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양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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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수민 선생 |
계원예술대학교 플라워디자인과를 졸업했으며, 2023학년도 플라워디자인과 학회장을 맡음. 졸업전시 ‘Flower Creator Lounge : FCL’ 우수상과 2024학년도 학위수여식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호텔 웨딩을 중심으로 플라워샵 및 이벤트 플라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 저는 공부보다는 마냥 밝고, 노는 게 좋은 뽀로로 같은 학생이었어요. 친구들과 밤새며 영상통화 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지요. 이후 중3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입시미술을 했어요. 저는 그리는 것보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학원 선배가 계원예술대학교 플라워디자인과에 진학했는데, 그때 처음 플라워디자인과를 알았어요. 이후 제 눈에는 꽃만 보였고, 이를 계기로 플라워디자인과를 가게 되었지요. 자연의 다양한 소재로 공간을 디자인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이렇게 꽃과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선생님이 꽃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 즐겨 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저는 꽃으로 가방을 만들고, 신발과 머리카락 위에 꽃을 엮어 촬영하며, 일반적인 다발이나 센터피스, 공간 장식까지 자연의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단순히 꽃을 장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해요. 자연을 주된 소재로 스타일링하며, 우리가 머무는 모든 순간에 자연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꽃은 공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의 분위기와 감정이 되기도 하지요. 저는 꽃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시도하고 싶어요. 신발 위에 꽃을 더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거나, 옷이나 머리카락에 꽃을 엮어 사람과 자연이 하나처럼 이어지는 순간을 담아내기도 해요. 이런 작업 안에서 자연을 더 가깝고 자유로운 형태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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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ng!] 상처, 피어나는 꽃. |
Q.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 저는 호텔에서 플로리스트로 근무하며, 단순히 꽃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 그 공간에 맞는 서비스와 분위기까지 함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가끔 고객분들이 꽃이 아름답다며 어떤 꽃인지 관심 있게 물어봐 주시거나, 꽃이 놓인 공간 덕분에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실 때 큰 보람을 느끼지요.
특히 예식이 끝난 뒤 남은 꽃장식으로 하객분들과 양가 혼주분들께 꽃다발을 만들어 드릴 때, 꽃을 받는 분들이 마치 신부의 표정처럼 환해져요. 고객들이 꽃을 안고 홀을 나서는 모습에서 그분들께 기쁜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저만의 예감에 힐링 되던 기억들은 지금도 저를 행복하게 해요. 이렇게 그날의 행복한 분위기와 감정을 꽃에 담아 전하는 일과 고객분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꽃이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꽃 향과 아름다움은 누군가의 기억에 특별함을 더한다고 느낄 때면 제 직업에 보람을 느껴요.
Q. 그렇게 고객의 반응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 중에서도, 특히 ‘정성’이라는 단어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플라워샵에서 근무할 당시, 손님을 초대한다며 가볍게 꽂아둘 꽃을 구매하신 고객님이 계셨어요. 보통은 포장과 핸드타이드 없이 간단히 가져가시는 경우가 많지만, 비교적 시간이 여유가 있던 날이라 꽃 포장을 한 뒤 정성스럽게 핸드타이로 묶어 드렸어요. 그날 꽃을 받는 순간, 꽃보다 더 예쁜 웃음을 짓던 고객분의 모습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지요. 이후 꽃을 다룰 때 고객님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지요.
Q. 플로리스트의 일을 하는 중 힘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 꽃을 처음 만지기 시작하며 플로리스트의 일은 우아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이 낭만적이고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한두 송이의 꽃을 포장하더라도 고객께서 주문한 꽃이 어느 장소와 어떤 형식의 자리에 놓이는지를 체크하고, 그에 맞는 색의 조합과 줄기의 길이, 포장지 그리고 핸드타이드 등 고객의 감성을 공유하는 일이 처음엔 익숙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는 감정노동의 체감이 높은 직업이에요. 무엇보다도 꽃 시장 방문과 무거운 기물을 옮기는 일들도 쉽지 않고요. 가끔 강도 높은 노동의 직업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웃음)
Q. 시드는 꽃에서도 다른 결의 아름다움을 보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 우리는 종종 꽃의 시간을 인생에 비유하지요. 누군가는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해요. 꽃은 색이 옅어지고 잎이 얇아지며 시들어가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활짝 핀 꽃도 예쁘지만, 자신의 시간을 잘 피워낸 꽃의 여정에서 시듦의 아름다움이 보여요. 자연이 주는 모든 생물과 사물에는 사소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꽃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꽃의 아름다움이 조금 더 많이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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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lvan Spirit]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순간. |
Q. 꽃이 놓인 자리는 차가운 공간에 온기와 온정을 더하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플로리스트로서 공간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느끼시나요?
▶ 같은 장소라도 꽃이나 소재들이 더해지면 분위기가 변해요. 차갑던 공간이 더 따뜻해지며,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과의 정서적 교감에도 영향을 주거든요. 어떤 자리든 꽃이 놓인 곳은 사람들 마음을 부드럽고 너그럽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손으로 엮는 꽃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로 질문과 조금 거리가 있는 답변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늘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굳이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꽃과 물과 햇살과 녹음 등 모두 감사한 부분이거든요.
Q. 햇빛, 바람, 흐르는 물 앞에서 숨이 편해진다고 하셨어요. 꽃을 만질 때도 그런 순간을 느끼는지요?
▶ 저는 자연을 정말 좋아해요. 햇볕과 바람,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꽃을 만질 때도 비슷해요. 꽃이 가진 형태와 색, 질감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연을 더 깊이 느끼게 돼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사람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순간도 좋아해요. 그래서 꽃을 다룰 때는 한 송이 한 송이의 매력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한국의 꽃 문화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향으로 바뀌길 희망하는지요?
▶ 한국의 꽃 문화는 아직도 졸업식이나 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을 위한 소비’에 가까운 것 같아요. 물론 해외 역시 도매시장은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적인 곳도 있지만, 꽃을 소비하는 문화 자체는 훨씬 더 일상에 가깝지요. 마트나 작은 플라워 스탠드에서 자연스럽게 꽃을 구매하고, 누군가를 위한 선물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 꽃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요. 저는 한국의 꽃 문화도 특별한 날과 행사에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공간과 마음을 환기하는 구매가 되면 좋겠어요.
Q. 폐업하는 가게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어요. 이 업계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 꽃은 계절과 유행,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원가 변동이 크며, 소비 흐름 역시 빠르게 바뀌지요. 그래서 단순히 꽃을 예쁘게 만든다는 생각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이 업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소비와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꽃이 우리 생활 속에서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혀야 플로리스트와 작은 꽃가게들도 유지될 수 있어요. 또한 플로리스트 역시 단순히 상품 판매가 아닌 공간, 콘텐츠, 스타일링 등 꽃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도 중요해요. 이렇게 고객들께 새로운 경험과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을 때,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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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ture of Circulation] 생성과 소멸의 순환 속에서 느끼는 자연의 온기. |
Q. 선생님이 꿈꾸는 일상의 풍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 우리 일상은 작은 꽃 한 송이와 식물의 초록만으로도 하루의 분위기가 달라지지요. 꽃을 통해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가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듯이요. 우리는 땅에 발을 딛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차로 이동하거나 아파트와 빌딩에 머무는 생활은 그만큼 자연과 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제 일상에 자연의 푸름과 붉음, 그리고 자연의 소리와 향기의 풍경이 머물기를 바라요. 숲길도 많이 걷는 시간을 갖고 싶고요. 이렇게 자연에서 얻는 평안함이 특별한 위로가 아니라, 그냥 일상의 사소함이 되는 삶을 꿈꾸지만 쉽지 않아요.
Q. 꽃은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전한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꽃을 만나는 분들께 꽃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요?
▶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의미가 되길 희망해요. 꽃의 생성과 소멸 과정에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 단순히 소비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풀꽃 한 송이에서도 푸른 자연을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지만, 그 순간 머물렀던 공간의 분위기와 감정은 기억에 오래 남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꽃을 만나는 분들이 꽃 한 송이에서도 자연의 감사함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끝으로 ‘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어떤 문장을 들려줄지 궁금합니다.
▶ 저에게 꽃은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좀 어려운 거 같아요. 꽃은 그냥 꽃이에요. 저의 수식적 의미보다 꽃 자체의 무의미가 더 아름답거든요. 그래도 질문을 주셨으니 답하자면, 꽃은 제 고객분들의 웃음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어요. 곧 저의 기쁨이고요.(웃음) 주필님, ‘작가 초대석’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양수민 선생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일상에 자연의 푸름과 향기가 머물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처럼, 오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하루에도 작은 꽃 한 송이의 위로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신 양수민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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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일요주간 문화예술 전문 주필위원.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cactus68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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