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들었는데 손발 묶인 금융위"... 유명무실해진 '불공정거래 과징금'

김완재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8 16: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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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금융위, '검찰 우월주의' 갇혀 과징금 권한 스스로 포기"
"검찰 처분 기다리다 늦어져… 금융위가 직접·신속히 부과해야"
증선위 조사 끝내도 과징금은 '함흥차사'… 원인은 검찰 눈치 보는 시행령
▲ 서울 중구 세종로 금융위원회.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만든 ‘과징금 제도’가 정작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검찰 처분을 기다리지 말고 독자적으로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SER)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 제도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2023년에 신설됐지만 시행령이 금융위 스스로 권한을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선위 조사 끝났는데…과징금은 ‘보류’

지난 4일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공시대리업체와 IR 컨설팅업체 대표 등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사건 등 4건을 적발했다. 하지만 금융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증선위는 고발·통보 조치만 하고 과징금 부과는 하지 않았다.

즉,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는 끝났지만 과징금 같은 행정 제재는 검찰의 처분이 나올 때까지 미뤄둔 상황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 후 바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는 대부분 형사처벌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기소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202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2배(최대 4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 문제는 시행령…“검찰 먼저, 과징금은 나중”

문제는 법이 아니라 시행령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과징금을 부과하려면 먼저 검찰의 수사·처분 결과를 확인해야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금융위가 먼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증선위가 조사를 끝내도 금융위는 검찰 처분이 나올 때까지 과징금을 사실상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구조가 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형사처벌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법에는 명확한 절차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시행령을 통해 ‘검찰 먼저, 과징금 나중’이라는 구조를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다.

◇ “행정제재는 원래 주무부처 권한... 검찰 우월주의 관행의 연장선”

경제개혁연대는 “과징금 부과는 원래 해당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함께 부과해도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거래법, 부동산실명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은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행정청이 독자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금융위도 다른 금융 관련 법에서는 스스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만 검찰 처분을 먼저 기다리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시행령은 금융위 스스로 행정제재 권한을 제약해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며 이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의 주도권을 검찰에 넘기는 ‘검찰 우월주의’ 관행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 “금융위, 과징금 부과 절차 조속히 재검토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패가망신”, “일벌백계”를 강조하며 강력한 제재를 예고해 왔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금융위가 검찰 처분을 이유로 과징금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는 현재 구조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등 제도 변화가 예정돼 있어 지금 구조를 그대로 두면 과징금 부과 절차는 더 복잡해지고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막기 위해 금융위는 검찰 처분을 전제로 한 과징금 부과 절차를 조속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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