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조조정 영업직군 실태조사, "영업직 전환은 퇴출 통보"…63% 우울증·44% 수면장애 위험군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0 1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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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노동계·시민사회단체 'KT구조조정과 노동자 자살,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결과 기자간담회'
KT 영업직군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유가족 증언 이어져…"3억 줄 테니 나가라, 거절하니 괴롭힘 시작"
▲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KT구조조정과 노동자 자살,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결과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KT새노조 제공)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KT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영업직 강제 전환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는 건강실태조사가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KT새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이훈기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의 긴급 건강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KT새노조 김미영 위원장, 고 정병수 KT노동자의 유가족이 증언자로 나섰다.

◇ “기술직에게 영업을 강요,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

한인임 이사장은 “KT는 수천 명의 기술직 직원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영업 현장으로 강제 배치했다”며 “이는 사실상 퇴출 명령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업은 단순한 직무전환이 아니라 고강도 감정노동으로, 교육과 지원 없이 수행하게 만든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KT구조조정과 노동자 자살,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결과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KT새노조 제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우울증 고위험군, 44%는 수면장애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탈영업 TF’ 소속 인력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한 이사장은 “응답자의 75%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영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지원조차 없어 월평균 법인카드 사용액이 1만 7000원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조사는 단순한 불만 청취가 아니다”며 “KT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위원장(현 KT 토탈영업 TF 소속)은 “지난해 10월 KT는 58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4523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남은 2500명은 ‘토탈영업 TF’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격리됐다”며 “이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기술직 노동자들에게 영업을 강요하며 점수로 줄 세우고 압박했고, 임원들은 ‘남으면 모멸감을 주겠다’, ‘나가지 않으면 원거리 발령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일부 노동자는 백령도 등 원거리 발령지로 배치됐고, 그 결과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한 해 동안 30~40대 젊은 KT 노동자 3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유서에는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죄인이냐’는 절망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섭 대표에게 자살 사건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개인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이런 인식으로 어떻게 KT를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 및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합동 실태조사위원회 구성, ▲토탈 TF 폐지, ▲자회사화 조직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KT구조조정과 노동자 자살,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결과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KT새노조 제공)


◇ 유가족의 눈물 “KT를 가족처럼 여겼던 사람… 죽음 이후에도 외면”

고 정병수 노동자의 유가족은 “제 사위는 KT를 가족처럼 여기며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재택근무 중에도 회사로 출근할 정도로 회사를 사랑한 사람이었다”며 “그러나 어느 날 ‘3억 줄 테니 나가라’는 구조조정 통보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 사람이 죽으면 회사는 3억을 아끼고, 열 명이 나가면 30억이 절감된다”며 “이런 방식으로 가족을 잃고,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죽음 이후에도 회사는 책임을 회피했다. 3억을 주겠다던 회사는 자살이라고 하니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대체 그 죽음의 이유가 무엇이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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