며 암반층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지하 7층 규모로, 24시간 체류 가능한 문화·상업 시설이 지하 공간에 설계돼 있다. 암반층에 대한 조사가 없다는 점은 실질적인 안전 확보와는 거리가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 정화 검증, 시행사 자체 판단에 ‘전가’…감독 책임 공백
매체는 또 이번 사례의 핵심 문제는 정화 여부 판단을 시행사 보고서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용산구는 별도 현장 검증이나 제3자 감리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국립군산대 환경복원연구실의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 유엔사 부지의 지하수는 NAPL(비수용성 유기물) 등으로 오염됐으며, 이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은 건물 내부로 증기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실내 체류자에 대한 직접적인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 “분양은 속전속결…감리는 뒷전” 제3자 감리 요구 커져
매체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오는 6월 말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 오피스텔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정화 과정에 대한 주민 설명회, 감리 결과 공개, 공신력 있는 검증 등의 절차는 생략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14조 원 규모 도시개발 부지가 단편적 보고서에 의존한 정화 절차로 감리되는 것은 중대한 리스크”라며, “정화 전 과정의 시민 공개, 제3자 감리 도입, 전면 환경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파크사이드 서울’ 프로젝트는 이태원동 22의 34 일대 4만 4935㎡ 부지에 지하 7층~지상 20층 아파트 420가구, 오피스텔 723가구, 판매시설, 문화·집회시설, 호텔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사업으로, 총 사업비 14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편 뉴스핌은 개발 시행사인 ‘용산일레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문의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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