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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중구 세종로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로드맵을 두고 시민단체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투자자 중심 설계”라며 전면 재설계를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지난 14일 ‘ESG 공시, 투자 정보가 아닌 사회적 책임 평가 지표로 기능해야’라는 성명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이달 확정을 앞둔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에 대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코프 3 공시는 3년 유예해 2031년부터 적용하며 거래소 공시에서 출발해 법정 공시로 전환하는 구조다.
그러나 소비자주권은 “제도 설계의 출발점부터 한계를 안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공시를 투자자 효용성 중심으로 축소하고 본질인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ESG 공시는 사회적 책임 드러내는 공적 장치ⵈ 국제 기준은 이미 ‘이중 중대성’으로 전환”
소비자주권은 ESG 공시가 단순한 자본시장 정보 제공 수단이 아니라 기업 활동 이면의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노동 문제, 지역사회 피해 등을 드러내는 공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로드맵은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 산하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돼 재무적 정보 중심으로 공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인권 침해나 산업재해,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는 재무적 영향이 즉각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시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 ESG 공시가 투자 리스크 관리 도구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주권은 “유럽연합이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를 도입해 기업의 재무적 위험뿐 아니라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공시하도록 하는 ‘이중 중대성’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위원회 로드맵은 적용 대상을 자산 30조 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도입 시기를 주요국보다 2~3년 늦추며, 스코프 3 공시를 3년 유예하는 등 기업 부담 완화에 치우쳐 있다”며 “거래소 공시 중심 구조 역시 사회적 책임 확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소비자 알 권리·시민사회 참여 배제ⵈ 시장 아닌 사회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소비자주권은 “소비자가 기업 활동의 결과를 직접 경험하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시 체계가 환경오염, 공급망 인권·노동 문제, 지역사회 영향 등 핵심 정보를 충분히 담지 못해 알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의 비재무적 영역은 시민사회가 감시·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공시 설계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배제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 중심으로만 의견을 수렴한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의 근본 취지를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은 “ESG 공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검증하는 제도인 만큼 투자자 중심 정보 체계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 중심 공시는 결국 사회적 신뢰를 잃고 더 강한 규제와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위원회에 ▲공시 목적을 사회적 영향과 책임 공개 체계로 전환 ▲이중 중대성 도입 ▲인권·노동·공급망 등 사회 영역 핵심 공시 포함 ▲공시 대상 및 시기 선도적 대응 ▲법정 공시 전환 시기 명확화 ▲시민사회 참여 및 범정부 차원 논의 등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은 “ESG 공시는 기업의 이익을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그 이익이 어떤 사회적 비용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드러내는 장치”라며 “시장보다 사회, 투자자보다 시민을 우선하는 공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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